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청희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2027년도 건강보험료율 동결에 대해 "공단 입장에서는 좋지 않다"고 밝혔다. 보험료율을 매년 조금씩 올려야 재정 기반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다. 동결이 반복되면 이후 인상 폭을 키우기도 어려워진다고 했다.
강 이사장은 8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매년 일정하게 올리면 그에 맞춰 수가도 정해지기 때문에 재정 기반이 조금씩 올라간다"며 "한 번 쉬어가면 다시 올릴 때 큰 폭으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는 이날 2027년도 건강보험료율을 올해와 같은 7.19%로 동결했다.
강 이사장은 과거 동결의 누적 효과도 지적했다. 그는 2024년과 2025년 보험료율이 동결된 것을 언급하며 "그 영향이 클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연속 동결은 사실 굉장히 좋지 않다"며 "낮은 보험료 수입을 계속 가지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보험료 인상만으로 재정 문제를 풀겠다는 입장은 아니다. 강 이사장은 "국민 부담을 늘리면서까지 무리하게 올리는 건 문제가 된다"고 했다. 보험료율 법정 상한인 8%를 높이는 방안도 "현 단계에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지출 구조조정을 강조했다. MRI 등 일부 검사에 대한 관리와 수가 조정 필요성을 언급했고, 부당청구와 의료공급자의 도덕적 해이도 강하게 들여다보겠다고 했다.
보장성 강화의 방향도 선별적으로 잡았다. 전체 보장률을 높이는 데 집중하기보다 중증질환과 희귀·난치질환에 재정을 우선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저소득층이 의료비 부담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치면 장기적으로 더 큰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국고지원 확대에 대해서도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 이사장은 "그보다 부과체계 개편을 통해 합리적으로 수입을 늘리는 방향을 봐야 한다"며 소득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해 보험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징수 체계를 손보는 개편안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복지부가 발표한 2027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건강보험 국고지원은 13조8000억원이다. 올해보다 1조700억원 늘었다. 국고지원율은 14.2%에서 14.4%로 높아진다. 하지만 법정 지원 기준인 20%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한다.
건강보험 재정에는 아직 여력이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준비금은 30조2000억원이다. 약 3년5개월치 급여비에 해당한다. 최근 5년간 당기수지도 흑자를 유지했다.
하지만 재정 흐름은 악화하고 있다. 올해 7월 말 기준 당기수지는 3644억원 적자다. 건정심 소위에서 제시된 전망대로라면 연말 적자는 2조8374억원까지 늘어난다. 누적 준비금도 27조3844억원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증가도 부담이다. 건강보험 의료비는 지난해 125조원을 넘어섰다. 65세 이상 고령층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보다 건강보험 의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높아 재정 부담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강 이사장은 이날 3년 임기의 핵심 과제로 '리부트 건강보험'을 제시했다. 건강보험·장기요양보험·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생애주기에 맞춰 연결하고, 공단을 인공지능(AI) 기반 건강복지 플랫폼으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재정 투입 대비 효과와 국민 체감도를 기준으로 사업 우선순위도 다시 정한다는 방침이다.
강 이사장은 "보험료가 오르든 오르지 않든 공단은 책임을 다해 국민이 불편하지 않고 치료 공백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외국인 건강보험 적용 문제에 대해서는 특정 국적이 아닌 외국인 전체를 기준으로 제도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부당한 급여 수급 사례가 확인되면 제도를 강화할 방침이다. 다만 상호주의 적용에는 부정적이었다. 그는 "건강보험에 상호주의를 적용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며 "아프면 우선 치료해야 한다는 인도적 원칙이 외교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건보공단 특별사법경찰(특사경) 도입 추진 의지도 재확인했다. 강 이사장은 "검사에게 보완수사 요구권과 시정조치 요구권이 남아 있는 만큼 검찰과 협력하면서 진행할 것"이라며 특사경의 월권을 막을 제한 장치와 인권 보장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의정 갈등에 따른 지출 감소론에는 선을 그었다. 비상진료와 필수의료 지원사업 등에 건강보험 재정 투입이 오히려 늘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