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이 하버드 의대, 미국 UC샌디에이고 등과 손잡고 난치암인 췌장암을 겨냥한 첨단 치료 플랫폼 개발에 나선다. 근적외선에 반응하는 금나노입자를 암 조직에 전달해 빛을 이용해 암세포를 공격하고, 종양 주변 환경까지 개선하는 것이 목표다.

분당서울대병원은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2026년도 연구중심병원 한미혁신성과창출 R&D' 사업에 선정됐다고 27일 밝혔다. 이는 국내 연구중심병원과 미국의 연구 기관·대학이 공동연구를 통해 첨단 의료기술을 확보하고 글로벌 연구성과를 창출하도록 보건복지부가 지원하는 국가 연구개발 사업이다.

이번 과제는 이종찬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총괄 연구책임자를 맡아 'NIR-II 광감응성 카이랄 금나노입자 기반 췌장암 첨단치료 플랫폼 개발 글로벌 공동연구'를 수행한다. 오는 2028년 12월까지 2년 6개월간 진행되며 총 70억원 규모의 연구비가 투입된다.

췌장암 모식도. /서울대병원

췌장암은 조기에 발견하기 어렵고 종양 주변의 미세환경이 치료를 방해해 대표적인 난치 암으로 꼽힌다. 연구팀은 암세포뿐 아니라 암을 둘러싼 조직과 면역·혈관 환경까지 함께 공략해 기존 치료의 한계를 극복한다는 목표다.

연구팀은 빛에 반응하는 금나노입자의 특성을 활용한다. 금 나노입자를 췌장암 조직에 전달한 뒤 근적외선을 쬐면 나노입자가 빛 에너지를 받아 암 조직에 치료 효과를 내도록 하는 방식이다.

치료 과정에서는 내시경을 이용해 췌장 종양에 접근한 뒤 금 나노입자를 직접 전달하고, 같은 경로를 활용해 광 자극을 가하는 방식을 개발할 계획이다. 기존 전신 치료와 달리 종양이 있는 부위에 치료 효과를 집중시키는 것이 목표다.

이번 연구에는 국내외 대학과 병원, 기업이 참여한다.

국내에서는 서울대 남기태 재료공학부 교수팀, 건국대 전봉현·김동은 생명공학부 교수팀, KAIST 강석조 생명과학과 교수팀이 공동연구를 수행한다. 미국에서는 하버드 의대 강호만·사토시 카시와기·다이 후쿠무라 교수팀과 UC샌디에이고 마이클 부벳 교수팀이 참여한다. 국내 기업으로는 파인메딕스와 제이엔피메디가 합류했다.

보건복지부 주관 한미 공동 연구개발(R&D) 국책과제 참여자들이 8월 24일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에서 공동연구 착수 보고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 내시경 솔루션 기업 파인메딕스(387570)는 췌장암 조직에 치료물질을 직접 전달하는 초음파 내시경(EUS) 기반 시술 기구 개발을 맡는다. 회사는 EUS 유도하 세침흡인술(EUS-FNA)에 사용되는 니들의 설계부터 생산까지 자체 수행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치료용 시술기구를 개발할 계획이다. 자체 EUS 시술 기구 '클리어팁(ClearTip)' 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정밀 가공 기술도 활용한다.

이번 과제가 실제 치료 기술로 이어질 경우 췌장암뿐 아니라 다른 고형암으로 플랫폼을 확장할 가능성도 있다. 연구팀은 췌장암을 대상으로 기술을 검증한 뒤 다양한 고형암에 적용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제시했다.

이종찬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이번 과제 선정은 그간 축적해 온 췌장암 및 나노의학 연구 역량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기관들과 협력해 췌장암 환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치료법을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전성우 파인메딕스 대표는 "이번 연구는 파인메딕스의 EUS 시술 기구 기술을 췌장암 치료 영역으로 확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국내외 연구진과 협력해 치료 내시경 분야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세계 시장 진출 기회를 넓혀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