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건강보험료율이 올해와 같은 7.19%로 동결됐다. 내년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보험료율 모두 올해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된다.
최근 고령화와 의료비 증가로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국민의 보험료 부담을 늘리지 않기로 했다. 최근 5년간 당기수지가 흑자를 유지했고 충분한 준비금을 보유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는 게 보건 당국의 설명이다.
보건복지부는 8일 제15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전체회의를 열고 2027년도 건강보험료율을 올해와 같은 7.19%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지역가입자의 재산보험료부과점수당 금액도 올해와 같은 211.5원으로 유지된다.
앞서 건강보험료율은 2024년과 2025년 2년 연속 7.09%로 동결됐다가 올해 7.19%로 1.48% 인상됐다.
◇"준비금 3년 5개월분 보유"
정부는 이번 동결 결정의 배경으로 건강보험 재정이 아직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와 함께 내년도 정부 지원이 약 1조 1000억원 증액된 점, 최근 반도체 산업 호황으로 인해 보험료 수입 증가가 기대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건강보험은 2025년 말 기준 준비금 30조2000억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약 3년 5개월치 급여비에 해당한다. 최근 5년간 당기수지도 흑자를 유지했다. 2027년 건강보험 국고지원 예산은 13조8000억원으로 올해보다 약 1조1000억원 늘어난다.
최근 반도체 산업 호황으로 가입자의 임금과 소득이 늘면서 건강보험료 수입도 증가할 것이라는 판단도 이번 결정에 작용했다.
복지부는 최근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건강보험 보장 혁신방안 등 추진에 따른 지출 소요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번 결정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보 재정 적자 전망에도 동결
다만, 건강보험 재정이 마냥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다. 올해 7월 말 기준 건강보험 당기수지는 3644억원 적자로 집계됐다. 앞서 건정심 소위에서 제시된 전망에 따르면 올해 연말 당기수지는 2조8374억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계됐다. 누적수지도 27조3844억원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건강보험 지출 증가세도 이어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보험 진료비는 125조717억원으로 전년 116조2509억원보다 7.6% 증가했다. 올해 2분기까지 누적 진료비도 63조798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8% 늘었다.
고령화로 의료비 증가 압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는 2024년 52조1935억원으로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의 44.9%를 차지했다.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는 생산연령인구는 줄어드는 반면 의료 이용이 많은 고령층은 늘고 있어 보험료 수입과 지출 사이의 구조적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출 관리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복지부는 "국민들께서 납부하신 보험료가 꼭 필요한 의료서비스에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지출효율화 과제를 적극적으로 발굴·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와 희귀·중증난치질환 등 국민 의료비 부담 완화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보험료 수입 한계…국고 지원 확대해야"
정부의 보장성 강화와 필수·중증의료 지원 등에 따른 재정 지출도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보험료를 올리는 것만으로는 고령화에 따른 구조적인 재정 부담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앞서 노동계와 의료계도 우려 목소리를 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와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건강보험심사평가원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건강보험료 동결 움직임을 비판하며 법정 국고지원 20%를 이행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이들은 고령화로 의료비 지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보험료율을 동결할 경우 건강보험 보장성이 약화되고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혼합진료 금지, 성분명 처방 확대, 비급여 관리 등을 통해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내년도 건강보험 국고지원 규모가 13조8000억원으로 편성된 데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노조는 이 규모가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14.4% 수준으로, 법정 지원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도 건정심을 앞두고 보험료 동결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놨다. 의협은 건강보험의 중장기 재정 여건을 고려해 적정 수준의 보험료율을 결정하고, 법정 국고지원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