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국립공원을 끼고 있는 경남과 전남, 전북의 4개 시·군 간에 케이블카 유치전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지리산은 경남 산청·함양, 전남 구례, 전북 남원에 걸쳐 있는 47만1758㎢의 가장 넓은 면적을 지닌 제1호 국립공원이다. 지난 3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환경부 문턱을 넘자 최근 경남 산청군 등이 6년 만에 지리산 케이블카 유치를 재추진했다. 환경부는 지난 2월 강원도 양양군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을 조건부 허가했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는 "지리산 케이블카 추진이 생물다양성 유지를 저해할 수 있다"고 "지리산 생태계를 포기한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산청군은 지난 6월 22일 '지리산 삭도(케이블카) 신설을 위한 공원계획 변경(안)'을 환경부에 제출했다고 26일 밝혔다. 산청 시천면 중산리~장터목 인근까지 3.15㎢ 구간에 케이블카를 놓는 방안이다. 군은 8인승짜리 케빈 53대를 운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 캐빈은 시간당 최대 893명 수송할 수 있다. 산청군이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하기는 2017년 6월 이후 6년 만이다.
군이 다시 나선 것은 반달가슴곰을 비롯한 동식물 보존 등을 이유로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에 난색을 보였던 환경부가 태도를 바꾸면서 허가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일부 시민단체는 지자체의 이런 움직임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 산청 주민 대책위원회'는 지리산 케이블카 설립은 경제성이 없고 환경파괴만 가속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4일 대책위원회는 산청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 추진은 과거 낮은 경제성, 공익성 부족, 환경파괴 우려 때문에 2007년과 2012년 정부로부터 반려된 사업"이라며 "지리산은 생물다양성 유지와 생태 보전 가치가 매우 높은 곳으로 복원된 반달가슴곰을 비롯해 수많은 법정 보호 동식물이 살아가는 원시생태계의 보고"라며 "케이블카가 들어서면 관광객에 의해 지리산 정상부는 완전히 파괴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는 각 지차제는 "지역 균형 발전, 경제성 차원에서라도 지리산 케이블카 추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케이블카 설치가 자연과 동물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환경연구원은 앞선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관련 검토의견을 내고 "자연 원형이 최우선적으로 유지·보전돼야 하는 공간에 자연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큰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산양 서식에 미치는 영향, 법정보호 희귀식물 이식 및 보전방안, 백두대간 핵심구역 내 지형훼손 문제와 관련해 사업자가 제시한 보전대책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을 저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국립생태원도 "케이블카 설치로 산양 뿐 아니라 삵, 담비, 하늘다람쥐 등 법정보호종과 관련해 저감 방안이 대체로 미흡하다"며 야생동물에 대한 영향을 지적했다.
케이블카 설치는 설악산 뿐 아니라 지리산에 서식하는 동물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된다. 지리산은 한반도 전역에서 서식하던 반달가슴곰의 특별보호지역이다. 반달가슴곰은 서식지 파괴, 보신문화, 밀렵 등으로 멸종위기에 처해 있으며 2004년 지리산국립공원에서 복원사업이 시작됐다. 지리산 반달가슴곰은 올해 태어난 새끼 7마리를 포함해 모두 86마리에 이른다.
환경부가 구례군이 단독으로 신청한 '구례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을 반려한 것도 이런 영향을 우려해서다. 구례군은 지난 1990년부터 지리산 케이블카를 추진했지만 환경부에 신청한 국립공원 변경계획안이 4차례나 반려됐다. 환경성과 기술성 측면에서 부적합한 데다 인근 지자체인 함양군과 산청군도 케이블카를 추진 중이어서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특히 지리산 반달가슴곰 특별보호지역과 케이블카 종착역이 너무 근접해 반달가슴곰 서식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도 반대 사유였다. 현재 환경파괴를 최소화하는 산동면 지리산 온천지구∼성삼재 노선에 대해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군은 이러한 연구용역을 기반으로 11월쯤 환경부에 국립공원 변경계획안을 다시 제출할 계획이다.
해외 연구에서도 케이블카 설치로 인한 관광객 급증이 고산지대에 서식하는 동물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미하우 치아흐 폴란드 산림생물다양성연구소 연구팀이 2014년 유네스코 지정 보존지역이자 알프스와 카프카스를 잇는 타트라 고산지대 일대에 케이블카 설치가 남유럽·서남 아시아산의 산양 '샤무아' 무리를 이동하게 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오릭스(Oryx)'에 발표했다.
고산지대에 케이블카의 현대화 공사로 케이블카 크기도 2배 이상 커지면서 산을 찾는 관광객이 연평균 32만3125명에서 47만9915명으로 약 50% 급증했다. 연구팀은 케이블카 설치가 이뤄진 1999~2001년(케이블카 현대화 이전)과 2008~2010년(케이블카 현대화 이후) 각각 두 번에 걸쳐 샤우마 산양 개체 수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케이블카 증가로 인해 산양의 무리 크기가 평균 5.3마리에서 3.9마리로 감소했다는 것을 파악했다.
케이블카 현대화 이후 산양이 주로 서식하는 타트라산맥 봉우리인 카스프로비 비에르히봉에서는 산양 무리가 64번 나타난 것으로 기록됐지만, 현대화 이후 36번만 기록됐다. 연구팀은 "관광객 수가 50% 증가하면 산양 무리는 해당 지역에서 떠나 숫자가 크게 줄어들었다"면서 "고산 지대에서의 케이블카 설치로 인한 관광객 증가가 동물의 생활을 방해하는 것이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무리 내 성별 구성도 달라졌다. 케이블카 현대화(2008~2010년) 이전에는 산양 수컷과 암컷 비율이 각각 8.4%, 91.6%였던 것에 비해, 현대화 이후 각각 14%와 86%로 변화했다. 케이블카 설치 이후 산양의 수컷이 암컷보다 생존하기 더 유리한 것으로 보인다.
지리산반달곰도 마찬가지다. 국립공원공단이 지난 10년간 지리산에서 수집된 반달가슴곰 위치정보 3만여건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반달가슴곰은 사람이 다니는 탐방로를 철저히 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탐방로 주변 10m 이내 반달곰 좌표가 확인된 건 불과 0.44%였다. 주변 100m 이내로 봐도 2.86%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탐방로에서 멀어질수록 반달곰의 활동 빈도는 올라갔다. 탐방로에서 1㎞사이 구간에서 좌표가 찍힌 건수의 비율은 61.4%에 달했다.
반달가슴곰은 주로 높은 지대의 험하고 바위가 많은 산림이나 숲속에 살며 후각과 청각이 매우 발달했으나 시각은 발달하지 못했다. 날카로운 발톱을 이용해 나무에 잘 오르며 바위 절벽도 잘 기어오른다. 산에 오를 때는 평지보다 빠르다. 여름에는 높은 고도에서 살다가 겨울에는 내려온다. 하지만 서식지 파괴, 밀렵으로 인해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매우 희귀해진 포유동물로 천연기념물 제329호로 지정되어 보호하고 있으며, 지리산에서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관계자는 "국내에는 복원 사업이 지속돼 방사하고 있으나 야생에 서식하는 개체 수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반달가슴곰이 인공시설 확장과 서식지 파괴로 개체수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은 다른 연구에서도 확인됐다. 중국 중산대학교 이 티엔 밍 교수팀이 국제 저널 보존과 복원 생태학(Conservation and Restoration Ecology)에 실은 중국 지린성 반달가슴곰 사례 연구를 보면, 서식처의 질은 반달가슴곰의 분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2015~2019년까지 중국 지린성 격자(15km 곱하기 15km) 지역을 설정하고 ArcGIS(지리정보체계)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반달가슴곰 서식 활동 흔적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에서 반달가슴곰은 숲, 관목 등이 집중 분포돼 있는 곳에 서식했으며 주요 도로 등을 피하는 습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곳에서도 집약적인 목재 및 광업 이용, 인공시설 확장으로 인해 서식지가 파편화되고 악화돼 반달가슴곰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다.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 여부 역시 환경영향평가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평가는 동·식물, 생태, 온실가스, 소음 등 다양한 항목으로 이뤄진다. 40년간 추진돼 온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신규 설치사업은 조건부 협의(조건부 동의)로 허가가 됐다. 케이블카를 타고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산에 흩어지면서 환경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이를 두고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은 "상부정류장 위치를 해발고도 1480m 지점에서 1430m 지점으로 낮춰 기존 탐방로와 거리를 더 확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또 케이블카 안전대책으로는 설계기준 풍속을 40~45㎧을 예측모델로 산출된 지주(기둥) 높이 최대풍속 예측치(36.91㎧)보다 높게 잡기로 했다.
환경청이 '조건부 동의' 의견을 제시하며 부여한 조건은 동물과 관련해 '산양 등 법정보호종 공사 전·중·후 모니터링과 이를 통한 피해 저감책 마련', 식물과 관련해 '학계·전문가 참여 모니터링위원회 구성과 법정보호·특이식물 추가 현지조사'를 포함하고 있다.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추진도 아직 시작점에 불과하지만, 결국 환경영향평가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각 지자체가 케이블카 설립 신청을 했다고 해도 절차가 길다"면서 "삭도법, 자연공원법 등 각종 법에 의거해 설치 지역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포함한 각종 평가를 거쳐야 인가가 나기 때문에 종합적인 검토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Oryx(2023), DOI: https://doi.org/10.1017/S0030605313001269
Conservation and Restoration Ecology(2022), DOI: https://doi.org/10.3389/fevo.2022.882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