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기온이 최고 31도까지 오르며 늦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지난달 9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물빛광장을 찾은 아이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뉴스1

연일 기후 관련 기록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가 올해는 기록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이라 예상했다.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는 지난 5일(현지 시각) “올해 엘니뇨 기후 패턴과 기후 변화가 기록적인 기온을 만들고 있다”며 “올해는 적어도 1940년 이후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엘니뇨는 중태평양이나 동태평양에서 2~7년 단위로 발생하는 해양 온난화 현상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엘니뇨로 인해 바다 깊은 곳에 저장된 온기가 대기 중으로 방출돼 온난화가 가속화된 것이라 보고 있다.

코페르니쿠스는 1940년부터 시작된 기록을 분석한 결과 올해 1~9월까지의 지구 평균 기온이 1991~2020년 평균보다 0.52도 높았다고 설명했다. 산업화 이전인 1850년부터 1900년까지의 평균과 비교하면 1.4도 높은 수준이다. 이전까지 2020년과 2016년이 산업화 이전 대비 1.25도 높아 가장 더운 해로 꼽혔지만, 이를 훌쩍 넘은 셈이다.

이를 증명하듯 곳곳에서 관련 기록들이 쏟아지고 있다. 올해 4월부터 8월까지 전 세계 기온은 관측 기간 중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9월의 전 세계 기온도 7월의 평균 기온에 가까운 수치를 보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991~2020년의 9월 평균보다는 0.93도, 2020년 이전의 평균과 비교하면 0.5도 높았다.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75도 오른 수준이다. 이 때문에 9월 남극 해빙 면적은 평균보다 9% 낮아 연중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북극 해빙 면적은 평균보다 18% 낮게 나타났다.

영국 BBC는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와 함께 기후 자료를 분석해 올해 중 86일은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5도 높았던 날이었다고 밝혔다. 2016년 파리기후협약에서 정한 상승 한계치인 1.5도를 86일 동안 넘은 것이다. BBC는 이를 두고 “파리협약에서 정한 목표치인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상승은 수십 년을 평균 내 판단하는 만큼, 아직 1.5도를 넘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2024년엔 2023년보다 더 더운 날이 지속될 것”이라 전망했다.

제케 하우스패더 비영리단체 ‘버클리 지구’ 연구원은 트위터에 “9월의 기온 증가 규모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코페르니쿠스도 올해 연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수준과 비교해 1.4도까지 높아질 것이라 예상했다. 기후협약에서 제시한 한계점에 더 가까워지는 것이다.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와 퍼듀대 공동연구팀은 지금보다 지구 온도가 1.5도만 올라가도 일부 지역에선 인간이 더 이상 살 수 없을 것이라는 경고도 내놨다. 지난 9일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2도 정도 높아지면 파키스탄과 인도 일부 지역에 사는 22억명, 중국 동부 지역의 10억명, 사하라 사막 이남의 8억명이 인간이 견딜 수 없는 수준의 더위를 경험하게 된다. 지구 온도가 3도 이상 올라가면 이런 현상은 뉴욕 등 미 동부 해안지대까지 확산될 전망이다.

페테리 탈라스 세계기상기구(WMO) 사무총장은 “여전히 엘니뇨로 인한 온난화 현상이 진행 중”이라며 “극심한 더위로 기록적인 기온이 수개월간 지속되며 환경과 사회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11월 말에 열릴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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