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지구 온난화를 늦추기엔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유엔은 지난 8일(현지 시각) 세계 각국의 기후 변화 대응 현황과 과제를 분석한 첫 보고서를 발표했다. 11월 말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리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 앞서 전 세계의 기후 대응방식을 평가한 것이다.
세계 각국은 2015년 프랑스 파리에 모여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최대 2도로 온난화를 제한하는 파리 기후 협약을 맺었다. 유엔은 파리 협약 이후 발표된 이번 첫 평가 보고서에서 “기존의 약속을 이행할 수 있는 기간이 짧아지고 있다”며 “모두가 살기 좋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확보할 기회의 창이 빠르게 닫히고 있다”고 경고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지구는 1800년대 중반 이후 1.1도 이상 기온이 올랐다. 특히 올해 여름에는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5도 기온이 올라가며 세계 곳곳에서 기록적인 더위가 나타났다. 유럽연합(EU)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는 올해 6월부터 8월까지가 기록 이래 지구에서 가장 더운 기간이었다고 밝혔다. 세계기상기구(WMO)는 향후 5년 안에 지구가 한계를 넘어설 확률이 3분의 2라고 예상했다.
유엔은 파리 협약으로 기후 행동을 주도해 배출량을 줄이기는 하지만,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전 세계가 2019년 수준에 비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43%, 2035년까지는 60% 줄일 것을 요청했다. 2050년까지 완전히 화석 연료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각국이 석탄이나 석유, 천연가스에 연간 4500억 달러(약 600조원)의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고 이를 개발도상국의 기후 자금이나 빈곤 완화, 환경 영향 최소화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 삼림 벌채를 중단하고 더 지속 가능한 작물 재배를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보고서를 두고 “기후 위기가 극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며 “약속을 이행하기에는 한심할 정도로 부족한 만큼 온난화 대책을 신속히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 운동가이기도 한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이번 보고서는 우리가 실패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답을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숙제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보고서가 오는 COP28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술탄 알 자베르 COP28 의장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단결해야 한다”며 “보고서를 바탕으로 주 정부와 민간 지도자들이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실질적이고 실행할 수 있는 약속을 세워 회의에 참석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