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뇌를 보여주는 일러스트.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갈색)이 신경세포 밖에 덩어리를 이루고 있다. 원래 신경 세포를 보호하는 단백질이지만, 세포에서 떨어져 나와 덩어리를 이루면 신경 세포를 손상해 치매를 유발한다. 세포 안에는 타우 단백질(파란색)도 비정상적으로 뭉쳐있다./미 국립보건원(NIH)

치매나 뇌출혈을 유발하는 뇌 단백질이 수혈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아직 수혈이 치매를 전염시킨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잠재적 위험을 예방하려면 과거 광우병 유발 단백질을 차단한 것처럼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존 콜린지(John Collinge)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교수 연구진은 "수혈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통한 알츠하이머 치매와 뇌 아밀로이드 혈관병증(CAA)의 전염 가능성을 조사해야 한다"고 지난 22일 국제 학술지 '랜싯'에 발표했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원래 신경 세포를 보호하는 단백질이지만, 세포에서 떨어져 나와 덩어리를 이루면 신경 세포를 손상해 치매를 유발한다. 뇌 아밀로이드 혈관병증은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뇌 혈관에 쌓여 손상을 주고 뇌출혈로 이어지는 질환이다.

◇수혈이나 조직 이식받고 발병

이번 논문은 치매와 뇌 아밀로이드 혈관병증의 전염 가능성을 새로 밝힌 게 아니라 기존 관련 논문들을 분석한 리뷰 결과이다. 콜린지 교수 연구진은 "많은 생명을 구하는 수혈이 안전하도록 보장하려면 잠재적 위험을 철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에 따르면 2023년 스웨덴과 덴마크인 약 100만명을 조사한 연구에서 뇌 아밀로이드 혈관병증에 걸려 뇌출혈이 발생한 기증자로부터 혈액을 수혈받은 사람들이 뇌출혈을 겪을 위험이 높게 나타났다.

시신의 인성장호르몬을 투여받은 환자의 사후 부검 분석에서 확인된 뇌 조직 내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덩어리./Nature Medicine

시신의 조직을 이식받고 혈관병증에 걸린 사례도 나타났다. 2020년 UCL 연구진은 어릴 때 시신의 뇌와 척수를 감싼 경막을 이식받은 사람들이 30~40년 뒤에 뇌 아밀로이드 혈관병증으로 뇌출혈을 일으킨 사례들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치매의 전파 가능성도 제기됐다. 2024년 콜린지 교수는 어릴 때 시신의 뇌하수체에서 추출한 성장호르몬을 투여받고 수십 년이 지나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환자 5명을 발표했다. 올 초에는 어릴 때 시신 유래 성장호르몬을 투여받고 초기 치매 증상을 보인 환자가 사후 부검에서 알츠하이머병으로 확인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다행히 시신의 경막이나 성장호르몬을 의료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이미 금지됐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수혈을 통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전파 가능성이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콜린지 교수는 앞서 혈액 검사로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vCJD)에 대응한 것과 같은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vCJD는 비정상 프리온 단백질이 쌓이면서 뇌에 스펀지처럼 구멍이 뚫리는 치명적인 퇴행성 뇌 질환이다. 원래 소가 걸리던 병이 육류를 통해 사람에게 옮겨가 인간 광우병이라고도 불렸다. 병에 걸린 소는 중심을 못 잡고 비틀거리거나 포악한 행동을 보였다.

보스턴 브리검 여성병원 알츠하이머 연구 및 치료 센터에서 알츠하이머병 검사를 위해 진행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뇌영상. /로이터

◇"혈액 검사해야 vs 과도한 공포"

영국에서는 1959~1985년 1848명이 시신의 뇌하수체에서 추출한 성장호르몬을 투여받았다. 그러나 일부가 변형 프리온에 오염된 성장호르몬을 투여받은 후 vCJD로 사망하면서 관련 제품은 모두 회수됐고 치료법은 중단됐다.

콜린지 교수는 "vCJD 발병 사태 당시 수혈용 혈액에서 프리온이 집중된 백혈구를 걸러 위험을 예방한 조치는 '해롭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 해가 없다는 증거는 아니다'라는 원칙에 근거해 취해졌다"며 "과학자들이 더 명확한 증거를 찾느라 대응이 늦었던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와 C형 간염과는 대조적이었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가 수혈에 대해 지나친 공포감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영국 알츠하이머 연구소의 수전 콜하스(Susan Kohlhaas) 박사는 "저자들이 주장했듯 혈액을 통한 전파가 실제로 일어나는지, 누가 더 위험한지, 위험을 줄일 조치가 필요한지 확인할 연구가 필요하다"면서도 "중요한 점은 이것이 알츠하이머병이 전염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UCL 영국 치매연구소의 존 하디(John Hardy) 교수도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함유한 조직을 통해 관련 질병이 전파될 위험이 입증됐다"면서도 "수혈을 통한 위험은 체계적인 조사가 이뤄지기 전까지 아직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미미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같은 연구소의 바트 드 스트루퍼(Bart De Strooper) 교수는 프리온 검사와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반대했다. 그는 "혈액 제제를 통한 아밀로이드 베타 전파 가능성의 근거로 제시한 연구도 단지 의문을 제기한 것에 불과했다"며 "프리온과 유사점을 찾는 것도 시기상조이며, 증거도 없이 대중에게 불필요한 공포를 야기할 위험이 있다"고 반박했다.

참고 자료

Lancet(2026), DOI: https://doi.org/10.1016/S0140-6736(26)00767-1

JAMA Neurology(2026), DOI: https://doi.org/10.1001/jamaneurol.2026.0437

Nature Medicine(2024), DOI: https://doi.org/10.1038/s41591-023-02729-2

JAMA(2023), DOI: https://doi.org/10.1001/jama.2023.144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