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오염이 호흡기 질환은 물론 류머티스 관절염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연구 결과 초미세먼지가 증가하면 관절염 증상이 악화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류머티스 관절염은 면역세포가 관절의 정상 세포를 공격해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의료계는 앞으로 자가면역질환 환자들이 대기 질이 나쁜 곳을 피하도록 하는 예방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은봉 서울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연구진은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을수록 류마티스 관절염이 갑자기 악화되거나 재발하는 위험이 증가했다"고 지난 6일 유럽류마티스학회연합(EULAR)이 발간하는 '류머티스 질환 연보'에 발표했다.2021~2024년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 1070명에 대한 외래 진료 1만2583회를 추적 조사한 결과이다.

초미세먼지(PM2.5)가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의 증상을 악화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내 환자 1000여 명을 4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이다./챗GPT 생성 이미지

◇대기 오염 물질 6가지 중 초미세먼지만 연관

연구진은 관절 통증과 부종, 혈액 염증 수치 등을 환자 거주 지역과 방문 시점의 대기 오염 물질 농도와 연관시켜 분석했다. 대기 오염 물질은 이산화황(SO₂), 이산화질소(NO₂), 오존(O₃), 일산화탄소(CO), 지름 10㎛(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 이하의 미세먼지(PM10), 2.5㎛ 이하의 초미세먼지(PM2.5) 등 6가지였다.

분석 결과, 대기 오염 물질 6가지 가운데 PM2.5가 류머티스 관절염의 여러 활성도 지표와 가장 일관되게 연관됐다. PM2.5 노출이 높을수록 관절염이 갑자기 악화하는 플레어 위험이 증가했다. 연구 기간 월평균 PM2.5 농도는 1㎥당 18㎍이었다. PM2.5가 여기서 6㎍ 늘면 류머티스 관절염이 악화할 가능성이 11.3%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은봉 교수는 "관절염 악화 위험을 나타내는 '승산비(odds ratio)'가 평소 1.0이었다면 1.11이 된다는 의미로 그 자체가 큰 변화를 유발한다고는 하기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노출이 2주 이상 지속되면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초미세먼지는 적혈구보다 작기 때문에 폐로 들어갔다가 혈류를 따라 멀리 있는 장기까지 순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불안정한 산소 부산물인 활성산소가 많이 생길 수 있다. 활성산소는 세포를 손상시켜 노화와 질병을 유발하는 물질이다. 연구진은 활성산소가 염증 신호 물질을 증가시켜 관절의 염증을 유발한다고 추정했다.

초미세먼지(PM2.5)는 적혈구보다 작아 혈류를 따라 멀리 있는 장기까지 갈 수 있다. 이로 인해 활성산소가 증가하면 관절에서는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자료 위키미디어, 챗GPT 생성 이미지

◇관절염 환자 대상 대규모 연구는 처음

의료계는 이번 연구 결과는 류머티스 관절염 관리에 대기 오염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 결과라고 평가했다.제프리 스파크스(Jeffrey Sparks) 미국 하버드 의대 교수는 "대기 오염 물질과 류마티스 관절염의 질병 활성도를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견고한 연구 방법으로 연관 지은 연구"라고 평가했다.

기존 연구는 대기 오염이 건강한 사람에게 류머티스 관절염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지에 집중됐다. 폐로 흡인된 초미세먼지가 과도한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지 추적하는 식이다. 이번처럼 이미 류머티스 관절염에 걸린 환자에게 초미세먼지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피지 않았다. 이탈리아와 이란에서 그런 연구가 진행됐지만, 표본이 적고 어떤 오염 물질이 문제가 되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못했다.

스파크스 교수는 "이번 연구는 초미세먼지와 같이 호흡기로 흡입된 물질이 다른 자가면역질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뒷받침한다"며 "임상이나 생물학적 의미뿐 아니라 공중 보건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대기 오염이 심해지면 관절염 환자가 외부 활동을 자제하도록 권고하는 경보도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류머티스 질환 연보 저널의 편집장인 요제프 스몰렌(Josef Smolen) 오스트리아 빈의대 교수는 "이번 결과는 특정 유전적, 환경적 조건에 있는 한국인 집단에 국한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면서도 "우리가 돌보는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들에게 있어 환경은 통증과 염증에 필수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위험 요인별 기대수명 단축 효과./자료 미 시카고대 에너지정책연구소(EPIC)

◇기대 수명 줄이고 정자 생산도 감소

초미세먼지는 이미 흡연이나 교통사고, 에이즈보다 더 건강에 위협을 주는 요인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미국 시카고대 에너지정책연구소(EPIC)는 초미세먼지로 인해 전 세계 기대 수명이 2년 가까이 줄었다고 발표했다.

EPIC 보고서는 2023년 전 세계에서 초미세먼지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치(5㎍/㎥)의 약 5배에 달했으며, WHO 기준을 달성한다면 인류 전체의 기대 수명이 평균 1.86년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의 대기 오염이 수명을 그만큼 줄였다는 의미이다.

대기 오염은 전 지구적인 문제가 된 지 오래다. WHO는 전 세계 인구 90%가 대기 오염의 피해를 입으며 매년 700만명이 사망에 이른다고 밝혔다. 지난해 EPIC 보고서에서도 초미세먼지는 흡연(수명 1.69년 단축)과 아동·산모 영양실조(1.36년), 교통사고(4.8개월), 에이즈(3.4개월) 등을 제치고 건강에 가장 해로운 위험 요인으로 조사됐다.

대기 오염의 피해는 현 세대에 그치지 않는다. 미래까지 위협한다. 브라질 상파울루대 연구진은 지난 2019년 초미세먼지가 남성의 정자 생산력까지 떨어뜨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생쥐 실험에서 초미세먼지에 많이 노출될수록 정자 상태가 나빠졌다고 밝혔다. 정자 생산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기능이 떨어진 탓이다.

Annals of the Rheumatic Diseases(2026), DOI: https://doi.org/10.1016/j.ard.2026.06.018

Energy Policy Institute at the University of Chicago(2025), https://aqli.epic.uchicago.edu/post/aqli-top-charts-2025-en

Journal of the Endocrine Society(2019), DOI: https://doi.org/10.1210/js.2019-MON-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