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손질해 초고소득자의 보험료 부담을 확대하고, 26년간 사실상 동결됐던 최소 보험료 기준을 현실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부담 능력에 따른 형평성을 높이고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26일 보건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소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을 보고했다.
개편안의 핵심은 보험료 상한과 하한을 동시에 조정하는 것이다. 상위 0.01% 수준의 초고소득 가입자에게 적용되는 보험료 상한을 높이는 한편, 최저임금 인상과 연동되지 않아 26년간 제자리에 머물렀던 최소 보험료 기준을 최저임금과 연계해 현실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초고소득자의 보험료 상한이 대폭 인상된다. 현행 제도에서는 소득이 아무리 많아도 정해진 상한액 이상은 보험료를 내지 않아 월급이 1억2000만원인 직장인과 10억원인 직장인이 동일한 보험료를 부담하는 구조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개편안에 따르면 직장가입자의 월급 기준 보험료(보수월액 보험료) 상한은 지난해 평균 보험료의 30배에서 40배로 상향된다. 이에 따라 직장가입자의 월 보험료 최고액은 현재 459만원에서 612만원으로 늘어난다.
직장가입자의 보수 외 소득과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상한도 평균 보험료의 15배에서 20배로 높아진다. 이에 따라 이들의 월 보험료 상한 역시 459만원에서 612만원으로 조정된다.
상한선 인상 대상은 직장가입자 상위 0.04%인 7060명과 지역가입자 상위 0.02%인 1891세대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연간 약 1751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이 추가 확보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험료 하한 기준도 2000년 국민건강보험법 제정 이후 처음으로 개편된다. 현재 최저보수 월 28만원을 기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직장가입자 하한선을 앞으로는 매년 고시되는 최저임금과 연계하도록 제도를 바꾼다.
이에 따라 직장가입자의 최저 본인 부담 보험료는 월 1만80원에서 2만2260원으로 인상된다. 지역가입자의 하한선은 직장가입자 하한의 50% 수준으로 산정돼 현재 2만160원에서 2만2260원으로 소폭 오른다.
정부는 저소득층의 부담을 고려해 하한선 인상분을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2027년 1월부터 2028년 12월까지는 인상분의 50%만 반영하고, 2029년 1월부터는 100%를 적용할 예정이다.
하한선 조정 대상은 직장가입자 하위 1.0%인 약 19만3000명과 지역가입자 하위 50.7%인 486만 세대다. 정부는 이를 통해 연간 약 1417억원의 추가 수입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개편을 통해 부담 능력에 비례해 보험료를 부과하는 소득 중심의 건강보험 부과체계를 강화하고, 확보된 재원을 지역·필수의료 지원 확대와 희귀·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등에 활용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