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분해성 고분자물질로 만든 다공성 지지체(흰색)가 유방에 이식된 모습을 보여주는 일러스트. 빈 공간에서 환자의 지방 세포가 자라고 지지체는 나중에 분해된다. 보형물 없이 자신의 세포로 유방을 확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BellaSeno

실리콘이나 식염수 대신 환자 자신의 세포로 유방을 확대하는 길이 열렸다. 브래지어 컵 모양의 생분해성 지지체에서 환자의 지방 세포를 키우는 방식이다. 임상시험이 성공하면 이물질로 인한 합병증 없이 더 자연스럽게 가슴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독일 의료기기 기업인 벨라세노(BellaSeno)는 "아난드 데바(Anand Deva) 호주 맥쿼리대학병원 성형외과 교수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생분해성 고분자 물질 지지체와 환자 자신의 지방 세포를 이용한 유방 확대 수술을 진행했다"고 지난 11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이번 수술은 벨라세노 유방 확대용 지지체의 효능을 알아보는 임상시험의 일환이다. 모두 53명이 참여한다.

◇생분해 봉합사 성분으로 지지체 인쇄

유방 확대 시술은 식염수 팩이나 실리콘 젤 같은 보형물을 가슴에 넣어 크기를 키운다. 간혹 보형물이 터져 통증과 합병증을 유발한다. 이 경우 다시 실리콘 젤을 교체하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모히트 차야(Mohit Chhaya) 벨라세노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유방 확대 수술에는 보형물 없이 환자의 세포만 들어가 그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맥쿼리대 연구진은 수술 전에 환자의 허벅지나 배 등에서 지방을 채취한다. 채취한 지방은 유방 안에 삽입된 브래지어 컵 모양의 다공성 지지체에 주입된다. 데바 교수는 "시간이 지나면서 지방 세포가 증식해 자신의 조직을 재생하고, 지지체는 1~2년 뒤에 분해돼 잔여물이 전혀 남지 않는다"며 "몇 년 뒤 의사가 환자의 자기공명영상(MRI) 사진을 보면 정상적인 유방 조직을 보고 있다고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벨라세노의 유방 확대 수술용 지지체의 원리./자료 BellaSeno, 챗GPT 생성 이미지

이번 수술의 핵심 기술인 다공성 지지체는 차야 대표가 2011년부터 호주 퀸즐랜드 공대에서 개발했다. 지지체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인 폴리카프로락톤(PCL)으로 만들었다. 이 소재는 이미 나중에 녹아 흉터를 남기지 않는 생분해성 봉합사에 쓰이고 있다. 그는 이 연구로 2015년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2년 뒤 기술 상용화를 위해 벨라세노를 공동 설립했다.

벨라세노는 3D(입체) 프린터로 가는 선들을 뿌려 브래지어 컵 모양으로 인쇄했다. 지방과 기존 유방 조직의 세포들이 지지체 안으로 들어가 자라면서 자연 유방 조직과 마찬가지로 지방과 결합 조직, 혈관이 통합된 혼합체를 형성한다. 차야 대표는 "지지체는 가는 선들이 얽혀있는 구조"라며 "선들은 세포가 증식해 나갈 수 있는 작은 고속도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소규모 임상서 안전성 확인, 데이터는 미공개

데바 교수는 앞서 지난 5월 보스턴에서 열린 미국 미용성형외과학회에서 다공성 지지체의 안전성을 입증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2021~2023년 호주 브리즈번에서 19명에게 벨라세노의 다공성 지지체를 삽입하는 시술을 했다.

참가자들은 합병증으로 인해 실리콘 보형물을 제거한 후 유방 재건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이었다. 2년 추적 관찰 결과에 따르면, 지지체로 인한 합병증은 없었으며 평균 유방 부피 유지율은 83%에 달했다. 환자들은 조직이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준다고 밝혀 만족도가 높았다.

물론 아직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초기 임상시험 결과는 정식 논문으로 발표되지 않았다. 다른 과학자들이 임상시험 데이터를 검증하지 못했다. 호주 애들레이드의 외과 의사인 앤드루 캠벨-로이드(Andrew Campbell-Lloyd) 박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다공성 지지체는 원하는 유방 조직보다는 흉터 조직으로 채워지는 경향이 있다"며 "모든 증거를 제시하기 전에는 여전히 의구심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BellaSeno(2026), https://www.bellaseno.com/world-first-breast-augmentation-using-absorbable-3d-printed-scaffolds-performed-in-syd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