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서울 광화문 조선비즈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객관적 증거로 괴담 수준의 주장에 대응하되, 국민의 감정을 고려한 설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오종찬 기자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1632년 ‘두 우주 체계에 대한 대화’란 책에서 당시 주류 이론이던 천동설을 배격하고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지동설을 주장했습니다. 갈릴레이의 ‘디알로고(Dialogo·대화)’처럼 심층 인터뷰를 통해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두고 한국이 두 갈래로 나뉘어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야당은 정부가 위험한 핵 폐수 방류를 방조하고 있다며 장외 투쟁에 나섰고, 정부 여당은 근거 없는 괴담(怪談)이 국민의 불안감을 증폭시켜 어민만 피해를 본다고 비판하고 있다. 야당이 “오염수가 안전하면 너나 마셔라”고 하자, 여당 의원은 우리 바닷물은 안전하다고 수산시장 수족관의 바닷물을 마시기도 했다.

문제는 객관적 정보를 제공하는 전문가인 과학자조차 입장이 다르다고 공격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야당 대표는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을 강조한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에게 ‘돌팔이 과학자’라고까지 했다. 평생 물리학과 방사선의학을 연구한 학자도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고 매도당한 것이다. 한국 과학커뮤니케이션 학계의 대표적 학자인 이덕환(69)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는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최근 논란은 과학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라며 “정치 논리에 따라 달라지는 과학은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 자문기관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과 산업기술연구회 이사 등을 지냈으며, 과학 저술로 과학기술 대중화에 앞장선 과학자이다. 불화수소(불소) 누출, 요소수 대란 같은 사회 이슈에서 언론에 정확한 과학 정보를 전달하는 데 노력했다. 전국 61개 대학의 교수 225명이 참여한 ‘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에교협)의 공동 대표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맞서기도 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저장 탱크. /연합뉴스

◇“독은 양이 결정한다, 삼중수소 양은 문제없다”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해 괴담이 판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괴담은 출처가 분명하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가 발원지다. 오염수가 위험하니 바다에 방류하지 말고 석촌호수 같은 인공호수를 파서 넣으라고 하지 않나, 일본에서 농업, 공업 용수로 쓰라고 하지 않나 정말 말이 안 되는 말을 쏟아냈다.”

–한 야당 국회의원은 ‘서 교수가 원자력 전공자인데도 오염수 안전에 크게 우려하고 있으니, 이런 분을 정부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시찰단에 포함해야 한다’고도 했다.

“야당 대표가 매도한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평생 물리학과 방사선의학을 연구한 석학이다. 오염수를 처리하면 안전하다며 ‘1L라도 마실 수 있다’고 말해 돌팔이 소리까지 들었다. 우리 국민에게 마시라고 한 것이 아니라 그만큼 안전하다고 강조했을 뿐이다. 그런데 서균렬 교수는 과학이나 상식으로 볼 때 분명 잘못된 말을 했는데도 서울대 교수를 지냈다고 믿는다고 한다. 누가 더 뛰어난 학자인가.”

–서균렬 교수가 잘못 말한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에는 한반도에서 잡은 물고기는 안전하다고 하더니, 지금은 완전히 입장을 바꿨다. 후쿠시마 사고 직후 더 많은 방사성 물질이 바다로 왔는데 그때는 안전하고, 지금은 그보다 훨씬 적은 양이 오지만 위험하다고 하면 말이 되나. 그때나 지금이나 기준치보다 훨씬 낮은 농도가 나와 문제가 없다.”

–일본이 방류하는 오염수는 처리해도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는 그대로 남지 않나.

“로마 시대 의학자인 파라켈수스는 ‘용량이 독을 만든다’고 했다. 독이라도 양이 적으면 문제가 없다. 해류는 오염물질을 분산하지 모으는 게 아니다. 일본 정부가 오염수를 처리하고 바닷물로 희석해서 방류하면 수개월 뒤 해류가 우리나라에 온다 해도 삼중수소가 처음 버린 양의 수억분의 1에 불과하다. 10분의 1, 100분의 1이라면 삼중수소가 돌아온다고 할 수 있지만 1억분의 1, 1조분의 1은 온다고 표현하면 안 된다. 국민에게는 후쿠시마에서 방류한 삼중수소가 태평양에 흩어져서 우리나라에는 오지 않는다고 설명해야 한다.”

–서균렬 교수는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지 말고 인공호수에 모아두거나 농업, 공업 용수로 쓰라고 했다.

“물은 바다로 흘러간다. 농업, 공업 용수로 써도 다 바다로 간다. 인공호수에서 물이 새지 않거나, 증발하지 않게 할 방법은 없다. 그렇게 하면 오히려 통제를 벗어난 방류가 돼 문제가 된다. 액체 오염물질은 희석해서 강이나 바다로 방류하는 것이 정석이다. 하수 처리도 그렇게 한다. 일본 정부의 통제된 방류 계획을 거부할 근거가 없다.”

–런던 협약이 방사성 물질의 해양 투기를 금지하고 있지 않나.

“런던 협약은 1972년 해양 쓰레기 투기를 막는 협약으로 영국 런던에서 채택되고 1996년에는 의정서로 승격됐다. 우리가 지금 하수를 처리해서 바다로 방류할 때도 런던 협약을 참고한다. 그전에는 그냥 바다에 버렸다. 런던 의정서가 방사성 폐기물을 바다에 버리지 못하도록 했는데, 폐기물 여부를 정하는 잣대가 방류 기준이다. 지금 후쿠시마 저장 탱크에 있는 오염수는 방류 기준을 넘어 바다에 버리지 못한다. 하지만 이를 정화해서 희석한 다음에 방류하면 제재할 근거가 없다.”

–삼중수소 농도가 낮아도 생물에 축적되면 위험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생물축적은 먹이사슬을 통해 독성물질의 농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건 참치 지방과 뼈에 중금속이 축적되는 것을 말한다. 삼중수소는 단독으로 자연에 없고 물 분자 태로만 존재한다. 물은 우리 몸에 축적되지 않는다. 삼중수소는 생물축적의 대상물질이 아니다.”

◇“진보의 과학, 보수의 과학 따로 없다”

–야당에서는 후쿠시마 오염수의 위험성을 말하는 과학자들도 있다고 주장한다.

“야당 의원이 서균렬 교수가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인데 안 믿을 방법이 있느냐고 했다. 그러면 평생 물리학과 방사선 의학을 연구한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왜 안 믿나.”

–정치적 입장에 따라 과학자들도 갈리지 않나.

“직설적으로 말하면 비과학 분야에서는 국민 건강을 챙기는 진보의 과학이 있고, 경제적 이득을 앞세우는 보수의 과학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과학 전공자들은 팩트는 하나라고 본다. 아직 모르는 것이 있지만 밝혀진 과학은 신뢰해야 한다는 믿음이 있다. 정치 따라 과학이 다른 것은 아니다.”

–과학계 밖에서는 그렇게 보지 않는 것 같다.

“신문에 후쿠시마 방류수가 안전하다고 하는 과학이 있고 그렇지 않다는 과학이 있다는 취지의 글이 실렸다. 내가 과학커뮤니케이션 관련 논문에 ‘교과서적 과학이다’고 했더니 ‘교과서에 실렸다고 다 맞느냐’는 사회과학자의 심사평이 있었다. 그런데 역사적 평가와 달리 과학은 현재 기준으로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 있다.”

–오염수를 희석하면 마시겠다고 한 과학자들이 나오고 실제 여당 의원이 수족관의 바닷물을 마셨다.

“음용수 수질 기준에 맞는다는 취지로 한 말로 안다. 오염수를 희석해서 방류하면 그 기준에는 맞는다. 수도법은 다르다. 상수원은 공장이나 농장 근처에 개발할 수 없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는 우주인의 소변을 정화해서 식수로 쓴다. 기술적으로는 어떤 물도 음용수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수질 기준이 맞는다 해도 후쿠시마 오염수는 수도법의 상수원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마시면 안 된다. 그리고 바닷물은 사람이 마실 수 있는 물이 아니다.”

–정부 여당에서는 일본보다 중국 원전에서 나오는 삼중수소가 더 많다고 반박한다.

“올바른 접근이 아니다. 중국도 일본과 같은 기준으로 봐야 한다. 문제는 중국 원전에서 발생하는 삼중수소의 절대량이 아니라 방류하는 수질이다. 양이 많아도 충분히 희석해서 내보내면 문제가 없다. 규정을 지키지 않을 때 남에게 시비를 걸 수 있지, 내가 싫어한다고 시비를 걸 수는 없다. 중국의 위험을 강조하면 해류가 우리 쪽으로 오는데 우리 어민은 어떻게 하나.”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서울 광화문 조산비즈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류할 희석 오염수는 방사성 물질의 농도로 볼 때 나중에 한반도에 돌아온다고 표현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오종찬 기자

◇“과학 아닌 사회문제, 다른 방식 접근해야”

–정부 여당은 괴담에 국내 어민과 횟집만 죽는다고 수산물 소비 운동을 벌이고 있다. 맞는 방법인가.

“과거에도 먹거리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공무원들이 직접 먹으면서 안전하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이른바 ‘먹방’이 논란을 잠재우는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오염수 논란이 과학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말인가.

“작년 12월 일본 후쿠시마 중앙TV에서 나를 인터뷰하러 왔다. 일본 기자가 ‘오염수 방류는 과학의 문제이니 과학자들이 나서서 잘 정리하면 끝날 문제’라고 하더라. 그때 사회문제이지 과학자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했다. 과학자가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식으로 도와줄 수는 있지만, 과학자가 주역이 돼서 문제를 해결할 게 아니라는 말이다.”

–사회문제라면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하나.

“이 문제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가 문제가 되는 사안이지 과학적 팩트가 이해력을 좌지우지하는 것이 아니다. 일본 정부가 처리 방법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자료를 공정하게 공개하며, 앞으로 30년 동안 계획대로 성실히 수행하겠다는 의지와 방안을 분명하게 밝힐 때 해결이 되는 것이다.”

–정부도 그렇게 하겠다고 수차례 밝혔지만, 국민은 여전히 불안해한다.

“내 생각엔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후쿠시마 근해가 일본의 황금 어장이다. 일본 수산물 절반이 거기서 나온다고 한다. 일본이 방류하는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하니 후쿠시마 수산물이 다시 수입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오염수를 기준 이하로 처리해서 방류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는 우리 주권이다. 안전해도 국민이 원치 않으면 수입하지 않아야 한다. 정부가 그 원칙을 처음부터 강조했어야 한다.”

–후쿠시마 항만에서 잡힌 우럭에서 기준치 180배나 되는 방사성물질인 세슘이 나왔다고 한다.

“사고 직후 나온 방사성 오염물질이 앞바다 개펄에 쌓여 있기 때문이다. 우럭은 방사능 오염을 측정하기 위한 표지 생물로 둔 것이다. 정기적으로 잡아서 오염 상황을 본다. 그물로 막아 놓아 밖으로 나가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도 원전 바로 앞의 내항에서는 상당 기간 오염된 물고기가 나올 것이다. 이런 정보의 의미를 제대로 설명해야지 괴담만 말하면 안 된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가 서울 광화문 조선비즈에서 기진 인터뷰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는 끝이 아니라 사고 원전 폐로 작업의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오염수보다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문제가 많이 남아있다는 것이다./오종찬 기자

◇“전문가가 사회문제 볼 능력 갖춰야”

–설득의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말인가.

“과학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증거의 설득력이 있고, 대중을 설득시키는 설득력의 크기도 있다. 두 가지가 항상 같이 가지는 않는다. 과학적으로 명백한 증거가 반드시 대중에게 설득력이 큰 것은 아니다.”

–어떻게 하면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 합의에 이르도록 할 수 있나.

“전문가가 먼저 사회문제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물론 오염수 처리 과정을 알고 얘기를 해야 한다. 그러나 국민이 무엇 때문에 불안해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일본이 하루에 방류하려는 120톤은 400명이 쓰는 수돗물에 해당한다. 말하자면 태평양 앞에 100가구가 사는 아파트를 세워두고 거기서 나오는 하수를 처리해 버리는 정도이다, 그걸 못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문제가 된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명박 정부 때 광우병 파동을 기억하나. 그때 한미 정상이 골프를 치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결정했다. 당시 한우 농가 보호가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였다. 국민은 축산농가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를 너무 가벼이 처리한 데 분노한 것이다. 단순히 괴담이라 하지 말고 그런 문제를 챙겨야 한다.”

–오염수 방류 논란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처리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데.

“오염수를 방출해야 그 공간에서 원전 폐로 작업을 할 수 있다. 오염수만 내보내면 문제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원자로를 해체하고 방사성 폐기물을 꺼내야 한다. 더 위험한 일들이 많이 남아있다. 처음에 차분하게 이런 내용을 설명해야 했는데, 지금은 오염수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됐다. 분명히 말하지만, 오염수를 다 방류한다고 해서 사고 지역이 다시 사람이 들어가 살 수 있는 곳이 되는 게 아니다.”

☞이덕환

서울대 화학과를 나와 미국 코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34년간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를 지내고 정년 퇴임했다. 대한화학회 회장(2012)을 역임했고,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 협의회(에교협)’ 공동 대표를 맡았다. 국내 대표적인 과학 저술가로 과학기술・교육・에너지・환경・안전・보건의료 등 사회 전반에 대해 3000여편의 칼럼・학술 논문을 발표했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와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를 비롯해 교양 과학 서적 30여권을 번역했고, 과학기술훈장(웅비장)・대한민국과학문화상・과학과사회소통상(한국과학기자협회) 등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