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연구진은 "손끝의 땀으로 파킨슨병 환자의 치료제 투약량을 자동 감지하는 웨어러블(wearable·착용형) 센서를 개발했다"고 28일 국제 학술지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파킨슨병 환자는 갑자기 운동 기능을 잃지 않도록 계속 약을 투여해야 한다. 약이 적으면 치료 효과가 없고 많으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투약량을 계속 확인해야 하지만, 환자의 기억에만 의존하다 보니 정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매일 병원에 가서 혈액 검사를 할 수도 없다.
손가락에 붙이는 웨어러블 센서는 환자가 사용하기 편할 뿐 아니라 정확도가 병원에서 혈액 검사로 얻은 결과와 비슷했다. 센서가 측정한 투약량은 무선으로 의료진에 전송돼 원격 진단도 가능하다. 환자마다 치료제 용량을 달리하는 맞춤형 치료의 길이 열렸다.
◇도파민 보충하는 약물 추적
파킨슨병은 1817년 영국 의사 제임스 파킨슨이 처음 발견한 퇴행성 뇌 질환이다. 뇌에서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줄어들면서 손발이 떨리고 걸음걸이가 무거워지는 등 운동 장애 증상이 나타난다. 도파민은 몸의 움직임을 정교하게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UCSD 화학·나노공학과의 조셉 왕(Joseph Wang) 교수와 의대 신경과학과의 아이린 리트반(Irene Litvan) 교수와 함께 땀에 들어 있는 파킨슨병 치료 약물인 레보도파를 감지하는 센서 기술을 개발했다. 레보도파는 몸 안에 들어가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으로 전환돼 파킨슨병 증상을 완화한다.
연구진이 개발한 손가락 패치에는 묵처럼 수분이 많은 고분자 물질인 하이드로겔이 들어 있다. 하이드로겔의 염분 농도를 높이면 손끝 모공 안에 있는 땀을 빨아들인다. 액체가 농도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이동하는 '삼투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배추를 소금에 절이면 배춧잎의 수분이 빠져나가 숨이 죽는 것도 같은 원리다.
하이드로겔이 스펀지처럼 뽑아낸 땀방울은 종이로 만든 미세 통로를 거쳐 센서로 이동한다. 땀에 있는 약물이 센서 전극의 효소와 반응하면 미세 전압이 발생한다. 전압이 낮으면 약물 농도가 낮고, 높으면 농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센서는 자체 생성한 전압으로 작동해 별도 전원이 필요 없다. 다만 센서의 전압 변화를 외부 기기로 무선 전송할 때는 배터리가 필요하다.
◇간편하면서도 혈액 검사만큼 정확
연구진이 체내 레보도파를 감지하는 센서를 개발한 것은 환자마다 적정 용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약을 너무 줄이면 환자가 움직이지 못하고, 과도하게 투여하면 경련 같은 부작용이 생긴다. 투여량을 계속 확인해야 하지만, 지금은 환자가 쓴 투약, 증상 일지와 진료실에서 잠깐 관찰한 상태로 약을 조절하는 형편이다. 손가락 패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연구진은 건강한 사람 3명과 파킨슨병 환자 4명을 대상으로 손가락 패치를 시험했다. 임상시험 결과 손가락 패치는 병원에서 전문 장비로 며칠씩 걸리는 혈액 검사만큼 정확하게 체내 레보도파 농도를 알아냈다. 파킨슨병 환자가 일상에서 체내 약물을 실시간 추적할 수 있다는 의미다.
환자는 물론 건강한 사람도 각자 약물이 줄어드는 속도와 약효 반감기가 달랐다. 손가락 패치는 환자의 기억과 증상 일지에 의존하던 레보도파 처방을 객관적인 실시간 데이터에 기반한 맞춤 치료로 바꿀 가능성을 보여줬다. 다만 임상시험 규모가 작다는 한계가 뚜렷하다. 연구진은 패치 정보로 실제 투여량을 결정하거나 자동으로 약을 투여하는 단계까지 가려면 대규모 장기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PNAS(2026), DOI: https://doi.org/10.1073/pnas.2610453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