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한 달가량 이른 시기에 인플루엔자(독감)가 유행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개학과 맞물려 초등학생을 중심으로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코로나19도 최근 6주 연속 증가세를 보여 추석 연휴를 앞두고 호흡기 감염병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질병관리청은 8일 호흡기감염병 관계부처 합동대책반 회의를 열고 국내외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 발생 동향, 예방접종 계획, 치료제 수급 상황 등을 점검했다.
지난 절기 35주차(8월 23~29일) 인플루엔자 의사환자 분율은 외래환자 1000명당 13.3명으로 집계됐다. 전주 9.2명에서 크게 늘었고, 예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35주차 의사환자 분율은 6.4명이었다.
인플루엔자 의사환자는 38도 이상의 발열과 기침 또는 인후통 증상이 있는 사람을 말한다.
환자가 늘면서 병원급 의료기관 입원 환자도 32주차 43명에서 35주차 162명으로 증가했다. 응급실을 찾은 인플루엔자 환자는 같은 기간 373명에서 1606명으로 4배 이상 늘었다.
연령별로는 초등학생이 가장 높은 발생률을 보였다. 7~12세 인플루엔자 의사환자 분율은 외래환자 1000명당 36.5명으로, 1~6세(22.6명)와 13~18세(14.6명)보다 높았다.
질병관리청은 최근 증가세를 고려하면 이번 절기 첫 주인 36주차(8월 30일~9월 5일) 인플루엔자 의사환자 분율이 유행주의보 발령 기준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주 유행주의보가 발령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바이러스 검출률도 올라가고 있다. 35주차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검출률은 12.3%로 전주 10.0%보다 상승했다. 2023년 4.2%, 2024년 1.3%, 2025년 1.1%였던 같은 시기 검출률과 비교하면 크게 높은 수준이다.
현재 국내에서 주로 검출되는 바이러스는 A형 인플루엔자(H1N1)pdm09다. 질병관리청은 이번 절기 백신주와 높은 중화능을 보여 예방접종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치료제 내성 유전자 변이도 확인되지 않아 항바이러스제로 치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도 인플루엔자 유행이 빨라지고 있다. 일본의 35주차 의료기관당 인플루엔자 환자 보고 건수는 1.76명으로 유행 시작 기준인 1.0명을 넘어섰다. 전년 같은 기간의 0.35명보다 약 5배 높다. 일본에서 인플루엔자 표본감시가 시작된 1999년 이후 2009년 신종플루 유행 때를 제외하면 가장 이른 수준이다.
중국에서도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인플루엔자 발생이 늘고 있다. 35주차 병원 외래와 응급실 환자의 인플루엔자 양성률은 17.7%로 전주 16.4%보다 상승했다.
질병관리청이 국내외 발생 상황을 토대로 유행 규모를 예측한 결과, 이번 절기 인플루엔자 유행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유행 기간은 길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코로나19도 증가세다. 35주차 코로나19 입원 환자는 10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06명보다 적지만, 32주차 48명에서 33주차 57명, 34주차 61명, 35주차 109명으로 6주 연속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출률 역시 35주차 11.7%로 4주 전 5.7%에서 두 배 이상 높아졌다.
질병관리청은 이른 인플루엔자 유행과 코로나19 증가세를 고려해 고위험군 예방접종을 차질 없이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은 9월 21일부터 생후 6개월~14세 어린이와 임신부를 대상으로 시작된다. 9월 28일부터는 1회 접종 대상 어린이로 확대된다. 65세 이상 고령자는 10월 12일부터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 백신을 함께 접종할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항바이러스제와 해열·진통제 등 치료제 수급 상황도 관계부처와 함께 점검할 계획이다.
질병관리청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휴지나 옷소매로 입과 코를 가리고 손을 씻는 등 기본적인 호흡기 감염병 예방수칙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발열 등 인플루엔자 증상이 나타나면 출근이나 등교를 자제하고 휴식을 취해야 한다. 특히 고령자 등 고위험군은 증상이 나타날 경우 신속하게 진료받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