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봄철 남해안 일대에서 식중독을 유발하는 독소를 내뿜는 해양플랑크톤이 수온 변화에 민첩한 적응력을 보인다는 사실이 처음 밝혀졌다. 마비성 패류 독소가 봄철에만 그치지 않고 다른 계절에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대책이 요구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24일 "매년 3~6월 중 남해안 일대에서 식중독 증상을 일으키는 마비성 패류 독소의 발생 주요 원인 종인 '알렉산드리움(Alexandrium)'이 수온 변화에 뛰어난 적응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마비성 패류독소는 '알렉산드리움'과 '짐노디니움'이라는 해양 플랑크톤이 생산하는 물질인 삭시톡신(saxitoxin)을 뜻하는 말로, 주로 플랑크톤을 먹은 조개류에 축적된다. 삭시톡신이 축적된 조개류를 사람이 먹으면 두통과 메스꺼움, 구토, 근육 마비 같은 중독증상을 보이고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국내에선 봄철 경남 진해만에서 자주 발생하는데, 이는 이 시기 독소를 가진 '알렉산드리움'이 대량 증식하기 때문이다. 알렉산드리움은 한반도 연안에서 마비성 패류 독소를 생산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이름으로 2개의 편모를 가지고 있다.
신현호 KIOST 남해연구소 해양시료도서관 책임연구원과 이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손문호 국립수산과학원 박사 연구진은 최근 진해만에서 마비성 패류 독소 발생 시기가 봄철에 집중되지 않고 다른 계절까지 확대되어 나타나는 양상을 보인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알렉산드리움의 생태학적 변화를 살펴보는 과정에서 여름과 겨울철 진해만에서 채취한 퇴적물에서 분리한 '알렉산드리움' 씨앗인 휴면포자가 다른 유전형을 가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또 이들 유전형이 수온의 계절적 변화에 잘 적응을 하고 염분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고 언제든 발아하는 생존 전략을 가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과학계에선 지금까지 알렉산드리움의 휴면포자가 휴면기를 거치며 어떤 환경적 자극에도 싹을 틔우지 않는다고 알려져 왔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퇴적물에서 알렉산드리움 휴면포자가 휴면기와 관계 없이 넓은 온도 범위에서 발아할 수 있다는 점을 처음 확인했다.
신현호 책임연구원은 "진해만에서 알렉산드리움은 생존을 위해 수온 변화에 매우 뛰어난 적응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알렉산드리움을 원인으로 한 마비성 패류 독소의 발생은 특정 계절에 제한되지 않을 수 있다"며 "마비성 패류독과 관련한 모니터링 연구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한양대와 군산대, 해양생태연구센터 연구진도 참여했으며,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인 '해양오염학회지' 5월호에 공개됐다.
참고 자료
Marine Pollution Bulletin(2023), DOI : https://doi.org/10.1016/j.marpolbul.2023.114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