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한국에 가셔야만 살 수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심장외과 의사로 일하는 오마르 엘 케타니(30)씨는 세계 유수의 간이식센터 논문을 찾아 읽은 끝에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말기간부전에 진행성 간암까지 겹친 아버지 모하메드 엘 케타니(64)씨를 살릴 수 있는 곳은 서울아산병원뿐이라는 판단이었다.
서울아산병원은 최근 모하메드 씨에게 두 아들의 간 일부를 동시에 이식하는 '2대1 생체간이식'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고 31일 밝혔다. 모하메드 씨와 간을 기증한 두 아들은 모두 순조롭게 회복해 일상으로 복귀를 앞두고 있다.
모하메드 씨는 20여 년 전 C형간염을 앓은 뒤 간경화와 간부전이 진행됐다. 지난해 프랑스에서 간이식 대기 등록을 준비하던 중 간암까지 발견됐고, 올해 2월에는 6㎝ 크기의 새로운 종양이 간내 문맥까지 침범하면서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 프랑스 의료진은 간이식이 어렵다고 판단해 이식 대상에서 제외했다.
남은 희망은 생체간이식이었다. 프랑스에서 심장외과 의사로 일하는 둘째 아들과 형은 세계 주요 간이식센터의 논문과 치료 성과를 직접 비교·분석한 끝에 서울아산병원을 선택했다. 서울아산병원은 단일 의료기관으로는 세계 최초로 간이식 9000례를 달성했으며, 연간 생체간이식만 400여 건을 시행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간이식센터다.
그러나 정작 아버지는 두 아들이 자신의 생명을 위해 간을 기증하는 것을 끝내 받아들이지 못했다. 혹시라도 기증 과정에서 자식들에게 위험이 생길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두 아들은 "서울아산병원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생체간이식을 시행했고, 기증자 사망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다"며 아버지를 설득했고, 결국 가족은 1만㎞ 떨어진 한국행을 선택했다.
하지만 수술은 쉽지 않았다. 체중이 135㎏에 달하는 모하메드 씨는 한 명의 기증자로는 충분한 간 용량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진행성 간암이 간문맥까지 침범해 재발 위험도 높았다.
의료진은 두 명의 기증자로부터 간 일부를 각각 이식하는 '2대1 생체간이식'을 결정했다. 이 수술법은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석좌교수가 2000년 세계 최초로 고안한 방식으로, 병원은 지금까지 664례를 시행하며 세계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둘째 아들은 혈액형마저 아버지와 달랐지만, 서울아산병원이 혈액형 불일치 생체간이식도 세계 최다인 1100례 이상 시행한 경험을 갖고 있어 수술에는 문제가 없었다.
지난 5월 22일 오전 세 개의 수술실에서 동시에 시작된 수술은 17시간 동안 이어졌다.
송기원·정동환 교수는 두 아들의 간을 각각 절제했고, 이승규 석좌교수와 문덕복 교수는 환자의 병든 간을 제거한 뒤 두 아들의 간을 성공적으로 이식했다. 수술 도중에는 이식된 간이 들어갈 공간이 부족한 것으로 확인돼 오른쪽 신장을 일시적으로 이동시키는 고난도 술기를 적용해 안정적으로 간을 안착시켰다.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석좌교수는 "모로코 환자 가족이 한국을 찾은 것은 국내 간이식 수준을 세계가 인정한 결과"라며 "앞으로도 전 세계 말기간질환·간암 환자들이 새 삶을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모하메드 씨는 "급격히 진행되는 암으로 가족 모두 희망을 잃고 있었지만, 서울아산병원에서 기적처럼 건강을 되찾았다"며 "환자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의료진에게 평생 감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심장외과 의사로 근무 중인 둘째 아들 오마르 씨는 "의료기술은 물론 환자를 대하는 태도와 병원 시스템까지 모두 인상적이었다"며 "언젠가는 서울아산병원에서 직접 연수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