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기후를 조절하는 '대서양 해류 시스템'이 예상보다 더 빠르게 붕괴돼 이번 세기에 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페테르 디틀레우센 교수와 수잔네 디틀레우센 교수팀은 26일 북대서양 해수면 온도를 토대로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AMOC)' 변화를 분석한 결과, 빠르면 2025년부터 붕괴하기 시작해 2095년에는 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대서양의 바닷물은 여러 대륙의 날씨에 영향을 미치는 복잡한 패턴으로 끊임없이 순환하고 있다. 대서양 해류는 카리브해와 인접한 열대 지방의 따뜻한 물을 미국 남동부를 지나 북유럽으로 곡선을 따라 운반한다. 이 물이 북유럽 대기 중에 열을 방출하면 차가워지고 밀도가 높아져 심해로 가라앉아 적도를 향해 다시 이동하면서 지구 온도 편차를 줄이는데 이를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이라고 한다.
대서양의 복잡한 해류 순환을 가능하게 하는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 같은 역할을 한다. 적도의 난류를 한류의 북극해로 옮기고, 북극해에서 식힌 바닷물을 다시 남쪽으로 보낸다. 북극해에서 바닷물은 온도가 낮아지고, 염분 농도가 더 짙어지며 대양 깊숙한 곳으로 가라앉았다가 다시 남쪽으로 순환한다. 남쪽 바다의 수온을 낮추고 염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대서양 해류의 순환벨트 작동은 1만2000여년 전에도 멈춘 적이 있다. 빙하가 급격하게 녹으면서 해수 순환벨트 작동이 멈췄고, 이로 인해 북반구 대부분의 기온이 단 10년 안에 10~15도로 치솟았다.
과학자들은 이 순환 시스템이 붕괴할 경우 북대서양 지역은 물론 전 세계 기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해왔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의 기후 모델 상호 비교 프로젝트(CMIP) 모델 시뮬레이션에 기반한 평가에 따르면 해수순환 벨트가 21세기 내에 완전하게 붕괴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증가하는 온실 가스 농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해수순환 벨트의 붕괴가 세기 중반에 발생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보고 있다.
인류가 대기를 따뜻하게 만들면서 그린란드 빙상이 녹고, 북대서양에 많은 양의 담수가 추가돼 열과 염분 균형이 깨졌다. 그란란드 남쪽 대서양 일부는 최근 몇년 간 눈에 띄게 냉각돼 있다. 과학자들은 이 현상이 순환 시스템이 느려지고 있다는 신호 중 하나인 '차가운 덩어리'를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과학자들은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해류 순환이 느려질 경우 이상 기후가 심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 결과로 북미와 유럽 해안에서 해수면이 빠르게 오르고 북유럽은 겨울에 보다 혹독한 폭풍우를 경험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반면 아프리카 사헬지역과 아시아의 몬순지역에는 비가 적게 내릴 가능성이 높다.
연구팀은 해류 감소의 전환점을 확인하기 위해 1870년부터 2020년까지 북대서양 해수면 온도를 포함한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를 통계 모델을 통해 분석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AMOC 시스템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조기 경고 신호를 발견했다며 현 온실가스 배출 급증 추세가 계속되면 이르면 2025년부터 AMOC 붕괴가 시작되고 2095년 이전에 AMOC가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구팀은 해수순환 벨트의 붕괴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꼽았다. 연구팀은 기후변화의 주범인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산업 주기에 맞춰 선형적으로 증가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연구에 참여한 피터 디트레브센 박사는 "해수순환 벨트의 붕괴 원인이 되는 북대서양 지역으로의 얼음이 녹은 담수 유입, 지구 온난화 등을 막기 위해서는 전지구적 온실 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효과적 조치가 필요해보인다"면서 "이 체계가 무너지면 강한 사회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앞으로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실렸다.
참고자료
Nature Communications(2023), DOI: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3-39810-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