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 절제 부위에 따른 대사기능 변화 개념도. /분당서울대병원

췌장암 수술 때 정상 조직을 최대한 남기고, 수술 후 부족해진 췌장효소를 보충하면 혈당 악화와 지방간 발생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암을 제거해 생존율을 높이는 데 집중했던 췌장 수술이 수술 후 대사 기능과 삶의 질까지 고려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윤유석 외과 교수 연구팀이 췌장암·췌담도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한 두 건의 다기관 연구를 통해 췌장 절제 범위와 수술 후 췌장효소 보충이 대사 합병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European Journal of Surgical Oncology'와 국제간담췌외과학회(IHPBA) 공식 학술지 'HPB'에 각각 게재됐다.

윤유석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 /병원 제공

연구팀은 먼저 췌장 꼬리암 환자 320명을 대상으로 췌장 조직을 많이 남기는 최소 절제술과 일반적인 절제술의 치료 성적을 비교했다.

그 결과 두 수술법 사이에 전체 생존기간과 무병생존기간에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암 치료 성적은 유지하면서 췌장 조직을 더 보존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혈당 변화에서는 차이가 뚜렷했다. 수술 1년 뒤 당화혈색소(HbA1c) 상승폭은 일반 절제군에서 수술 전보다 0.57%포인트였지만, 췌장 조직을 최대한 보존한 군에서는 0.16%포인트에 그쳤다. 췌장을 덜 잘라도 생존 결과에는 차이가 없으면서 수술 후 혈당 악화를 줄일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췌장 머리를 제거하는 수술에서는 부족해진 소화효소를 보충하는 방법이 효과를 보였다. 연구팀이 7개 기관에서 췌십이지장절제술을 받은 환자 94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대조시험을 진행한 결과, 수술 1년 뒤 고용량 췌장효소제를 복용한 환자의 지방간 발생률은 9.5%로 위약군 23.1%보다 낮았다.

특히 수술 후 3개월 동안 체중이 5% 이상 감소한 환자에서 지방간 위험이 높게 나타났다. 수술 뒤 체중이 크게 줄어든 환자에게 적극적인 영양 관리와 췌장효소 보충이 필요하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두 연구가 제시한 전략은 췌장 수술 부위에 따라 다르다. 췌장 꼬리암 수술에서는 가능한 한 정상 췌장 조직을 보존해 인슐린 분비 기능 저하를 줄이고, 췌장 머리 절제 후에는 부족해진 소화효소를 약물로 보충해 영양 흡수 저하와 지방간 발생을 낮추는 방식이다.

윤유석 교수는 "췌장은 혈당 조절과 소화에 핵심적인 기능을 하는 기관"이라며 "수술 시 단순 생존율을 넘어 내분비·외분비 기능과 장기적인 삶의 질까지 보존할 수 있는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고자료

HPB(2026), DOI: https://doi.org/10.1016/j.hpb.2026.03.008

EJSO(2026), DOI: https://doi.org/10.1016/j.ejso.2026.1113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