최근 안데스산맥부터 알프스산맥, 로키산맥 등 전 세계 주요 산지와 스키장에 눈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 9월에는 프랑스 알프스산맥 몽블랑 인근의 스키 리조트가 눈 부족으로 영구 폐쇄를 결정했다. 히말라야에서는 눈 대신 비가 많이 와 사상자를 동반한 자연재해가 잇따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간에 의한 기후 변화로 기온이 따뜻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강설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 해양대기청(NOAA)은 지난 15일(현지 시각) '10월 지구 기후 평가 보고서'를 발표하며 "인간에 의한 지구 온난화로 강수 패턴이 눈에서 비로 바뀌면서 강설량이 많이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0월 북반구의 눈이 덮인 범위는 1991년부터 2020년까지의 평균보다 약 45만㎢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연구진은 극한 기후로 몇 년 동안은 강설량이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 북동부 지역에서는 기후 변화로 인해 겨울 폭풍이 발생하면서 강설량이 늘었다. 저스틴 맨킨 미국 다트머스대 지리학과 교수는 CNN에 "지구 온난화로 인해 대기가 가열되면서 수분을 더 많이 가질 수 있다"며 "따라서 극단적인 강설 가능성이 실제로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간으로 보면 지구 온도가 올라가면서 극한 기후 현상은 줄어들고 결국 강설량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데이터를 살핀 브라이언 브렛슈나이더 미국 알래스카국립기상청 연구원은 CNN에 "열역학 법칙에 따르면 온도가 높아질수록 점점 더 많은 눈이 비로 바뀔 것"이라며 "일부 추세에서 벗어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으나 전반적으로는 열역학 법칙이 우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연합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의 데이터에 따르면, 1973년 이후 전 세계 연간 강설량은 2.7% 감소했다. 감소 추세는 특히 세계 인구의 상당 부분이 거주하고 있는 북반구 중위도 지역에서 두드러졌다. 이에 대해 맨킨 교수는 "기온이 상승하면 강설량은 선형적으로 감소하지 않을 것"이라며 "특정 임계 온도에 도달하면 강설량 감소가 빨라질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눈이 이전보다 덜 내리면서 온난화를 가속하고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물 부족에 시달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눈은 육지에 쌓여 햇빛이나 열을 반사하는 역할을 하는데, 쌓인 눈의 양이 줄어들면 햇빛이 땅에 그대로 흡수되면서 대기 온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 눈 형태로 저장해 두는 물도 줄어들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물 공급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여름보다 겨울의 강수량이 높은 캘리포니아주나 미국 서부와 같은 지중해성 기후 지역에서는 눈을 저장해 뒀다가 여름에 사용하곤 한다. 미국 서부 지역에서는 2100년까지 3분의 1 이상 강설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와 차질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맨킨 교수는 "2015년 기준 남아시아와 지중해 부근, 북아프리카 일부 지역에 사는 20억 명의 사람들이 물 부족 위험에 처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아직 물을 대체하려는 노력이나 관리 시스템은 보지 못했다"며 "만능 해결책은 없는 만큼 문제의 범위를 파악해 서둘러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