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부터 해저에서 희귀금속을 캐는 '심해 채굴'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심해 채굴이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제 야생 동물 자선 단체인 파우나앤드플로라는 27일(현지 시각) '희귀 광물의 심해 채굴이 광범위한 오염을 일으키고 어류 자원과 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심해 채굴은 니켈, 망간, 코발트 등 광물 자원을 해저에서 채취하는 행위를 말한다. 전 세계 심해에는 1조 7000억t(톤)에 달하는 희귀 금속들이 묻혀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20년에 들어서면서 심해의 희귀 금속을 전기 자동차나 스마트폰 배터리에 활용하기 위한 상업적 채굴이 가속화됐다.
태평양의 섬나라인 '나우루 공화국'은 2021년 6월 세계 최초로 심해 채굴 허가를 신청했다. 이후 유엔 산하 해양 규제기관인 국제해저기구(ISA)에 2년 안에 관련 규제를 만들어달라 했으나 아직 167개 회원국과 협상 중이다. 지난 4일에는 유엔이 바다 보호를 위한 국제해양조약에 합의했으나 심해 채굴과 관련된 규제는 제자리걸음인 것으로 보인다.
파우나앤드플로라는 규제 논의 이전인 2020년부터 보고서를 통해 심해 채굴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이후 채굴에 대한 심해 생물과 생태계의 민감도, 채굴 영향 이후 해저의 회복 능력, 기후 조절에서의 해양의 역할 등을 추가 분석해 이번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해삼과 산호, 오징어와 같은 심해 생물은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수 킬로미터 수심에서는 먹이와 에너지 순환이 제한되어 생태계 복구가 매우 느린 속도로 진행되거나 불가능하리라 전망했다. 광물을 채취한 뒤에는 희귀 금속 물질이 해저부터 나선형 모양의 흐름을 얕은 바다로 이동해 해양 생태계와 먹이 사슬을 파괴할 것이라고도 예상했다.
캐서린 웰러 파우나앤드플로라 글로벌 정책 책임자는 "탄소를 저장해두는 심해가 채굴로 파괴되면 온실가스 수준이 높아질 수 있다"며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전 지구적 기후 위기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연구진은 해저의 생물 다양성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소피 벤보우 파우나앤드플로라 해양 이사는 "해저의 75% 이상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고 심해의 1% 미만이 탐사됐다"며 "심해 채굴과 관련해 예상되는 결과와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는 불확실성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심해 채굴 계획의 연기를 요구했던 영국의 동물학자이자 방송인인 데이비드 애튼버러 경은 영국 가디언에 "채굴은 파괴를 의미하며 우리가 한심할 정도로 거의 알지 못하는 생태계를 파괴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보고서를 발표하며 "심해 채굴 진행이 시기상조라는 뜻"이라며 "적합하고 입증된 규제와 대책이 없는 경우에는 채굴 계약을 진행하지 않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