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농경지에 돌가루를 뿌리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암석이 풍화하면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과정을 인위적으로 촉진하자는 것이다. 최근 관련 업체에 대한 투자도 늘어 온난화 대응 기술로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예일대 지구행성과학과의 박승훈 박사와 노아 플라나브스키(Noah Planavsky) 교수 연구진은 지난 14일 "전 세계 경작지에 화산암을 뿌리면 국제 사회가 목표로 하는 이산화탄소 제거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지구물리학회(AGU)가 발간하는 국제 학술지인 '지구의 미래'에 실렸다.
◇국제 사회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
연구진은 '암석 풍화 촉진'(ERW·Enhanced Rock Weathering)' 기술이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분석했다. 현무암이나 감람석 등 지표면에서 흔히 발견되는 화산암인 규산염암은 비가 내리면 빗물이 머금고 있는 이산화탄소와 작용해 풍화한다. 이때 이산화탄소는 탄산염 형태로 암석에 포집된다.
ERW는 수십만년에 걸친 암석의 풍화 작용을 수십년 단위로 앞당기는 기술이다. 절벽 주변이나 광산에 있는 암석 조각이나 철강 부산물들을 모아 가루로 만들면 빗물과 접촉하면 면적이 늘어 이산화탄소가 더 빠른 속도로 탄산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처음으로 전 세계 농경지에 현무암을 사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이산화탄소 감소량을 추정했다. 연구진은 온실가스 배출 모델을 근거로 세계 각지의 농경지 1000여곳에 ERW를 적용하는 상황을 시뮬레이션(가상실험)했다. 그 결과 농경지 1헥타르(1만m2) 당 현무암 가루 10톤을 뿌리면 75년 동안 640억t의 이산화탄소가 포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전 세계 모든 농경지로 확대하면 같은 기간 동안 2170억t의 이산화탄소를 대기에서 제거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덥고 습한 환경에서 풍화가 더 빨리 진행되기 때문에 암석 풍화 강화 기술은 고위도보다 열대 지역에서 더 빨리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백승훈 박사는 "최근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온도가 섭씨 1.5도 이상 상승하는 것을 막기 위해 2100년까지 1000억~1조t의 탄소를 제거하고 배출량을 급격히 줄여야 한다"며 "암석 풍화 촉진 기술을 전 세계 경작지로 확대하면, 이번에 확인한 탄소 제거 추정치는 기후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범위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기온이 올라가면 암석 풍화 촉진이 이전보다 효과가 더 올라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반면 식물을 통해 토양에 탄소를 흡수하는 효과는 기온이 올라가면 떨어진다. 백 박사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현무암 가루가 바다로 흘러가면 해양 산성화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백승훈 박사는 컬럼비아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2020년부터 예일대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ERW 회사에 투자하기도
암석 풍화 촉진 기술의 상용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 5월 BBC방송은 영국 기업인 언두(UNDO)가 960만파운드(약 164억원)를 투자받았다고 전했다. 이 회사는 인간이 환경에 끼친 영향을 '원래대로 돌린다(Undo)'는 뜻을 서명에 담았다. 핵심 기술은 암석 풍화 촉진이다.
언두는 농가와 협업하는 방식으로 암석 풍화 촉진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화산암인 규산염암은 마그네슘, 칼슘, 카륨, 인 등 무기질이 풍부하다.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식물 뿌리와 토양 미생물과 직접 접촉하면 더 빨리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토양 산도도 적절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료 역할을 보조하기 때문에 농작물 수확량을 늘리거나 축산업용 목초지에도 쓰일 수 있다.
농부들은 이미 산성 토양을 개선하고 영양분을 주기 위해 연간 수백만t의 석회암을 농경지에 살포하고 있다. 석회암은 탄산칼슘 성분이다. 예일대의 플라나브스키 교수는 "농경지에 뿌리는 암석 유향을 점진적으로 변경하면 암석 풍화를 대규모로 구현할 수 있다"며 "이미 전 세계 농장에서 암석 풍화 촉진이 소규모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마이크로소프트(MS)는 언두를 첫 ERW 공급사로 낙점했다. 언두는 이 협약을 통해 영국에만 2만5000t의 현무암을 농경지에 뿌려 향후 20년간 이산화탄소 5000t을 포집한다는 계획이다. 언두에 따르면 전 세계가 ERW 도입에 나서면 해마다 40억t의 탄소 포집이 가능하다. 언두는 2030년까지 누적 탄소포집량 10억t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온난화를 막으려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미 배출된 이산화탄소도 제거해야 한다. 나무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자라지만, 나무를 심을 땅을 마련하기 어렵다. 나무가 죽거나 불타지 않도록 관리하기도 쉽지 않다. 대기에서 바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직접공기포집(DAC, Direct Air Capture) 기술은 비용과 에너지효율 측면에서 이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이 점에서 암석 풍화 초긴 기술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암석 풍화 촉진에 광산에서 나오는 폐기물도 쓰여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언두는 BBC방송에 이 문제에 대해 "브라질은 100년 이상 현무암을 분쇄해 농지에 비료로 공급하고 있지만, 아직 부작용이 밝혀진 사례는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옥스퍼드대의 탄소 포집 전문가인 스티브 스미스(Steve Smith) 박사는 BBC 인터뷰에서 언두의 계획에 "전체적으로 봤을 때 충분히 화학적으로 가능한 이야기"라면서도 "실제 포집량과 포집된 탄소가 궁극적으로 어디로 가는지 측정하는 방식을 표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Earth's Future, DOI: https://doi.org/10.1029/2023EF003698
UNDO, https://un-do.com/2023/04/13/undo-becomes-microsofts-first-enhanced-rock-weathering-suppli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