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SF 컨벤션에서 연설하는 중국 상하이 자오퉁대 치우 지롱(Zilong Qiu) 교수. 그는 자신이 개발한 염기 교정 치료법의 안전성에 확신을 가지고 있었지만, 시술 후 6세 여아가 사망한 사실을 1년 넘게 공개하지 않았다./신화통신

중국 상하이 자오퉁대 의대가 산하 대학 병원에서 뇌 유전자 교정 시술을 받은 6세 여아가 일주일 만에 숨졌지만 1년 넘게 은폐된 사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는 "대학 측이 조사 결과에 따라 '엄중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지난 27일(현지 시각) 전했다.

앞서 지난 23일 사이언스와 연구 윤리 전문 매체 리트랙션워치는 자오퉁대 의대 신화병원에서 6세 희소 질환 환자 메이(가명)가 지난해 3월 치우지룽(Zilong Qiu) 교수의 염기 교정 시술을 받은 뒤 심각한 면역 반응으로 숨졌다고 단독 보도했다. 연구진은 치료에 앞서 진행한 동물실험 결과를 지난 2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지만, 이미 진행된 임상시험과 환자의 사망은 논문에 밝히지 않았다.

◇대학 측 "연구 윤리 위반 여부 조사"

자오퉁대 의대는 26일 발표한 성명에서 "본교 소속 치우 성의 연구원이 발표한 의학 연구 논문과 우리 대학 산하 신화병원에서 수행된 임상시험 연구에 관한 최근 온라인 보도들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성명은 또한 대학이 "항상 연구의 무결성과 적절한 과학적 수행을 매우 중요하게 여겨왔다"며 "우리는 연구 윤리 위반 및 관련 규칙과 규정을 위반한 의학 연구 수행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숨진 여아는 '스나이더스 블록-캄포 증후군'이라는 희소 신경 질환을 앓았다. CHD3 유전자 DNA를 구성하는 염기 하나가 정상적인 시토신(C) 염기 대신 티민(T)으로 바뀌면서 발달 지연과 언어·운동 장애 등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아이는 또래보다 말과 행동 발달이 늦었고, 간단한 문장만 구사할 수 있었다.

DNA는 인체의 모든 생명 현상을 관장하는 일종의 설계도이다. 지퍼처럼 두 가닥이 서로 맞물려 이중나선 구조를 이루고 있는데, 지퍼의 이에 해당하는 것이 A(아데닌)·G(구아닌)·C·T 네 종류의 염기다. 유전질환은 이 염기의 순서가 정상과 달라서 생긴다.

치우 교수는 환자의 돌연변이 유전자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염기 교정 치료제를 개발했다. 염기 교정은 기존 유전자 교정에 쓰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더 발전시켰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DNA에서 원하는 부위만 잘라 교정하는 RNA·효소 복합체이다.

염기 교정은 DNA 두 가닥을 절단해 변이 부분을 정상으로 바꾸는 기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와 달리 특정 염기만 화학적으로 바꾸는 기술이다. 문장 전체를 바꾸기보다 오타 한 글자만 수정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중국 상하이 자오퉁대 의대 산하 신화병원./위키미디어 커먼스

◇동물실험서 부작용 있었는데 시술 강행

지난해 3월 치우 교수 연구진은 염기 교정 치료제가 담긴 바이러스 입자 수조 개를 메이의 뇌세포에 주입했다. 염기 교정 치료제는 문제가 되는 DNA를 찾는 유전물질과, DNA 절단 효소, 염기 전환 효소 등으로 구성된다. 연구진은 이에 대한 유전자 설계도를 인체에 무해한 바이러스 유전자에 끼워 넣었다.

연구진은 바이러스가 몸 안에 들어가면 염기 교정 치료제가 합성되고, 문제가 된 돌연변이 유전자로 가서 염기 하나를 바꿀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시술 직후 메이는 고열과 염증에 시달리다가 7일 뒤 숨졌다. 신화병원의 사망 검토 위원회에 따르면, 이 바이러스들이 치명적인 면역 반응을 유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언스지는 당시 임상시험을 승인할 때 병원 측이 앞서 진행한 원숭이 실험의 안전성 데이터를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치우 교수는 지난 2월 네이처에 염기 교정 치료법이 인간 세포와 쥐, 원숭이 뇌에서 메이와 같은 돌연변이 유전자를 효과적으로 교정했다고 발표했지만, 메이의 사망과 원숭이에서 나타난 부작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메이의 부모는 이번에 염기 교정 치료법이 원숭이 4마리에게 심각한 장기 손상을 일으켰음을 보여주는 연구 보고서와 임상시험 관련 문서를 사이언스에 제공했다. 부모는 연구 목적의 임상시험임에도 치료제 개발비로 86만달러(약 12억원)를 지불했음을 보여주는 정보와 의료진과의 대화 녹음 파일도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환자에게 시술한 염기 교정 치료법의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사이언스지 의뢰를 받고 동물실험과 임상시험을 검토한 전문가 7명은 동물실험에서 나타난 위험 신호가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는 애초 인체 대상 임상 시험에 진입해서는 안 됐다고 평가했다.

현재 치우 교수는 언론의 인터뷰에 응하지 않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지난 26일 치우 교수가 "모든 답변은 의대 지도부가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참고 자료

Science(2026), DOI: https://doi.org/10.1126/science.zbr2v4d

Nature(2026),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6-101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