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비 키어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자유대 생태및진화학과 교수 연구진은 곰팡이로 팔미라 환초의 생태계를 살리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그램 게일,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

팔미라섬으로 흔히 불리는 '팔미라 환초(Palmyra Atoll)는 하와이 제도의 정남쪽 1600km에 있는 길이 4.7km, 너비 6.8km의 산호로 둘러싸인 섬이다. 광범위한 암초와 석호 3개, 코코넛 야자와 피소니아 나무로 덮인 26개 모래섬과 바위섬들이 아름다운 고리모양을 이루고 있다. 지금은 세계 최대 해양보호구역의 일부지만 이곳은 한때는 전쟁이 가져온 환경 파괴의 아픔을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미 해군은 이 환초의 수로를 준설하고 공군 활주로를 닦고 연료와 탄약을 섬에 쌓아두기 시작했다. 미군은 전쟁이 끝날 때까지 병력 6000명이 머무는 기지로 활용하며 자연림을 없애고 환초 전역에 군수품과 기타 폐기물을 버렸다. 항공기와 비행장 운영에 필요한 발전에 사용되는 연료, 각종 폐기물이 땅속에 스며들면서 심각한 토양 오염이 나타난 것이다.

섬의 생태를 되돌리려는 다양한 노력이 진행되는 가운데 최근 네덜란드 연구진이 토양 속 공생 곰팡이로 섬 생태계를 살리는 방법을 개발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21일(현지 시각)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팔미라 환초의 환경을 되돌리기 위해 땅속 곰팡이를 연구하는 토비 키어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자유대 생태및진화학과 교수의 연구를 소개했다.

팔미라섬에서는 2000년대 이후 2차 세계대전 중 이 섬에서 진행된 환경 파괴와 생태 교란을 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다양한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물론 국제자연보호협회가 나서 막대한 예산을 쏟아 인간이 외부에서 가져온 침습성 야자나무를 제거하고 섬에 서식하는 쥐 박멸에 나서며 환경을 전쟁 전으로 되돌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수많은 활동가들과 과학자들이 섬에 원래 살던 토종 식물을 새로 심었지만 섬의 회복 속도는 더뎠다.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했다. 연구진은 섬의 나무뿌리 주변에서 토양 시료를 채취해 실마리를 찾기 시작했다.

분석 결과, 일부 곰팡이가 식물의 뿌리와 공생체를 이뤄 식물이 토양에서 영양분과 물을 흡수하도록 돕는 것으로 나타났다. 균류의 실 모양 세포인 '균사'가 토양에서 뿌리의 도달 범위를 확장하는 역할을 한 것이다. 또 토양 입자를 묶어 침식을 방지하는 역할도 했다.

연구진은 이 곰팡이를 섬 토양 복원에 활용하면 황폐해진 곳에서도 생물 다양성을 개선하고 재생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미국 중서부의 버려진 농경지에서는 곰팡이와 식물 뿌리의 공생체를 도입해 초원 복원 성공률이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각종 토양 미생물은 생태계 전체에 바이오매스 생산량을 64%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과학자들은 곰팡이로 팔미라 환초의 생태계를 복원하면 섬 생태계를 광범위하게 복원하는 시험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섬은 지구 생물 다양성의 약 20%가 고립된 상태에서 진화하는 고유종 서식지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위태롭고 교란된 생태계"라며 "다시 토종 나무를 심어 번성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지역을 다시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홀리 존스 미국 북부일리노이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우리가 섬을 제대로 복원할 수 있다면 세계의 생물 다양성 위기를 역전시키는 데 큰 영향을 미칠 능력을 갖추게 된다"고 말했다. 국제자연보호협회의 팔미라 프로그램의 알렉스 웨그만 과학 책임자인은 "섬은 전 세계적으로 보존해야 할 우선순위에 있지만, 성공적 복원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하다"며 "토양 미생물 군집은 효과적으로 복원하고 보호하기 위해 탐색해야 하는 마지막 미개척지 중 하나"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현재 섬의 지하 생물 다양성을 조사해 균류의 영향을 자세히 연구하고 있다. 캐비르 피 미국 스탠퍼드대 생물학과 교수는 "섬의 토착 식물과 곰팡이의 공생체 군집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한다"며 "서식지에서 어떤 곰팡이 종이 식물을 잘 자라게 하는지 파악할 것"이라 밝혔다. 피 교수는 "인간 활동으로 유입된 미생물이 토양의 특성을 지울 가능성이 있어 분류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자연보호협회는 2000년 지금까지 섬 구매 계약 가운데 가장 비싼 약 3000만 달러로 섬을 사들였다. 지금도 섬에 들어가려면 허가를 받아야 할 정도로 엄격한 관리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