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시장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연초 판매량은 줄어드는 반면 궐련형 전자담배와 액상형 전자담배의 존재감은 커지고 있다. 담배업체들도 앞다퉈 새로운 비연소 제품을 내놓으며 경쟁에 나섰다.
그런데 연초 대신 전자담배로 갈아타면 정말 건강에 도움이 될까. 연초를 계속 피우는 것보다는 나을 수 있다. 하지만 완전히 끊는 것과 비교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국내 성인 남성 약 515만명을 추적한 대규모 연구에서 연초를 끊은 뒤 전자담배를 계속 피운 사람은 완전히 금연한 사람보다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게 나타났다. 장기간 연초를 끊은 사람끼리 비교했을 때는 그 차이가 70%에 달했다.
서울대 의과대학 최슬기·이기헌·박상민 교수 연구진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이용해 2014~2015년과 2018년 두 차례 건강검진을 받은 성인 남성 515만9538명의 흡연 습관 변화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심장협회 학술지 '서큘레이션(Circulation)'에 2021년 게재됐다.
연구진은 연초를 계속 피운 사람과 연초와 전자담배를 함께 피운 사람, 연초를 끊고 전자담배만 피운 사람, 연초를 끊고 전자담배도 피우지 않은 사람으로 집단을 나눠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비교했다. 여기서 전자담배는 액상형 전자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 둘 다를 말한다.
연초와 전자담배를 함께 피운 사람의 평균 연령은 41세로, 연초만 계속 피운 사람(48세)보다 낮았다. 연초를 끊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전자담배 사용자가 더 젊었다.
연구진은 이런 차이를 줄이기 위해 나이와 소득, 고용 상태, 거주 지역, 음주, 운동, 과거 흡연량, 체질량지수, 혈압, 혈당, 동반질환 등 주요 요인을 보정했다.
그 결과, 연초와 전자담배를 함께 피운 사람의 심혈관질환 위험은 연초를 계속 피운 사람보다 17% 낮았다. 연초를 끊고 전자담배만 피운 사람은 위험이 19% 낮게 나타났다.
그럼 연초를 못 끊겠다면 전자담배로 갈아타는 게 나은 걸까.
이번 연구만으로는 답을 알 수 없다. 전자담배를 피운 사람이 애초 건강에 더 관심이 많거나, 연초를 덜 피우고 운동을 더 하는 등 다른 생활습관을 가지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연초와 전자담배를 함께 피운 사람은 연초만 계속 피운 사람보다 하루에 피우는 연초 개비 수가 적고 운동을 더 자주 하는 경향을 보였다. 전자담배 사용을 선택한 이유 자체가 건강과 관련돼 있을 수도 있다. 연구진은 이런 요인을 모두 측정해 보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연구의 한계는 더 있다. 연구진은 전자담배 사용 여부를 '최근 한 달간 거의 매일 피웠는지'를 묻는 설문으로 판단했다. 따라서 전자담배를 피운 기간이나 패턴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다. 연초를 끊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전자담배를 피운 사람과 지속적으로 피운 사람을 구분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추적 기간도 짧다. 참가자들은 2018년 두 번째 건강검진 이후 2019년 말까지 추적됐다. 최장 약 2년이다. 심혈관질환처럼 오랜 기간에 걸쳐 발생하는 질환의 위험을 판단하기에는 짧은 기간이다.
연구진은 액상형 전자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를 따로 비교하지도 않았다. 따라서 어느 제품이 더 위험한지 판단할 수 없다. 대상도 성인 남성으로 제한돼 이번 결과를 여성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이번 연구에서 더 분명한 건 연초를 끊은 사람끼리 비교한 결과다.
최근 5년 내 연초를 끊은 사람 가운데 전자담배를 피운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혈관질환 위험이 31% 높았다. 5년 이상 연초를 끊은 사람끼리 비교에서도 전자담배 사용자의 위험이 70% 높게 나타났다. 물론 관찰연구인 만큼 전자담배 사용이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연구진도 연초를 계속 피우는 것보다 전자담배로 전환하는 편이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출 수 있지만, 연초를 끊은 뒤에는 '완전히 금연'하는 것이 더 낮은 심혈관질환 위험과 관련된다고 결론지었다.
참고 자료
Circulation(2021), DOI: https://doi.org/10.1161/CIRCULATIONAHA.121.0549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