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한국을 찾은 외국인의 국내 의료소비가 관광객 증가 속도보다 빨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의료서비스를 이용한 카드 수는 거의 늘지 않았는데 카드 한 장당 의료비 지출은 30% 가까이 증가했다. 외국인 관광이 쇼핑·관광에서 의료서비스를 함께 이용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7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모인 모습./뉴스1

30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하나카드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6월 국내 의료업종 이용이 확인된 해외발급 카드의 국내 카드이용액은 3조9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6% 증가했다.

이들이 의료업종에서 쓴 돈은 1조4203억원으로 같은 기간 38.6% 늘었다. 의료 외 업종 이용액은 1조6770억원으로 16.3% 증가했다. 의료업종의 증가율이 의료 외 업종보다 약 2.4배 높았다.

전체 카드이용액에서 의료업종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상반기 41.6%에서 올해 45.9%로 4.3%포인트 높아졌다. 전체 카드이용액 증가분 6308억원 가운데 의료업종 증가분이 3953억원으로 62.7%를 차지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난 영향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올해 상반기 방한 외래객은 1071만명으로 지난해보다 21.3% 늘었다. 의료업종 카드이용액 증가율은 이보다 17.3%포인트 높았다.

특히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의 숫자보다 한 사람이 쓰는 돈이 더 빠르게 증가했다.

카드 결제 데이터와 방한 외래객 통계를 함께 확인할 수 있는 상위 14개국을 보면 의료업종 이용카드 수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1.0%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카드 한 장당 의료업종 평균 이용액은 133만8000원에서 174만1000원으로 30.1% 증가했다.

이에 따라 이들 국가의 의료업종 카드이용액은 7784억원에서 1조231억원으로 31.4% 늘었다.

미국은 이런 경향이 특히 뚜렷했다. 의료업종 이용카드 수는 0.3% 증가했지만 카드당 평균 이용액은 22.4% 늘었다. 반면 태국은 이용카드 수가 45.2% 증가했고 카드당 평균 이용액은 3.7% 늘어 신규 의료소비자 유입이 두드러졌다.

일본과 싱가포르는 의료업종 이용카드 수가 각각 6.1%, 9.9% 감소했지만 카드당 평균 이용액은 15.4%, 16.4% 증가했다.

진료과별로는 피부과 쏠림이 두드러졌다.

올해 상반기 외국인의 피부과 카드이용액은 768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9.5% 증가했다. 전체 의료업종 이용액의 54.1%를 차지했다.

특히 피부과에서 늘어난 카드이용액은 약 2543억원으로 전체 의료업종 증가분 3953억원의 64.3%에 달했다.

성형외과 이용액은 2561억원으로 16.6% 늘었다. 피부과와 성형외과를 합친 미용의료 이용액은 1조246억원으로 전체 의료업종의 72.1%를 차지했다.

다만 미용의료만 성장한 것은 아니다. 내과 이용액은 1001억원으로 66.5% 증가했고 정형외과는 60.9%, 치과는 41.0% 늘었다.

서울 종로구 약국거리./뉴스1

의료 외 소비에서 약국 이용 증가가 눈에 띄었다.

의료 외 업종 카드이용액은 1조6770억원으로 16.3% 증가했다. 약국 이용액이 87.9% 늘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고 전자지급결제대행(PG)이 53.4% 증가했다.

백화점은 22.9%, 일반의류는 21.6%, 화장품은 20.4%, 체인스토어는 19.4% 늘었다. 반면 면세점 이용액은 1.4%, 항공사 이용액은 7.5% 감소했다.

한동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국제의료본부장은 "앞으로도 외국인환자 유치실적과 관광통계, 카드소비 데이터 등을 연계해 시장 변화를 분석하고, 지자체 의료관광 연계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