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파나마 운하를 비롯해 전 세계 주요 운송 경로가 극한 기상으로 피해를 보는 가운데, 엘니뇨로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NBC와 영국 로이터 통신은 21일(현지 시각) 전 세계 운송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파나마 운하 등의 항로 수위가 가뭄으로 낮아져 통과할 수 있는 선박 수나 적재 용량을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파나마 운하는 갑문 시스템을 통해 선박을 띄운다. 그러나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가뭄으로 운하에 물을 공급하는 저수지의 물이 부족한 상태다. 수위가 낮아지면 운하를 통과하기 위해 선박은 가벼워져야 한다. 따라서 수로를 관리하는 파나마 운하청은 “올해 가뭄의 심각성은 역사적으로 전례가 없다”며 선박의 선적량을 제한하는 동시에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의 수도 줄였다.
이를 두고 덴마크 해운 대기업 머스크(Maersk)의 라르스 오스터가드 닐슨 미주 정기선 운영 센터 책임자는 “가뭄으로 같은 선박에 평소보다 약 2000개의 컨테이너를 덜 적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운하 주변에는 항로를 통과하기 위해 대기하는 선박의 정체도 발생하고 있다.
파나마 운하 외에도 독일을 거쳐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구까지 이어지는 라인강의 수위도 낮아졌다. 닐슨 책임자는 “라인강은 경로가 짧아 대안을 찾기 쉽지만, 파나마 운하의 경우 길이가 82km에 달하고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올해 6월부터 발생한 엘니뇨로 2024년 상반기에는 가뭄이 더 심해질 전망이다. 엘니뇨는 열대 중부나 동부 태평양의 온난화로 평균 2~7년마다 나타나는 자연 발생 기후 패턴이다. 피터 샌즈 항공 및 해상운임 벤치마킹 플랫폼 제네타(Xeneta)의 수석 애널리스트는 NBC에 “현재로서는 평년처럼 수위가 오르는 것을 볼 수 없다”며 “잠재적인 재앙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엘니뇨의 영향으로 가뭄 빈도는 늘어나는 추세다. 스티브 패튼 스미스소니언 열대 연구소 연구원은 “파나마 운하의 109년 역사 중 지난 25년간 많이 증가했다”며 “파나마 운하에 대형 선박이 이동할 수 있을지 판단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기후 위기에 따른 극심한 날씨가 반복되면 2021년 3월 일어난 ‘에버기븐호’ 같은 대형 선박의 사건이 잦아질 수 있다. 대형 컨테이너선인 에버기븐호는 강풍으로 일주일 가량 수에즈 운하에 좌초돼 무역 교통을 마비시켰다. 당시 400척이 넘는 선박의 운항이 지체돼 수십억 달러 수준의 손실이 발생했다. 이는 무역 공급망이나 식량 안보를 넘어서서 지역 경제에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해상 운송 산업은 세계 무역의 80%를 차지한다. 따라서 이상 기후에 대한 전 세계의 주요 수로인 수에즈와 파나마 운하를 포함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사이의 믈라카 해협, 이란과 오만 사이의 호르무즈 해협, 아시아와 아프리카 사이의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의 취약성을 분석해 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세코 로지스틱스(SEKO Logistics) 글로벌 최고사업책임자(CCO)는 로이터에 “파나마 운하는 가장 최근의 사례일 뿐”이라며 “전 세계에 제품을 배송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기후 변화로 인한 중단 가능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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