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료진이 개발한 '약물 전달(Drug Delivery) 집속초음파' 기술이 오는 9월 세계 첫 글로벌 확증임상시험에 돌입한다.
집속초음파를 활용해 항암제의 종양 침투를 높이는 기술이 대규모 임상 검증 단계에 진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새로운 항암 치료 플랫폼이 연구실을 넘어 글로벌 상용화를 위한 검증 단계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한국 의료기기 산업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아이엠지티는 최근 FDA로부터 췌장암 치료용 집속초음파 의료기기 'IMD10'의 글로벌 확증 임상시험계획(IDE) 갱신 승인을 받고, 오는 9월 첫 환자 등록을 목표로 미국 주요 병원들과 임상 개시를 위한 막바지 절차를 밟고 있다. 확증 임상은 허가를 위한 유효성과 안전성을 최종 검증하는 대규모 임상시험 단계다.
아이엠지티는 서울대 의대 분당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이학종 교수가 2010년 설립한 의료기기 기업이다. IMGT는 'Image Guided Therapy(영상 유도 치료)'의 약자로, 영상 유도 기술과 집속초음파를 결합해 난치 암의 약물 전달 문제를 해결하는 플랫폼을 개발하는 데 주력해 왔다.
2020년부터는 메디슨(현 삼성메디슨)과 지멘스에서 20여 년간 초음파 의료기기를 개발한 손건호 대표가 각자대표로 합류해 기술 상용화를 이끌고 있다.
회사가 개발한 'IMD10'은 항암제를 정맥으로 투여한 뒤 종양 부위에 집속초음파를 조사해 혈관과 세포막에 일시적인 미세 통로(Pore)를 만들고, 약물이 암 조직 내부까지 더 깊숙이 침투하도록 돕는 의료기기다.
회사는 이를 '케모소노 테라피(ChemoSono Therapy)' 플랫폼으로 명명했다. 종양을 직접 태우거나 파괴하는 기존 집속초음파(HIFU)와 달리 기존 항암제의 치료 효과를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IMD10은 지난해 FDA로부터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되며 기술 혁신성을 인정받았다. 이는 생명을 위협하거나 비가역적 질환 치료에 활용될 혁신 의료기기에 대해 FDA가 개발과 허가 과정을 우선 지원하는 제도다. 이어 이번 승인으로 글로벌 확증 임상 단계에 진입하면서 상용화를 위한 핵심 관문을 밟게 된 것이다.
이번 확증 임상은 한국과 미국에서 총 360명의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회사는 애초 약 136명 규모의 임상을 검토했지만, FDA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임상 규모를 360명으로 확대했다. 향후 미국 보험급여와 상업화를 위한 근거 수준을 높이기 위해 보다 큰 규모의 임상이 필요하다는 FDA 측 의견을 반영한 결정이다.
이번 임상에는 브리검앤드위민스병원(BWH), 버지니아대(UVA)병원, 메이스 캔서센터 등 미국 주요 암 전문병원이 참여할 예정이다. 세계 집속초음파 분야 비영리기관(Focused Ultrasound Foundation)도 미국 임상 비용을 지원 규모를 논의 중이다.
아이엠지티의 기술은 기존 집속초음파 의료기기와 접근 방식이 다르다. 미국 히스토소닉스(HistoSonics)가 초음파로 암 조직을 직접 파괴하는 방식이라면, IMD10은 항암제가 암 조직 안으로 더 잘 침투하도록 돕는 약물 전달 플랫폼이다. 히스토소닉스가 '메스'라면 IMD10은 약이 암 조직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주사기'에 가깝다.
회사 측은 "별도의 마이크로버블 없이 집속초음파만으로 약물 전달을 높인다는 점도 차별화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회사가 첫 적응증으로 췌장암을 선택한 이유도 약물 전달의 한계 때문이다. 췌장암은 암 주변 기질이 단단하고 섬유화가 심해 항암제가 종양 내부까지 충분히 침투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난치암이다. IMD10은 기존 항암제가 암세포까지 제대로 도달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아이엠지티는 개발 초기부터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기술을 고도화했으며, 사업단의 '10대 대표 과제'에도 선정됐다. 정부가 기초 연구부터 임상, 인허가까지 의료기기 개발 전 주기를 지원한 연구개발(R&D)이 미국 FDA 글로벌 확증 임상으로 이어진 대표 사례 중 하나로 평가된다.
이번 임상이 성공하면 IMD10은 세계 최초 항암 약물 전달용 집속초음파 의료기기로 미국 허가 절차에 다가서게 된다.
이학종 아이엠지티 대표는 "FDA 허가를 받는 데 그치지 않고 미국 의료 현장에서 실제 치료와 보험급여로 이어질 수 있는 임상 근거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며 "췌장암을 시작으로 담도암과 육종암은 물론 면역항암제, 항체약물접합체(ADC) 등 다양한 치료제와 병용하는 플랫폼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