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대한암학회가 10일 오후 2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 암 연구 성과 분석 보고회'를 열었다. 현장에선 한국, 중국, 미국을 비롯한 비교 대상 13개국의 2025년~2024년 암 연구 성과 지표가 발표됐다. /허지윤 기자

중국이 암 연구 논문 수에서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서는 등 암 연구 분야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 지난 20년간 연구 규모와 질적 수준이 크게 개선됐지만 중국이 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가운데 주요 13개국 중 중위권에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대한암학회는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026 한국 암 연구 성과 분석 보고회'를 열고 2005~2024년 국내 암 연구 성과를 주요 국가와 비교·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 2024년 기준 암 연구 논문을 가장 많이 발표한 국가는 중국이었다. 다음 미국과 인도가 뒤를 이었다. 중국과 인도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전후해 다른 주요 국가들의 연구 증가세가 주춤한 상황에서도 논문 수가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암 연구 규모도 성장했다. 암 연구 논문 수는 2005년 2160건에서 2024년 7925건으로 3.7배(267%) 늘었다. 분석 대상 13개국 가운데 순위도 9위에서 8위로 한 단계 상승했다.

연구 영향력을 나타내는 상대적 피인용지수(FWCI)는 1.00에서 1.65로 높아졌다. 세계 상위 10%에 해당하는 고인용 논문 비율도 7.4%에서 13%로 상승했다.

국제협력과 산학협력은 한국 암 연구의 강점으로 나타났다. 국제 협력 논문 비율은 2005년 18.4%에서 2024년 31.6%로 높아졌다. 국제 협력 연구의 FWCI도 1.69에서 3.32로 상승해 2024년 13개국 가운데 4위를 기록했다.

산학협력 논문 비율은 6.0%에서 20.6%로 높아져 2024년 13개국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산학협력 논문 수도 129건에서 1634건으로 증가했다.

◇중국, AI·빅데이터 강세…한국, 임상·산학협력 강점

연구 분야별로는 중개연구가 한국 암 연구의 핵심 축으로 나타났다. 2024년 중개연구 관련 논문은 약 3000건으로 7개 연구 토픽 가운데 가장 많았다.

최근 성장세가 두드러진 분야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였다. AI 관련 암 연구 논문은 2005년 10건에서 2024년 456건으로 늘었고, 빅데이터 연구 논문도 31건에서 1180건으로 증가했다.

초기 임상은 한국의 차별적인 강점으로 평가됐다. 초기 임상 분야의 FWCI는 3.84로 세계 평균 1.09를 크게 웃돌았다. 세계 상위 10% 고인용 논문 비율도 35%에 달했고, 관련 논문의 학술지 영향력 지수는 18.73으로 나타났다.

암종별로는 위암과 간세포암이 논문 수와 세계 논문 점유율에서 강점을 보였다. 담도암은 세계 논문 점유율과 국제·산학협력에서, 폐암은 국제 협력 연구의 인용 영향력과 산학협력에서, 유방암은 논문 수와 특허 인용에서 각각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대한암학회가 10일 오후 2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 암 연구 성과 분석 보고회'를 열었다. 현장에선 한국, 중국, 미국을 비롯한 비교 대상 13개국의 2025년~2024년 암 연구 성과 지표가 발표됐다. /허지윤 기자

다만 글로벌 경쟁에서는 중국의 추격이 두드러졌다.

AI·빅데이터·정밀의학 등 성장 분야에서 중국의 논문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한국을 비롯해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 등 주요 국가의 상대적 비중이 낮아지는 양상이 나타났다.

초기 임상 분야에서도 중국의 성장세가 가팔랐다. 한국은 2024년 다른 주요 국가들의 연구 비중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점유율을 유지하며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중국 암 연구의 양적 성장뿐 아니라 질적 수준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도 나왔다.

라선영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는 "과거에는 중국에서 나온 데이터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중국에서 개발된 약물이 실제 종양내과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며 "수적으로 엄청나게 늘어난 데 이어 질적인 수준도 굉장히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모인 암 연구 전문가들은 한국 암 연구가 지난 20년간 양적·질적으로 성장한 만큼 이제 연구 성과를 임상과 산업적 가치로 연결하고 글로벌 영향력을 높이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국가 임상 연구와 국제 컨소시엄 참여를 확대하고, 임상 진료 지침과 특허 인용 등 실제 진료와 기술혁신으로 이어지는 연구 성과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태용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는 "후발국의 추격이 굉장히 무섭다"며 "우리나라가 AI 등 유망 분야에서 선제적인 연구 역량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국제협력과 산학협력을 한국 암 연구의 경쟁력을 높일 핵심 요소로 꼽았다. 그는 "국제 협력이 높은 연구일수록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국제적인 협력을 잘해 나갔으면 좋겠고, 한국이 주도할 수 있는 연구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산학 협력은 한국이 잘하고 있는 만큼 학계·의료계·산업계가 계속 협력한다면 한국이 차별적인 강점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