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달 중 결정할 내년도 건강보험료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초고령사회 진입과 의료개혁 추진으로 건강보험 지출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경기 둔화와 고물가, 부동산 가격 상승 등으로 보험료 인상에 대한 부담도 커지고 있어서다.
2일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정부는 통상 8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어 다음 연도 건강보험료율을 확정한다. 수가 협상 결과와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최저임금 등을 반영해 보험료율을 결정한 뒤 정부 예산안에 반영한다.
올해 건강보험료율은 7.19%다. 직장가입자는 보수의 7.19%를 근로자와 사용자가 절반씩 부담한다. 건강보험료율은 2024년과 2025년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동결됐지만 올해는 전년보다 1.48% 인상됐다. 올해 월평균 보험료는 직장가입자 16만699원, 지역가입자 9만242원이다.
건강보험 재정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65세 이상 인구는 1072만3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20.7%를 차지했다.
고령화에 따른 의료 이용도 증가세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해 발간한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2024년 건강보험 진료비는 116조237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는 52조1935억원으로 전체의 44.9%를 차지했다. 2020년과 비교하면 전체 진료비는 86조7139억원에서 116조2375억원으로, 노인 진료비는 37조6135억원에서 52조1935억원으로 각각 늘었다.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과 지역·필수의료 강화, 저평가 수가 정상화 등 의료 개혁 과제도 재정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의료 개혁 1·2차 실행 방안을 반영한 재추계에서 건강보험 재정이 올해 당기수지 적자로 전환되고, 약 30조원 규모의 누적 준비금도 2029년 소진될 것으로 전망했다. 별도로 김윤희 인하대 의대 교수 연구팀은 현행 제도가 유지될 경우 2042년 건강보험 누적적자가 56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문제는 재정 안정을 위해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국민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증시 변동성과 부동산 가격 상승, 고물가 등으로 가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보험료를 인상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정부도 고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3일 건정심 소위원회에서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개편안을 보고했지만, 이후 여론 부담 등을 고려해 지난달 29일 건정심 본회의 상정을 연기했다.
개편안에는 직장가입자의 보수 외 소득(이자·배당·임대·사업소득 등)에 적용하는 소득월액 보험료 공제 기준을 연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낮추고, 초고소득자의 건강보험료 상한 기준을 상향해 월 상한액을 459만원에서 612만원으로 높이는 한편, 26년간 사실상 동결됐던 최저 보험료 기준(하한선)을 현실화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정부의 국고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건강보험법과 국민건강증진법은 정부가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를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지원 규모는 법정 수준에 미치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국장은 "정부가 법정 국고 지원을 충실히 이행하고 재정 효율화를 추진한 뒤 국민 부담 확대 여부를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예년 일정을 고려하면 정부는 이달 중 건정심 논의를 거쳐 내년도 건강 보험료율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