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흐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상임이사는 23일(현지 시각)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에퀴노르 가을 학회에서 “석유 업계가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투자하는 비율은 1%에 불과하다"며 "기후 위기 대응에 산업계도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EPA 연합뉴스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된 석유 산업계가 전 세계 친환경 에너지 투자금의 1%만 부담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탄소 배출 절감을 위해 친환경 에너지에 적극 투자하겠다던 석유업계가 ‘진실의 순간’을 맞이했다.

파티흐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상임이사는 23일(현지 시각)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에퀴노르 가을 학회에서 “석유 업계는 기후 위기에 기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실제 투자는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IEA에 따르면 전 세계 친환경 에너지 기술 투자는 약 1조8000억달러(약 2340조원)이지만 석유 업계에서는 1% 수준인 180억달러(약 23조4000억원)만 부담하고 있다. 석유 업계의 지난해 매출이 5조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데 비하면 미미한 수치라는 지적이다.

IEA는 이달 22일 보고서를 발표하고 2030년까지 전 세계 석유, 가스 수요가 정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화석 연료를 친환경 에너지로 대체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사용량이 꾸준히 늘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산업화 이후 지구 평균 기온 1.5도 상승을 제한하려면 화석 연료 사용량을 2050년까지 75% 이상 감축해야 한다.

IEA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개최를 일주일 앞두고 보고서를 발표했다. 올해 COP28 의장도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가 맡아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문제를 지적하기 위한 의도다.

비롤 이사는 “석유 업계가 받아들여야 할 불편한 진실은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화석 연료 수요가 감소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없다”고 강조했다.

COP28에서는 탄소 포집 기술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환경계에서는 아직 전 세계가 화석 연료에 의존하게 하기 위한 석유 업계의 전략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현재 매년 포집되는 탄소의 양은 4500만t(톤)에 불과하지만 온난화를 막기 위해서는 320억t 이상의 탄소 포집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탄소 포집 기술과 친환경 기술 전환을 동시에 이뤄야 하지만 투자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브렌던 쿠란 영국 그랜덤 기후변화연구소 수석정책연구원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IEA의 보고서는 석유 업계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 투자가 무시할 정도라고 지적하고 있다”며 “이들의 투자는 성과로 이어지지도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