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고립이나 가족의 돌봄·간병 부담이 자살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관련 위기가구를 선제적으로 찾아내 지원하기로 했다. 자살 위험이 높은 가구에는 긴급복지와 정신건강 상담, 돌봄 서비스를 우선 연계하고, 금융·복지·고독사 관련 정보를 한데 모아 위기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는 체계도 구축한다.

보건복지부는 11일 국무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고립·위기가구 자살예방 대책'과 '돌봄·간병 부담 자살예방 대책'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발표한 분야별 자살예방 대책의 후속 조치다.

정부는 1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 등으로 사회적 고립과 가족 돌봄 부담이 커지면서 자살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고립·위기가구와 돌봄 부담이 큰 가족을 조기에 찾아내고 경제적 지원과 돌봄 서비스를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은경 장관은 "누구에게나 살면서 위기가 발생할 수 있지만 이웃과 사회와 연결되어 있다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방법이 있기 마련"이라며 "사회적 고립과 돌봄 부담이 자살로 연결되는 고리를 차단하고 필요한 복지 서비스가 신속히 연계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대교에 'SOS 생명의 전화'가 놓여 있다./뉴스1

◇금융·복지 정보 활용해 자살 위험자 먼저 찾는다

정부는 우선 자살과 고립의 위험 신호를 조기에 포착하기로 했다.

고독사 위기대응 시스템과 연계해 자해·자살 시도 등 정보를 활용하고, 고립 유형별로 대상자를 찾아내는 기획 발굴도 추진한다. 오는 12월까지 복지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에 과다 채무와 불법사금융 피해 등 금융위기 정보를 추가로 연계할 계획이다.

심각한 금융위기에 처한 가구는 금융기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직접 서비스를 의뢰할 수 있도록 연계체계도 확대한다.

현장 발굴 인력도 늘린다. 읍면동 찾아가는 보건복지팀 인력을 단계적으로 증원하고, 방문 상담을 활성화하기 위해 생활물품을 담은 '희망드림꾸러미'도 활용한다. 주민 등 민간 인적 안전망을 통해 자살 위험자를 발견하는 체계도 정비한다.

복지위기 알림 앱으로 접수된 신고 내용에 자살 관련 표현이 포함되면 24시간 긴급 상담을 제공한다.

경제적 위기에 놓인 자살 고위험군에는 긴급복지를 신속하게 지원한다. 자살 고위험군은 현장 확인 절차를 생략해 지원하고, 읍면동에서 소액을 우선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한다.

정부는 내년부터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도 개선해 경제적 위기 가구의 복지 사각지대를 줄일 계획이다.

◇청년부터 중장년·노인까지 고립 위험별 지원

고립을 줄이기 위한 대상별 지원도 확대한다.

자살 위험이 높은 고립·은둔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청년미래센터는 오는 9월부터 전국으로 확대한다. 지역 내 기관을 활용해 청년의 생활권 안에서 상담과 사례관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고독사 위험이 높은 50~60대 남성 등 중장년층에는 관계 회복과 건강관리 등을 지원한다. 외부 활동이 어려운 사람은 사회복지시설에 출퇴근하며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중장년 특화 프로그램도 개발한다.

고립된 노인에게는 의료·요양 등 통합돌봄 서비스를 연계하고 응급호출기와 활동감지기 등 정보통신기술(ICT) 장비 보급을 확대한다.

1인 가구에는 관계 형성, 돌봄, 소비 등 일상생활 역량을 높이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살 위험이 있는 한부모가족에는 가족센터와 한부모시설 등을 통한 긴급심리상담을 지원한다.

정부는 복지사각지대와 고독사 위기대응 시스템 등에 흩어진 정보를 하나로 묶는 '위기가구 통합 발굴 플랫폼' 구축도 검토한다. 여러 위기 정보를 통합해 고위험군을 선별하고 현장 대응에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돌봄하다 무너지는 가족'도 선제 지원

돌봄·간병 부담에 따른 자살 예방책은 가족 돌봄자의 부담을 조기에 파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사회보장 데이터를 활용해 중증 치매나 발달장애인을 돌보는 가족 가운데 돌봄 부담이 큰 가구를 선별한다. 고위험 가구로 확인되면 최대 72시간의 긴급돌봄과 정신건강복지센터 상담을 우선 연계한다. 돌봄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서비스도 신속하게 연결한다.

장기요양이나 장애인 등록을 신청할 때 가족의 돌봄 환경도 함께 살펴본다. 청년미래센터와 발달장애인지원센터 등에서는 우울 선별검사를 실시해 정신건강 위험이 확인되면 상담과 심리상담 이용권을 연계한다.

가족이 직접 감당해야 하는 돌봄 부담도 줄인다. 중증·치매 노인에 대한 방문요양을 확대하고 방문재활, 영양지도, 병원 동행 등 재가 돌봄 서비스를 늘린다. 현재 30종인 재가 돌봄 서비스는 60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통합돌봄과 성인 주간활동서비스도 강화한다. 치매나 발달장애처럼 고난도 돌봄이 필요한 가족에게는 돌봄 정보와 교육, 상담을 제공한다.

돌봄을 이유로 일을 그만두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도 검토한다. 가족돌봄휴가·휴직의 사용 대상을 위탁가정과 사실혼 관계 등으로 넓히는 방안을 살펴볼 예정이다.

가족 돌봄자의 휴식도 지원한다. 중증·치매 노인 가족의 단기보호와 종일방문요양 이용을 지원하는 가족 휴가제 활용을 높이고, 발달장애인 가족의 휴식 지원 대상도 확대한다.

간병비 부담을 낮추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부터 요양병원 간병비의 본인부담을 줄이고 긴급복지 생계지원금도 인상할 계획이다.

정부는 돌봄·간병 부담과 자살의 연관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조사도 실시한다. 치매·발달장애 가족 돌봄자의 실태를 조사하고, 자살 원인 분류에 '돌봄·간병 부담'을 새로 반영해 관련 데이터를 축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