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백선하 교수·조언택 박사, 독일 본대학병원 슈미트 울프 교수·아밋 샤마 교수, 중국 상하이교통대 런지병원 징징 푸 박사. /서울대병원

암을 공격하는 면역세포에 나노기술을 입혀 치료 효과를 높이고 부작용은 줄이는 차세대 치료 전략이 제시됐다. 환자의 몸속에서 카티(CAR-T) 세포를 직접 만들어내거나 암 백신을 종양에 정밀하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백선하 교수팀은 독일 본대학병원 슈미트 울프·아밋 샤마 교수팀, 중국 상하이교통대 런지병원 징징 푸 박사팀과 함께 나노기술을 활용한 암 면역치료 연구와 임상 현황을 분석한 리뷰 논문을 국제학술지 '분자 암(Molecular Cancer)'에 발표했다고 10일 밝혔다.

면역항암제는 환자의 면역세포가 암을 공격하도록 돕지만 모든 환자에게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고형암은 면역세포가 종양 안으로 잘 들어가지 못하고, 면역반응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서 대장염·폐렴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연구팀은 약물을 나노 크기의 입자에 넣어 암 조직에 선택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 이런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고 봤다. 나노입자는 표면과 구조를 조절해 특정 부위에서 약물을 방출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

자기온열-나노(nano) ADC 병용 전략. /서울대병원

연구팀은 암 면역치료를 ▲면역관문억제제(면역세포의 공격을 막는 브레이크를 풀어주는 치료) ▲암 백신(암세포의 특징을 면역계에 학습시키는 치료) ▲CAR-T(환자의 T세포에 암세포를 찾아 공격하는 기능을 넣는 세포치료) ▲CIK세포(암세포를 공격하도록 활성화한 면역세포 치료) ▲사이토카인(면역세포의 활성과 증식을 돕는 신호 단백질 치료) ▲보체 치료(면역반응을 돕는 혈액 속 단백질을 활용하는 치료) 등 6개 분야로 나눠 나노기술 적용 현황을 정리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CAR-T다. 기존 치료는 환자의 T세포를 몸 밖으로 꺼내 유전자를 넣고 증식시킨 뒤 다시 주입해야 한다.

연구팀은 나노입자를 이용해 CAR 유전자를 체내 T세포에 직접 전달해 몸속에서 CAR-T 세포를 만드는 전략을 제시했다. 상용화될 경우 세포를 외부에서 배양·제조하는 과정과 비용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 다만 아직 임상 적용을 위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개인 맞춤형 mRNA 암 백신에도 지질 나노입자(LNP)를 활용할 수 있다. 환자의 암에서만 나타나는 특이 항원인 '네오안티젠' 정보를 mRNA에 담아 전달하면 T세포가 해당 암을 인식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체외에서 면역세포를 배양하는 기존 CIK세포 치료를 대신할 전략도 제시됐다. 연구팀은 항CD3 항체, NKG2D 리간드, IL-2, IL-15 등 4가지 면역 자극 물질을 하나의 나노입자에 담아 종양에 전달하고, 현지의 T세포가 CIK세포와 유사한 특성을 갖도록 유도하는 개념을 제안했다.

서로 다른 치료법을 하나의 나노입자에 결합하는 방법도 소개됐다. 종양항원과 면역관문억제제를 함께 전달하거나, 산화철 나노입자에 항암제와 종양표적 항체를 붙인 뒤 외부 자기장으로 열을 발생시켜 약물 방출과 면역반응을 동시에 유도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이밖에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나노입자 설계, 혈액뇌장벽(BBB) 통과 기술, 유전자 가위(CRISPR) 및 마이크로바이옴과의 결합도 차세대 연구 방향으로 제시했다. 대량 생산을 위한 표준화와 체내 안전성 검증은 실제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과제로 꼽았다.

백선하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나노기술은 암 면역치료의 전달 정밀도를 높이고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플랫폼"이라며 "차세대 암 면역 치료제 개발과 임상 적용을 위한 참고 자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Molecular Cancer(2026), DOI: https://doi.org/10.1186/s12943-026-027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