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임웍스가 2017년 스위스 취리히 힌빌 지역에 세계 최초로 지은 직접탄소포집(DAC) 공장. /클라임웍스

스위스 기후기업 '클라임웍스'는 아이슬란드 남부에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돌로 만드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기술은 자연에서 암석이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클라임웍스 대기에서 흡수한 이산화탄소를 암석으로 만든 것이다. 자연에선 수천 년 걸릴 과정을 몇 달 만에 끝내는 기술이다.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엄청난 열과 압력이 필요한 다이아몬드 제작에 쓰이기도 하고, 작물 재배를 위한 온실에도 공급하는데 쓰인다.

노르웨이의 톰라는 폐기물 수집·선별업체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앞선 기업이다. 재활용 가능한 빈 용기를 자판기에 넣으면 포인트가 지급되는 자판기를 개발한 곳이다. 일본 섬유업체인 스파이버는 식물 유래의 인공 단백질 소재를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스파이버가 개발한 브루드 프로테인(Brewed Protein)은 100% 친환경 소재로, 동물성 소재를 대체함으로써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기여할 수 있다.

스위스 클라임웍스와 노르웨이 톰라, 일본의 스파이버는 모두 기후 기술을 활용해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조원인 스타트업)으로 성장한 회사들이다. 세계 각국이 지구 온난화라는 난제를 극복하고 미래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기후테크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도 2030년까지 국내 기후테크 유니콘 기업 10개를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IT 스타트업 창업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국내에서 세계를 주도할 기후테크가 탄생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세계 기후기술 유니콘 83개

기후테크 산업은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 기술을 활용하는 모든 연관 산업을 일컫는 말이다. 기존에는 날씨 관측 등의 기술에 한정된 개념이었지만 기후위기가 현실화되면서 카본(탄소), 클린(에너지), 에코(환경), 푸드(농식품), 지오(기후 관측 및 적응) 등 5대 분야로 확장됐다. 예를 들어 CCUS(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 대체육 산업, AI(인공지능) 로봇을 통한 폐기물 처리·재활용, 온실가스 분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탄소중립에 필요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들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은 이제 첫발을 뗐지만 미국과 유럽에서는 기후테크 유니콘들이 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다. 글로벌 교육산업 조사기관 홀론IQ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전 세계적으로 총 1800억달러(약 235조) 이상의 가치를 가진 기후 기술 유니콘이 83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양을 모방한 핵융합 발전 기술을 가진 보유한 미국 '커먼웰스 퓨전 시스템즈'도 이 중 하나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이 2030년까지 핵융합 발전을 상용화하기 위해 설립했다. 이 회사는 핵융합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소형 발전소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핵융합 에너지는 방사성 폐기물이 나오는 원전이나 화석연료를 쓰는 기존 발전과는 달리 친환경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핵융합은 가벼운 중수소와 삼중수소들이 융합해 무거운 원자핵으로 바뀌는 현상이다. 이 기업은 국제학술지 '플라스마 물리학 저널'에 2025년 완전 가동이 가능한 핵융합로 '스파크(SPARC)'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을 무려 7편이나 발표하며 과학계의 찬사를 이끌었다. 빌 게이츠, 구글과 세일즈포스 등 글로벌 '큰손'들도 투자를 한 곳이다.

대체에너지 전문기업 선파이어는 독일에서 탄생한 유니콘이다. 선파이어의 고온 전기분해는 재생 가능한 전력으로 작동되는 증기에서 수소를 생산한다. 일반적으로 석유 등 화석 연료를 산소와 혼합해 연소시키면 물과 이산화탄소가 만들어지면서 열에너지가 나오는 것이 내연 기관의 일반적인 형태다. 선파이어는 물과 이산화탄소만을 원료로 해 일종의 '인공 석유'를 만들어내는 기술을 갖고 있다. 이 기업이 제조한 전력 에너지 액화 공정(POWER-TO-LIQUIDS)이란 신기술은 70%라는 높은 에너지 변환 효율을 가지고 있다. 이 공정은 섭씨 800도로 가열한 물을 전기 분해한 후 여기서 얻어지는 수소를 이산화탄소와 반응시켜 탄화수소를 만드는 방식이다. 이렇게 만든 원료를 다시 가공하면 디젤 연료가 만들어진다. 화석 연료 고갈 및 온실가스 문제를 대체할 에너지원을 창출할 수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8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기후테크 기업 (주)수퍼빈을 방문해 김정빈 대표이사의 안내를 받으며 공장시설을 참관하고 있다./연합뉴스

◇ 쓰레기·재활용 기술도 주목

첨단 IT 기술을 활용한 '쓰레기 처리' 스타트업도 주목받는 분야다. 미국 루비콘, 노르웨이 톰라는 '쓰레기 업계'의 대표 유니콘이다. 미국 루비콘은 AI·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쓰레기 수거 업체에 최적의 수거 시간·경로를 알려준다. 소비자에게 배출한 쓰레기 중 얼마나 많은 양이 매립되는지 안내하기도 한다. 루비콘의 고객사는 전 세계 20개국, 1만여개 이상의 수거·운반·재활용 기업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아마존, 스타벅스, 코트스코 등도 대표 고객이다. 세일즈포스 창업자 마크 베니오프 등으로부터 투자받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톰라는 세계 1위 재활용 장비 업체로, 유럽연합(EU) 전역에 재활용 로봇을 공급하고 있다.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의 60~70%를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의 재활용률은 폐기물 업계 평균의 2배를 넘는다.

친환경 인공 섬유를 개발한 유니콘도 일본에서 탄생했다. 의류 소재로 널리 사용되는 울이나 캐시미어와 같은 동물성 소재는 코튼이나 폴리에스테르와 비교했을 때 많은 양의 온실 가스를 배출한다. 스파이버는 자연 상태의 거미가 체내 박테리아로 거미줄을 합성하는 것에 착안해 2010년 인공 거미줄을 처음 만들었다.

이런 인공 거미줄 소재는 DNA를 변형한 박테리아다. 박테리아로 1g의 거미줄을 합성하면 9㎞에 달하는 섬유를 얻을 수 있다. 식물 유래의 바이오매스를 주요 원료로 하는 인공 단백질은 스파이버의 독자적인 미생물 발효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단백질 소재로서 의료용 재료나 차세대 경량 복합 재료에 쓰이는 첨가제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구글과 MS

탄소 배출량 공시 의무가 확대되고 기업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며 탄소중립 관련 산업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기후테크 산업 규모가 2016년 169억달러(약 22조원)에서 2032년 1480억달러(약 192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일찌감치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0억달러 규모 기후혁신기금을 내놓으며 오토그리드, AMP로보틱스, 아클리마, 블록파워, 카본큐어 등 스타트업을 지원했다. 구글도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일렉트릭피쉬, 애그롤로지 등을 발굴했다. 아마존은 친환경 청정 에너지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20억달러 규모의 벤처캐피털(VC) 기후서약펀드 출범을 발표, 기후테크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2030년까지 기후테크 산업에 민·관 합동으로 약 145조원 규모까지 투자를 확대해 국내 기후테크 유니콘 기업 10개를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그룹에서 135조원의 민간 투자를 유치할 예정이다.

국내에서 혁신 기후테크 유니콘이 나오려면 정부뿐 아니라 민간 기업이 힘을 합쳐 투자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후테크에 가장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미국과 캐나다 등은 구글 등 공룡기업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가능성 있는 기업을 발굴하는 데 주력하고 친환경 시장이 선순환하는 데 실질적 기여를 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정부 뿐 아니라 삼성이나 네이버 등 대기업들과 기관투자자들이 기후테크 등 녹색금융에 관심을 갖고, 시장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더욱 성장이 빠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