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미국의 과학시추선인 '조이데스 레졸루션(JOIDES Resolution)'호에 탑승한 국제 탐사팀이 대서양 바닥에서 지구 맨틀 덩어리를 수집하는 데 성공했다./조이데스 레졸루션 블로그 캡처

국제 연구진이 북대서양 한복판 깊은 바다의 해산에서 지구의 맨틀 조각을 끌어올리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다.

미국을 포함해 세계 21개국 과학자 24명으로 구성된 국제해양탐사프로그램(IODP) 연구진은 최근 "1000m깊이의 구멍을 뚫어 맨틀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지구는 가장 바깥층부터 지각과 맨틀, 외핵과 가장 깊은 곳에 내핵으로 이뤄져 있다. 맨틀은 지구에서는 지각 바로 아래에 있으면서 외핵을 둘러싸고 있는 두꺼운 암석층이다. 비교적 구조가 단순해 보이지만 지표에서 맨틀까지 평균 거리만 30~35㎞에 이를 정도로 맨틀은 깊은 곳에 있다. 인간이 지금까지 뚫은 가장 깊은 시추공은 러시아와 노르웨이 국경에 있는 콜라 슈퍼딥 시추공으로 깊이가 12.262㎞에 머문다.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맨틀의 성분을 화산 폭발을 통해 나온 암석과 같을 것으로 추정해왔다. 마그마가 지상에서 분출한 성분을 분석한 결과 상부 맨틀의 주성분이 감람암일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암석이 표면으로 올라오면서 풍화돼 맨틀 내부의 정확한 성분을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연구진은 비교적 온전한 맨틀 시료를 얻기 위해 지난달 1일부터 대서양의 '애틀란티스 매시프'에서 미국의 과학시추선인 '조이데스 레졸루션(JOIDES Resolution)'호에 탑승해 'U1601C'라는 구멍을 뚫기 시작했다. 이곳은 매우 느린 해저 확장을 통해 맨틀 암석이 지표면에 가깝게 올라와 있다. 연구진은 시추를 시작한지 20일 만에 깊이 약 1㎞지점에서 대량의 맨틀 시료를 채취하는 데 성공했다. 앤드류 맥케이그 IODP 공동 수석 과학자는 "수십 년 동안 과학계를 먹여 살릴 소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시추한 시료는 추출 과정에서 암석이 바닷물에 노출되며 일부 변형이 생긴 것으로 확인됐다. 과학자들은 이를 두고 상부 맨틀의 진정한 표본으로 볼 수 있을지, 하부 지각의 암석으로 봐야 하는지 의견이 분분하다. 연구진은 "맨틀에서 확보한 막대한 양의 암석을 처리하느라 너무 바빠서 샘플을 자세히 연구할 기회가 없었다"며 "계속해서 더 깊은 곳에서 암석을 시추해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맨틀은 열 흐름에 따라 움직이며 지각의 판 구조를 움직여 화산이나 지진을 유발한다. 연구진은 이번에 확보한 시료를 이용해 상부 맨틀의 성분을 알면 화산 활동에 대한 연구도 진척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선 맨틀 암석과 물 사이의 화학 반응이 어떻게 생명체를 발생시킬 수 있는지 살펴볼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동 수석 과학자인 수잔 랭은 "반응 과정에서 나오는 수소는 작은 유기 분자 형성을 위한 연료가 된다"며 "이후 다른 유기 분자와 결합해 초기 생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