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현재 상태를 검진한 결과 '인류가 안전하게 생존하는 데 필요한 주요 기준' 9가지 가운데 6가지가 이미 안전 기준 한계치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 활동이 점점 더 지구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 지구의 전반적인 상태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날 위험도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됐다.
스웨덴 스톡홀름대와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 덴마크 코펜하겐대, 캐나다 맥길대 연구진은 13일(현지 시각) 지구의 건강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 중 '기후 변화'와 '생물권 보전(생물 다양성)', '토지 변화', '담수 변화', '영양화', '미세플라스틱과 핵 폐기물 등 새로운 화학물질' 6가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나머지 '해양 산성화'와 '대기질', '오존층 변화'는 안전 기준 범위에 들었다.
연구를 이끈 요한 록스트롬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장(스톡홀름 복원력 센터 교수)은 현 지구의 건강 상태를 '매우 나쁨'이라 밝히며 "지구가 병 들었을 뿐 아니라 건강을 스스로 회복하는 힘도 잃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톡홀름 복원력 센터와 호주국립대가 이끄는 일련의 과학자 그룹은 2009년 인간 활동이 지구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의 한계를 설명하는 틀인 행성 경계라는 프레임 워크를 만들었다. 이들은 지구 시스템이 인간 사회가 발전했던 홀로세(Holocene)의 안정기를 벗어나지 않는 조건을 '인류가 살아갈 수 있는 안전한 운영 공간(safe operating space)'으로 전제하고 지구에서 생명체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기준 9가지를 정의했다. 그리고 각 과학적으로 측정해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었다.
2015년에는 이 도구를 이용한 첫 번째 결과가 나왔다. 당시 9가지 기준 중 5가지가 한계치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결과는 여기에 '담수'까지 나빠졌다는 결과가 더해졌다. 록스트롬 소장은 "담수 환경이 악화하면서 물이 원래의 '안전한 수준'에서 '안전 기준 초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캐서린 리처드슨 코펜하겐대 생물다양성학부 교수는 "6가지 기준이 한계치를 넘는 것 자체가 재난은 아니지만 분명한 경고 신호"라고 말했다. 그는 지구를 고혈압 환자에 비유하며 "고혈압 상태가 계속 되면 심장마비가 발생할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설명했다. 즉, 지구에 심장마비 같은 재난이 닥치지 않으려면 이 6가지 지표도 건강 기준에 들도록 인류가 노력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인간 활동이 지구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지구는 수십 억 년 간 생명체와 기후가 상호작용하면서 전반적인 환경을 다스려 왔다. 그런데 최근 인간 활동이 환경을 오염시키고 자연을 파괴하면서 지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그러한 활동은 자연적인 토지를 이용하기 위해 용도를 바꾸는 것, 강물의 양을 바꾸는 것, 합성 화학물질을 자연에 노출하는 것, 대기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 등이다.
연구진은 인간 활동이 그간 생명체-지구 간 상호작용처럼 지구 시스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큰 문제가 아니라고 봤다. 하지만 현재 인간 활동은 지구의 능력을 떨어뜨리며 지구의 건강 상태에 극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록스트롬 소장은 "현재 전 세계 국가들은 파리협정을 맺고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기온을 1.5도 아래로 낮추려고 노력한다"며 "하지만 지구의 건강을 회복하려면 기후 문제만 해결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지구의 회복력을 살려야 한다"며 "지구 시스템을 모델링해 현 상태를 정확히 분석하고, 환경을 원래대로 복구하고 재건하며 보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리처드슨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가 전 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지구 건강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하길 바란다"며 "지구를 보존하고 보호하기 위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줄여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이달 13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실렸다.
참고 자료
Science Advances(2023), DOI: https://doi.org/10.1126/sciadv.adh24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