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공우주국(NASA)의 지구관측위성 수오미 NPP가 촬영한 지구의 야경. 밤을 낮처럼 밝히는 인공 조명 때문에 대도시 지역이 밝게 보인다. /NASA

전세계 인구 10명 중 8명이 광공해(光公害)에 시달리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밤거리의 발광다이오드(LED) 조명등과 늘어나는 인공위성이 광공해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광공해가 동식물과 인간의 생존에 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사회적인 불평등을 조장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국가별, 지역별 빈부 차에 따라 인공 조명을 사용하는 혜택, 광공해로 인한 피해 정도가 다르다는 얘기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는 15일(현지시간) 지난 15년 간 학계에 보고됐던 광공해 관련 연구를 총망라한 특집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광공해를 줄이려면 인공 조명의 영향을 정량화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그 기준에 맞게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는 주로 광공해가 동식물과 인체에 미치는 영향만 주목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광공해가 환경과 경제, 문화, 사회 등 인류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전세계 인구 83% 광공해 영향

광공해는 밤을 밝히는 인공 조명이 지나치게 밝거나 너무 많아서 오히려 해가 되는 것을 말한다. 광공해를 일으키는 인공 조명은 가로등, 옥외 간판, 광고판, 차량, 건물 외관을 비추는 조명 등이다.

스페인 카나리스제도천체물리학연구소의 안토니아 페레즈 연구원은 이날 사이언스에 “전 세계 인구 83%가 광공해에 오염된 하늘 아래에서 살고 있으며, 북위 75도에서 남위 60도 사이에 있는 세계 육지 표면의 23%가 광공해에 오염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페레즈 연구원은 “천문학자들은 급격히 증가하는 광공해 오염원으로 저궤도에 있는 대규모 위성들, 더 많은 청색광 등을 생성하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지목한다”며 “이런 인공조명(ALAN)으로 광공해 수준이 높아지면서 눈에 보이는 하늘에서 별이 지워지고 있으며 이는 과학적, 환경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10년 전보다 적은 수의 별이 보이는 원인으로 ‘위성 별자리’ 인공위성 군집을 지목한다. 아마존과 스페이스X 기업 등 산업계가 추진하는 인공위성 프로젝트는 밤하늘에서 별이 보이지 않도록 하늘을 밝게 만드는 광공해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스페이스X가 쏘아올린 인공위성 ‘스타링크’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올해 2월 기준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 3580기를 운용 중이다. 이 회사는 스타링크 위성을 1만2000기로 늘리는 계획을 세웠으며, 4만2000기로 규모를 확장하겠다는 장기 목표도 갖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도 위성 3236기를 쏘아 올려 인터넷 서비스를 하는 ‘카이퍼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년 내 위성 수만기가 400~1200㎞의 낮은 고도에서 궤도를 돌고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2020~2022년 사이에 활성화된 위성 수는 50% 이상 증가했다. 올해까지 하늘에 떠 있는 위성 수는 8000기에 이를 것으로 조사됐다. 2030년까지는 5만8000여기가 발사될 것으로 예상된다.

천문학계는 초대형 인공위성 군집으로 인해 우주에 떠 있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진짜 별’을 관측하는 것이 어렵다고 비판한다. 지금도 지구 궤도를 도는 수많은 위성에서 반사된 빛이 천문 관측을 방해하고 있는데, 초대형 위성군이 추가되면 광공해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전문가들은 인공위성 6만5000기가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고 가정하면 반사된 햇빛으로 밤하늘이 0.5%까지 밝아진다고 추산했다.

인공위성과 조명 등에 따른 광공해로 밤하늘이 밝아지면서 인간이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독일 지구과학연구센터(GFZ)의 크리스토퍼 키바 박사 연구팀이 지난 1월 사이언스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1~2022년까지 별 관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기간중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이 줄어드는 것을 통해 밤하늘의 밝기가 연간 9.6%씩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현재와 같은 속도라면 250개의 별을 볼 수 있는 곳에서 태어난 아이는 18세가 될 쯤에는 100개 정도밖에 볼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페레즈 연구원은 “현재까지 초대형 위성별자리가 천문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규정은 없다”면서 “일반적으로 더 높은 궤도에 있는 위성 별자리는 천문 관측에 더 큰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청색광을 내는 LED 사용 증가도 광공해를 유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도시에서도 가로등과 가정의 조명을 LED로 속속 교체하고 있다. 청색광처럼 짧은 파장의 빛은 대기에서 더 쉽게 산란돼 밤하늘을 밝게 하는 원인이 된다. 조명이 내뿜는 청색빛은 다른 색보다 공기 중에 훨씬 더 잘 퍼져나간다. LED 판매량은 2017년에서 2022년까지 연평균 18%씩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페레즈 연구원은 “LED 시장 확대에 관여하는 많은 유형의 LED 조명은 대기 중에 더 강하게 산란되는 청색광의 많은 부분을 방출하는 부적절한 색온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두운 밤하늘을 보존하는 데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광공해로 밤하늘에서 사라지는 별./미 국립 광학적외선천문학연구소(NOIRLab)

◇낙후된 지역일수록 광공해 심해

학계에서는 현재 세계 인구의 약 83%가 광공해를 겪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점점 더 강해지고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전 세계인 10명 중 8명 이상이 밤 동안 밝은 빛에 시달린다는 뜻이다. 인공 조명을 지나치게 많이 켜면 그만큼 막대한 양의 전기가 쓰인다.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물론, 온실가스 배출량도 늘어난다.

지구상 모든 동식물과 인간의 생체 주기는 해가 뜨고 지는 것에 맞춰져 있다. 물에 사느냐, 땅에 사느냐에 따라 정도가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의 생물은 일주기에 따라 낮 또는 밤에 활동한다. 그래서 인위적으로 밤을 낮처럼 밝게 만들면 동식물과 인간의 생체리듬은 일주기를 인식하지 못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 뇌가 빛의 변화를 인식해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을 분비하기 때문이다. 생체리듬이 오랫동안 망가지면 암과 심혈관질환, 고혈압, 우울증 등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문제는 이런 부작용은 천천히 나타나는 탓에 대개는 광공해로 인한 피해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밝은 조명이 일상에 혜택만을 준다고 생각하기 쉽다. 폴란드 폴란드 그단스크 공대와 오스트리아 빈 의대, 미국 토머스제퍼슨대 연구진은 야간에 조명을 많이 밝히는 것이 ‘부와 안전의 상징’으로 여겨지면서 오히려 광공해가 더욱 심각해졌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국가별 경제성장 정도를 비교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인공위성이 찍은 야간 지구 이미지에 나타난 빛의 세기와 범위를 비교한다. 실제로 이렇게 유추한 결과는 국가별 국내 총생산과도 비례한다.

어떠한 지역에선 아예 인공 조명을 볼 수 없거나, 반대로 극심한 광공해에 시달리는 사회적인 불평등이 나타난다. 연구진은 저소득 국가와 농촌 지역에서는 오히려 인공 조명이 부족해 일의 능률이나 학업 성취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역에서는 주로 목재와 석탄, 등유를 연료로 사용해 화재 사고나 호흡기 질환이 발생할 위험도 높다. 부유한 지역에서는 밤에도 낮처럼 활동할 수 있어 일상이 안전하고, 활동 시간이 길어지며 경제도 더욱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과 대조된다.

연구진은 도시 중에서도 비교적 낙후한 곳은 인공 조명을 무분별하게 늘려 광공해 피해가 크다고 설명했다. 반면 서구 대도시 부유한 지역은 조도와 세기 등을 자연과 인체에 해롭지 않도록 잘 설계한 인공 조명을 설치한 덕분에 오히려 피해가 적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광공해를 줄일 수 있도록 인공 조명의 양과 세기에 대한 연구를 계속 하고, 이를 토대로 모든 지역에서 조명을 건강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인 모두가 밤에도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어야 하고, 공공 조명으로 인해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보호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동식물과 인류의 건강과 생태, 사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광공해를 줄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림은 가장 왼쪽부터 '인공 조명이 없었던 산업혁명 이전의 도시', '인공 조명을 사용하는 현재의 도시', '무분별한 조명 사용으로 광공해가 심각한 미래 도시', '기술과 정책으로 조명 사용을 제한해 광공해가 거의 없는 미래 도시'. /Science, University of Gävle, Netherlands Institute of Ecology

◇광공해 측정하는 기술 개발도 필요

광공해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당연히 ‘꼭 필요한 조명만 켜고 나머지는 끄는 것’이다. 스웨덴 예블레대와 네덜란드국립생태원 연구자들은 동물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으로 야행성 동물이 활동하는 시간과 경로를 고려해 조명을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슬로바키아과학원과 코메니우스대 연구진은 인공 조명에서 나오는 청색광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빛 중에서도 380~50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파장에 속하는 청색광이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를 방해해 생체리듬을 망가뜨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광공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광공해를 수치화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래야만 기준을 정하고 법적 규제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슬로바키아과학원 연구진은 지구 저궤도 위성과, 빛의 세기와 밝기 등을 재는 ‘광도계’, 하늘 전체를 찍는 ‘전천 카메라’ 드론을 이용해 광공해를 감시하자고 제안했다. 구름의 양이나 지형 등에 따라 빛의 영향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관측 데이터에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한 분석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마틴 모건테일러 영국 드몽포르대 비즈니스및법학과 교수는 한국과 프랑스 등의 사례를 들며 인공 조명을 법적으로 제한하면 전기 낭비와 광공해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국가들은 에너지를 절약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겠다는 목적에서 인공 조명을 켜는 시간과 밝기 등을 제한한다. 프랑스에서는 야간 조명으로 청색광을 쓰지 못하며 색온도 2400~3000K인 주황색 조명을 쓸 수 있다. 조명의 밝기는 10만 루멘을 넘지 못한다. 한국에서는 주거용, 상업용 건물에 설치하는 조명과 광고판에 대해 각각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위반하면 조명을 끄게 하거나 처벌한다.

모건테일러 교수는 법적 규제만큼 광공해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언제나 조명을 켜야 한다’, ‘조명은 밝을수록 좋다’, ‘조명이 밝아야 안전하다’ 같은 선입견을 깨고 시간과 장소에 따라 적절한 조명과 빛의 세기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대중의 인식이 변해야만 실질적으로 광공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별 보이는 밤하늘의 오아시스 지켜야

이미 세계 주요 전문 천문대의 3분의 2는 인공 빛으로 인한 산란광으로 인해 국제천문연맹(IAU) 임계값으로 설정한 10%를 초과하는 광공해 영향을 받고 있다. IAU는 자연 상태의 밤하늘보다 10% 이상 밝은 상태를 광공해로 규정하고 있다. 어두운 밤하늘을 지붕으로 삼은 천체 관측을 할 수 있는 명당자리를 찾기는 갈수록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1979년 IAU는 광공해가 자연 밝기의 10% 이내인 곳을 천체 관측소 입지 기준으로 제시했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밤하늘 광공해는 이미 ‘레드라인’에 도달했다고 과학자들은 경고한다.

하지만 광공해에 맞선 노력이 새로운 경제 효과까지 낳고 있다. ‘천체 관광’ 인증과 교육에 대한 수요는 지난 5년간 약 300% 이상 증가해 수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여러 지역에서 1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제공했다.

전문가들은 광공해로부터 밤하늘을 지키는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밤하늘이 법적으로 보호되는 지역을 ‘어두운 하늘의 오아시스’라고 일컫는데, 현재 전 세계 30여개 국가에 약 20만㎢ 이상의 영토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는 국제기관으로부터 인증된 곳이다. 페레즈 연구원은 “천체 관광은 천문학에 대한 인식을 전파하는 데 도움이 되며 농촌과 미개발 지역의 인구 감소에 대한 도구를 제공해 기술 및 과학 기술을 갖춘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도 기여한다”면서 “어둡고 고요한 하늘을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IAU는 2022년에 위성 별자리 간섭으로부터 어둡고 조용한 하늘을 보호하기 위한 기구를 설립했다. 유엔 지속가능한발전(SDG) 목표에 따라 ‘하늘의 질과 별빛에 대한 접근’도 아젠다로 추가됐다. 페레즈 연구원은 “천문학은 가장 오래된 과학이고 과학 기술 발전을 돕기 위한 수단”이라면서 “어두운 하늘에 접근하는 것은 인류 생계와 문화 발전에도 필요하며, 농촌 등 지역 사회 미래 세대를 위해 반드시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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