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청탁 의혹이 불거진 제넨셀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계획(IND) 승인 과정을 두고 국회에서 공방이 벌어졌다. 국민의힘은 승인까지 걸린 기간과 다수의 보완 요구를 들어 특혜 여부를 따져야 한다고 추궁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당시 코로나19 치료제에 신속심사 제도를 적용했고, 제넨셀 역시 동일한 기준과 절차를 거쳤다며 특혜 의혹을 부인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1일 전체회의를 열었다. 당초 소관 법률안과 청원에 대한 대체토론이 예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이 김 후보자의 제넨셀 IND 승인 청탁 의혹을 집중 제기하면서 회의 상당 부분이 관련 질의에 할애됐다.

의혹의 핵심은 2021년 제넨셀의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ES16001' IND 승인 과정이다. 김 후보자가 브로커의 요청을 받고 김강립 당시 식약처장에게 제넨셀의 임상시험 진행 상황을 문의했고, 이후 제넨셀이 식약처 승인을 받으면서 외부 요청이 심사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민의힘은 특히 승인 속도를 문제 삼았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은 당시 신물질 코로나19 치료제의 평균 IND 승인 기간이 71일이었지만 제넨셀은 33일 만에 승인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의 문의 이후 승인까지는 14일이 걸렸다는 점도 거론했다.

보완 절차도 쟁점이 됐다. 제넨셀은 심사 과정에서 14개 항목에 대한 보완 요구를 받았는데, 보완자료를 제출한 뒤 8일 만에 승인을 받았다. 이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14개 항목에 30건이 넘는 세부 보완 요구가 포함됐다고 지적하며, 안전성 모니터링과 유효성·안전성 평가 등에 관한 사항이 제대로 검토됐는지 물었다.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은 IND 승인이 후보물질이 본격적인 신약 개발 단계로 넘어가는 중요한 관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승인 결과가 기업가치와 투자 유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정치권 등 외부 영향력과 무관하게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당시 승인 과정에 대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제넨셀의 비임상시험 자료를 둘러싼 문제도 제기됐다.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은 제넨셀의 동물실험에서 햄스터가 폐사한 사실이 제대로 제출되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이런 자료가 제출된 상태에서 IND 승인이 이뤄진 경위를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오유경 식약처장은 특혜 의혹을 일축했다. 당시 코로나19 치료제에 적용한 신속심사 프로그램을 고려하면 제넨셀의 심사 기간이 특별히 짧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오 처장은 "당시 코로나19 치료제는 심사 기간을 15일 이내로 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며 "당시 45건의 코로나19 치료제에 식약처가 실제 심사에 사용한 기간은 평균 10일이었고, 제넨셀 건은 11일이었다"고 말했다.

제넨셀에 대한 보완 요구가 많았는데도 빠르게 승인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오 처장은 "보완 항목은 IND 프로토콜 수정에 관한 사항으로 추가 실험이 필요한 내용은 아니었다"며 "보완 항목의 개수와 난도, 소요 시간이 반드시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보완 요구 14개에 30건이 넘는 세부 사항이 포함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행정상 큰 분류번호를 하나의 항목으로 집계하는 방식이어서 세부 요구사항의 숫자만으로 심사 난도를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오 처장은 "어떤 것은 6건이라고 돼 있어도 세부적으로 따지면 40개 이상인 경우가 있다"며 "행정 편의상 큰 분류번호를 항목으로 하는 것은 어느 업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동물실험 자료와 관련해서는 식약처가 당시 제출된 자료를 토대로 심사했으며, 자료 자체의 누락에 대해서는 업체 측의 책임이 있다고 선을 그었다.

오 처장은 코로나19에 감염된 햄스터에서 이상반응이 나타났다면 해당 동물이 질병 때문에 폐사한 것인지 약물 때문에 폐사한 것인지 등을 판단하기 위해 추가 자료를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료를 삭제한 부분이 사실이라면 이는 제넨셀 측의 문제이며, 식약처 직원이 해당 자료의 삭제 행위까지 알 수 있었던 사안은 아니라고 말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뉴스1

IND 승인과 보건복지부 연구개발(R&D) 지원 과정에서 제넨셀에 대한 평가가 달랐다는 점도 쟁점이 됐다.

한지아 의원은 제넨셀이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복지부 R&D 지원사업에 5차례 신청했지만 모두 탈락했고, 당시 비임상시험에서 유효성 근거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식약처에서는 임상 2·3상 IND가 승인됐다고 지적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두 심사를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복지부 R&D 지원은 제한된 예산을 놓고 개발 성공 가능성과 제품 차별성, 사업화 가능성 등을 따져 지원 대상을 선정하는 절차인 반면, 식약처의 IND 승인은 임상시험을 진행해도 되는지를 규제 기준에 따라 판단하는 절차라는 것이다.

정 장관은 "비임상 유효성 근거가 미흡하거나 약하다는 평가가 유효성이 아예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당시 69건이 R&D 지원을 신청했지만 8건만 선정됐기 때문에 복지부 지원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식약처 승인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이 사건과 관련해 이미 검찰 수사를 받았으며 특혜를 준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오 처장은 "검찰이 식약처를 6차례 압수수색했고 처장실도 압수수색했다"며 "식약처 직원 여러 명이 오랫동안 수사를 받은 결과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안"이라고 말했다.

여야는 이날 회의가 제넨셀 의혹을 다룰 자리였는지를 놓고도 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여기는 김승원 후보자 인사청문회장이 아니다"라며 항의했다. 서영석 민주당 의원은 현안 질의가 필요하다면 여야 간사 협의를 거쳐 별도의 일정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만희 보건복지위원장은 회의 말미에 사전 간사 협의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제넨셀 사건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당시 임상시험 승인이 주가조작 세력에 이용된 측면이 있다며 관련 자료의 사실관계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