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찬 울산권역뇌혈관질환센터장(울산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교수)

매년 국내에서 10만명 이상이 겪는 뇌졸중은 암에 이어 사망률이 높은 대표적인 응급질환이다.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순간부터 뇌세포가 빠르게 손상되기 때문에 얼마나 신속하게 치료를 시작하느냐가 예후를 좌우한다.

뇌졸중은 크게 혈관이 막히는 '허혈성 뇌졸중'과 혈관이 터지는 '출혈성 뇌졸중'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출혈성 뇌졸중은 뇌 안에서 출혈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치료가 지연될 경우 사망하거나 심각한 장애를 남길 위험이 높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처음 공개한 출혈성 뇌졸중 치료 수준 평가에 따르면, 환자가 병원에 도착한 뒤 24시간 안에 수술이나 시술 등 최종 치료를 받은 비율은 99.9%에 달했다. 국내 응급 치료 체계가 상당한 수준에 올라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처럼 신속한 치료 체계가 중요한 이유는 출혈성 뇌졸중의 대표적인 원인 질환인 뇌동맥류가 파열될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출혈성 뇌졸중인 지주막하출혈은 뇌동맥류 파열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뇌동맥류는 혈관 벽의 일부가 약해지면서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질환으로, 대부분은 증상 없이 발견되지만 파열되면 갑작스러운 극심한 두통과 목 경직, 메스꺼움, 구토 등이 나타난다.

권순찬 울산권역뇌혈관질환센터장(울산대병원 신경외과 교수)은 지난 3일 조선비즈와 만나 "손상된 뇌세포는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얼마나 빨리 치료를 시작하느냐가 환자의 생존은 물론 이후 남게 되는 신경학적 후유증까지 좌우한다"며 "특히 뇌동맥류는 파열 전에 발견하고 적절한 시점에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 센터장은 신경계 혈관질환 및 혈관내 수술 분야 전문가로, 현재 울산대병원 뇌졸중센터장과 울산권역뇌혈관질환센터장을 맡고 있다.

뇌졸중 /챗GPT DALL·E

뇌동맥류 치료는 크게 두개골을 열어 동맥류를 막는 '클립결찰술'과 혈관을 통해 치료하는 '혈관내 치료'로 나뉜다. 최근에는 의료기기와 시술 기술이 발전하면서 개두술이 필요 없는 혈관내 치료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혈관내 치료인 코일 색전술은 대퇴동맥을 통해 가느다란 카테터를 뇌혈관까지 삽입한 뒤 동맥류 안에 백금 합금 코일을 채워 혈류를 차단하는 방식이다.

권 센터장은 "코일 색전술은 개두술이 필요 없어 회복이 빠르고, 고령 환자나 전신마취가 어려운 환자도 비교적 부담 없이 치료받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고령 환자나 전신질환을 앓고 있어 수술 부담이 큰 경우에도 적극 시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혈류변환 스텐트는 크기가 크거나 입구가 넓어 코일 색전술만으로 치료하기 어려운 뇌동맥류에 주로 사용된다. 동맥류 내부를 직접 막는 대신 입구에 스텐트를 설치해 혈류를 줄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동맥류가 자연스럽게 막히도록 유도하는 치료법이다.

혈관내 치료 기술의 발전으로 치료 대상도 넓어졌다. 권 센터장은 기억에 남는 사례로 임신 중 출혈성 뇌졸중을 겪은 산모를 소개했다.

그는 "임신과 출산 전후에는 전신의 혈역학적 변화로 드물게 출혈성 뇌졸중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산모와 태아를 동시에 고려해 치료 방향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가장 크다"며 "응급 치료를 무사히 마친 뒤 시간이 흘러 건강을 되찾은 산모가 아이를 안고 외래를 찾는 모습을 볼 때 의사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권 센터장은 뇌졸중의 골든타임을 지키고 후유장애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증상을 빨리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뇌졸중은 한쪽 얼굴이 처지거나, 한쪽 팔이나 다리에 힘이 빠지고, 말이 어눌해지거나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장애가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대표적인 증상"이라며 "얼굴(Face), 팔(Arm), 말(Speech), 시간(Time)을 뜻하는 'FAST'를 기억해 달라"고 조언했다.

이어 "고령 환자들은 자녀에게 먼저 전화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이 아니라 119에 먼저 신고하는 것"이라며 "응급의료체계를 통해 최대한 빨리 병원으로 이송돼야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