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요', 파리매, 대상/Pete Burford/영국 왕립곤충학회 사진전

펜싱 선수의 마스크처럼 까만 겹눈이 아래위로 겹쳐 있다. 주인공은 파리매. 이름처럼 파리나 벌을 잡아먹는 육식성 곤충이다.

영국의 아마추어 사진작가 피트 버포드(Pete Burford)는 2년 반 전 코로나 19 대유행 봉쇄조치로 집에 머물 때 우연히 파리매 암수가 짝짓기하는 장면을 촬영하고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요(It takes two)’란 재미있는 제목을 붙였다.

영국 왕립곤충학회는 버포드의 파리매 사진을 올해 곤충주간 사진전 대상으로 뽑았다. 곤충주간은 19일부터 25일까지 열린다. 곤충학회는 이번 주부터 내년 사진전 출품작을 받기 시작했다.

'방금 샤워 마쳤어요', 실잠자리, 18세 이하 대상/Gustav Parenmark/영국 왕립곤충학회 사진전

18세 이하 부문 대상은 스웨덴의 16세 소년 구스타프 파렌마크(Gustav Parenmark)가 찍은 ‘갓 샤워를 마치고 나온 푸른 꼬리 실잠자리’가 선정됐다. 연못에서 애벌레로 있다가 성충이 돼 물에서 나온 모습을 막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고 표현한 것이다. 샤워를 하면서 비누 거품을 제대로 씻지 못했는지 실잠자리 머리에 공기방울이 매달려 있다.

이번 사진전에는 34국에서 700여점이 출품됐다. 올해 수상작은 버포드의 파리매 사진을 포함해 총 24점이다. 심사위원장인 팔머스대의 팀 코커릴(Tim Cockerill) 교수는 “아마추어 곤충 사진의 수준이 계속 향상돼 갈수록 심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곤충이 우리 삶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인간이 곤충을 위해 해야 할 역할에 대해 공감대가 만들어지면서 곤충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성인 부문 2등은 마크 브로워(Marc Brouwer)의 꼬리박각시나방 사진이 차지했다. 나방이 마치 벌새처럼 공중에서 정지한 채 주둥이를 내밀어 꿀을 먹는 모습을 찍었다.

'꼬리박각시나방', 2등/Marc Brouwer'/영국 왕립곤충학회 사진전

나방 사진이 나비를 제치고 2등을 차지한 것은 최근 생태학계에서 나방의 역할에 대해 관심이 높아진 것과 일맥상통한다. 영국 셰필드대 연구진은 지난 5일 국제 학술지 ‘생태학보(Ecology Leetes)’에 “나방이 나비 못지 않게 식물의 꽃가루받이에 기여한다”고 발표했다.

나방은 주로 밤에 피는 꽃을 찾아 꽃가루받이를 돕는다. 셰필드대 연구진에 따르면 도시에 사는 식물의 3분의 1이 나방 덕분에 꽃가루받이를 한다. 하지만 지난 50년 사이 나방 개체수가 33%나 감소해 나방에 꽃가루받이를 의존하는 농작물과 식물에 위협이 되고 있다.

18세 이하 부문 2등상은 뉴질랜드의 로사 던바(Rosa Dunbar, 17)가 찍은 사마귀 사진에 돌아갔다. 던바는 뉴질랜드 고유종인 사마귀를 촬영했다. 스웨덴의 구스파프 파렌마크는 18세 이하 대상에 이어 개미가 잠자리를 끌고 가는 사진에 ‘줄다리기’란 제목을 붙여 출품해 우수상까지 받았다.

'뉴질랜드 사마귀', 사마귀, 18세 이하 2등/Rosa Dunbar/영국 왕립곤충학회 사진전

참고자료

Royal Entomological Society Insect Week, https://www.insectweek.org/art-and-photography/

Ecology Letters, DOI: https://doi.org/10.1111/ele.14261

'졸고 있는 실잠자리', 우수상/Bailey Carswell-Morris/영국 왕립곤충학회 사진전
'대모등에붙이', 우수상/Marc Brouwer/영국 왕립곤충학회 사진전
'버섯 옆에 있는 사마귀의 역광 사진', 가작/Panagiotis Dalagiorgos/영국 왕립곤충학회 사진전
'길앞잡이', 가작/Benjamin Salb/영국 왕립곤충학회 사진전
'돌연변이 분홍 메뚜기', 가작/Beverley Brouwer/영국 왕립곤충학회 사진전
'들어와요', 뒤영벌, 가작/Raymond J Cannon/영국 왕립곤충학회 사진전
'줄다리기', 개미와 잠자리, 18세 이하 우수상/Gustav Parenmark/영국 왕립곤충학회 사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