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섭 제주지방기상청장이 22일 제주시 만덕로 제주지방기상청사에서 진행한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제주도 기상 특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주지방기상청 제공

제주도는 '바람'의 섬이다. 사면에서 불어오는 잦은 바람으로 인해 제주도 사람들은 늘 바람에 민감하다. 샛바람(동풍), 갈바람(서풍), 마파람(남풍), 하늬바람(북풍) 등 바람의 방향에 따라 다양한 이름을 가진 것도 이 때문이다. 제주도 바람은 월별로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는데 4월부터 10월까지는 남서풍이, 11월부터 3월까지는 북서풍이 강하게 부는 것이 특징이다.

제주도 해녀들의 물질 시간, 어부들의 조업 활동도 바람 방향, 조류와 해안지형까지 고려해 결정된다. 어느 바다에서건 북풍이 몰아칠 때는 물질이 곤란하며 서풍 혹은 동풍이냐를 판단해 들어갈 바다를 결정한다. 최근 30년(1991년~2020년) 동안 제주도 폭풍일수(일최대풍속 초속 13.9m 이상)는 129일로, 서울·인천·강릉·대구·부산 등 6개 지역 평균 폭풍일수인 21.5일보다 월등히 많다. 8~9월 집중되는 수차례의 태풍으로 피해가 빈번히 발생하기 때문에 제주도는 다른 어떤 지역보다 강한 바람에 대비해야 한다. 제주도는 '강하고 많은 바람'이라는 특성 뿐 아니라 '따뜻한 날씨', '태풍 길목' 등 기후적 특징이 다양하게 나타나는 섬이기도 하다. 이렇듯 급변하는 바다 환경, 변덕스러운 날씨를 예측하는 100년 역사를 가진 제주지방기상청의 책임도 무겁다.

"제주도민들 사이에서는 '제주도 동쪽에 비가 오면 반대편(서쪽)으로 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용섭 제주지방기상청장은 22일 제주시 건입동 제주기상청 청장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는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 비가 오지 않는다는 뜻"이라면서 "1950m 고도의 한라산과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의 섬은 기후학적으로 아열대 기후에 속하면서 각 구간마다 날씨가 다르고 변화무쌍해 생겨난 말"이라고 말했다.

제주지방기상청은 국내 3번째로 세계기상기구(WMO) '100년 관측소'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제주지방기상청이 지난 5월 22일부터 6월 2일까지 스위스에서 열린 WMO 제19차 세계기상총회에서 100년 관측소로 선정된 것이다. WMO는 수십 년에서 수백 년 주기의 기후 변동을 분석하기 위한 장기 관측의 중요성을 알리고 지속적인 품질관리를 위해 전 세계 WMO 회원국 가운데 100년 관측소를 선정하고 있다.

1923년 5월 1일부터 제주시 건입동의 지금 위치에서 100년간 기상관측을 수행해온 제주기상청은 1904년 부산,1908년 서울에 이어 한반도에서 3번째로 WMO 100년 관측소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한국은 중국(16곳)에 이어 아시아에서 2번째로 많은 100년 관측소를 보유하게 됐다.

이용섭 제주지방기상청과 김충기 제주지방기상청 예보과장 등 기상청 관계자들이 모여 제주기상 관련 예보 회의를 하고 있다./제주=장윤서 기자

이용섭 청장은 "제주도민의 삶 한가운데 기록된 100년의 제주 날씨는 제주의 역사·문화와 함께 제주도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에 대한 희노애락이 녹아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100년 기상관측소 선정은 제주기상의 안정성, 신뢰성을 전 세계에서 인정받은 결과로 앞으로 지속적이고 고품질의 관측자료가 생산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용섭 청장에게 제주기상 100년사의 의미, 제주도만의 차별화된 기상 예측 방식 등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이 청장과의 일문일답.

- 100년간 기상관측을 수행해왔는데, 100년 전과 후 가장 크게 달라진 기상 변화는 무엇인가.

"제주지방기상청은 한 세기 동안 사회변화, 인공지능, 빅데이터와 같은 기술력 향상, 뉴미디어의 발전과 함께 제주도민들의 역사와 삶 속에 녹아들면서 성장을 해다. 100년 전에는 깃발을 게양해 풍향, 천기, 기온 순서로 깃발의 모양과 색깔 등으로 기상예보를 전달했고 호우주의보는 잠자리 그물, 태풍주의보는 등사한 내용을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나 시내 전차에 붙여서 통보했다.

제주도는 태풍, 장마 등 여름철 기상변화의 전초기지로 1993년부터 독자적인 예보권을 부여받았으며 1998년에는 제주지방기상청으로 승격되면서 본격적인 예보업무를 수행하여 육해상예보구역의 신설과 세분화를 통해서 현재의 예보구역 체계를 갖췄다. 2008년은 동네예보, 2020년은 영향예보를 거치면서 농수산업, 관광과 보건, 축산업 등 다양한 기상융합서비스의 형태로 발전하게 됐다."

-국내 3번째로 세계기상기구(WMO) '100년 관측소'로 등록돼 있다. WMO가 제시하는 필수 기준 10가지를 충족해야만 한다고 들었는데 무엇인가.

"우선 관측소가 100년 전 설립돼야 할 것, 미관측 기간은 10%를 초과하지 않아야 할 것, 관측소 재배치 또는 측정기술 변경은 기후 시계열 데이터에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것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또 모든 역사적 관측자료와 메타자료는 디지털로 보관, WMO의 관측 표준에 따라 운영, 세계기상기구 측기 및 관측법 가이드(WMO-No.8)에 정의된 관측소 등급에 따라 분류 등의 요건도 맞춰야 한다. 아울러 과거 데이터는 WMO에 부합하는 과학연구를 위해 사용할 수 있게 자료 가용성에 대한 계획을 공유해야 한다. 이러한 필수기준들을 충족해 올해 100년 관측소로 최종 선정될 수 있었다."

-100년의 고품질 기상 빅데이터를 갖고 있다고 들었는데, 이런 빅데이터를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가.

"매년 한 해의 기후특성을 분석한 '제주도 기후자료집'을 발간하고 있고, 올해 초에는 지점별 기후통계정보를 활용해 '농민 맞춤형 기후정보달력'을 제작하여 관계기관과 농가에 배포했다. 연말에는 해발고도별 기후지수를 산출해 '제주도 상세 기후도'를 제작하여 제공할 예정이다. 100년간 축적된 데이터는 수요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제주도의 중심산업인 1차산업과 관광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기상융합서비스 개발에 활용되고, 제주도의 '탄소 없는 섬 2030 정책'에 따라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 지원 등에도 기상 빅데이터를 활용할 계획이다."

-제주 날씨 관측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기상청에서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는가.

"제주도 날씨는 도민 뿐 아니라 관광객들에게도 날씨 정보는 매우 중요하다. 고품질 관측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지상기상관측망의 노후장비를 교체·보강하고 관측환경 등급을 개선해 관측자료의 정확도를 향상시키고 있다. 2024년에는 재난현장 기상지원과 위험기상 감시 강화를 위해 기상관측차량을 도입해 현장 중심의 재난 상황 대응 역량을 확보할 예정이다. 제주도는 해양 기상정보도 중요한데, 내년부터 파고부이 13대를 순차적으로 해양기상부이로 전환해 관측요소를 확대해 해양기상 예·특보에 활용할 것이다.

-제주지방기상청만의 차별화된 기상 예측 방식은 무엇인가.

"육상과 해상을 나눠 예측한다. 우선 육상특보를 하는 제주북부·서부·남부·동부·산지·추자도 6개 구역을 운영해 오다가 지난해 중산간(200~600m)에 북부중산간·남부중산간 등 특보구역 2개소를 신설해 현재 8개 육상특보구역으로 늘려 날씨를 예보한다. 해상예특보 구역에서도 제주도앞바다(동서남북)와 남해서부서쪽먼바다와 제주도남서쪽안쪽먼바다, 제주도 남동쪽 안쪽 먼바다로 운영해오고 있다.

제주도앞바다는 연안바다(특정관리해역)로 상세하게 구분해 도민들의 조업이나 레저활동을 위해 해양위험기상 발생가능성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태풍이나 여름철 집중호우 기간에는 자체적으로 수치예보모델을 비교·분석·검증을 통해 정확한 예보생산에 최선을 다한다."

–제주도 도민들과 날씨와 관련한 소통을 위해 명예예보관을 임명한다고 들었다.

"그렇다. 제주도에서 어업 활동을 하는 해녀들과 어부들의 바다를 이용하는 지식은 과학적인 지식과 구별되는 경험 지식이다. 이들 각 지역의 도민들과의 소통도 날씨 예측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다. 이에 우도, 마라도 등 4곳 도서 지역민 8명을 명예해양기상예보관으로 위촉했다.

실제 예보와 각 지역 날씨의 차이가 날 경우 어떠한 문제점이 있는 지, 각 지역 상황은 어떤지 등 소통의 창구로 활용한다. 현재 2년 정도 운영되고 있으며, 앞으로 명예예보관 임명을 추가할 예정이다."

-지난해 한라산 백록담 인근 해발 1909m에 설치한 기후변화관측소의 역할은 무엇인가.

"한라산 정상부근의 데이터를 확보해 제주도의 해안부터 정상까지, 고도별 입체적인 기상관측을 세밀하게 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제주도의 예보정확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 유일한 구상나무 군락지인 한라산 고산지역의 식생 변화와 기후변화를 분석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된 것도 뜻 깊다. 한라산 강수량과 지하수의 상관관계 연구에도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AI) 컴퓨터를 활용한 기상예보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은.

"기상청에서 AI를 활용해 날씨 예측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관련 기술로는 제주지역에 특화된 '관측자료 기반 3차원 실황분석 기술 개발'로 한라산 지형과 태양 고도각의 영향에 따른 초단기 예측장 산출, 'AI 강수유무예측기술 개발'을 통한 수치예보모델에서 산출되는 강수예측 결과의 보정을 통한 예측성능 향상 등이 있다.

향후 이런 AI기반의 기상 기술들을 적극 활용해 국지적인 위험기상의 예측과 감시, 방재 대응에 이르기까지 예보정확도 뿐만 아니라 예보업무 전반의 혁신에 활용하고자 한다. 예보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과거 유사한 날씨 패턴을 이용, 딥 러닝 기법을 이용해 만들어진 유사사례 검색시스템을 통해서 다양한 기상요소를 분석해 현장에서 활용한다."

-제주도는 날씨에 맞춰 여행 일정을 짜라는 말이 있다고 알고 있다. 어떻게 짜면 되는가.

"여행객들에게 '날씨는 반 이상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요한 요소다. 제주도는 바람이 잦다.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에 따라서 다른 날씨를 보이기 때문에 제주지방기상청 누리집을 통해서 여행지의 날씨를 확인해 다양한 날씨를 체험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때로는 산을 넘어 따뜻하고 맑은 하늘을 즐기실 수도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비 내리는 운치 있는 날씨를 만나 엉또폭포와 같은 멋진 장소에서 예쁜 풍경도 감상하실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제주도는 역대 세번째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더웠던 해로 기록된 것으로 안다.

"1923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초 30년(1924~1950년)과 최근 30년(1991~2020년)의 제주 평균기온을 비교해보면 14.5도에서 16.1도로 1.6도로 높아졌고, 올해도 폭염으로 도민들이 힘들었다. 올해 제주도는 역대 세번째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더웠던 해로 기록됐다. 열대야 일수가 35.8일로 밤에도 잠 못 드는 밤이 이어지는 등 무더운 날씨를 보였다. 특히 작년은 제주도가 관측을 시작한 이후 가장 무더웠던 여름철(평균기온 26도)로 기록되어 기후변화를 체감할 수 있었다."

-기후 위기 시대다. 제주에도 이러한 지구 온난화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아닌가.

"기후위기를 체감하고 있으며, 기후변화에 대한 감시와 분석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제주도 기후변화적응대책 수립 지원과 지방 탄소중립 녹생성장위원회에 참여하며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미래세대를 위한 다양한 기후변화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통해 기후위기를 극복해야할 것이다."

100년간 기상관측을 수행해온 제주지방기상청이 부산(1904년)과 서울(1908년)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3번째로 세계기상기구(WMO) 100년 관측소로 선정됐다. 사진은 제주지방기상청 입구에 있는 100년 기념석비./제주=장윤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