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은 비만 치료제를 '살이 빠지는 주사' 정도로 생각하지만, 현대의 비만 치료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같은 약을 사용하더라도 결과가 달라지는 것은 약 문제가 아니라, 환자마다 다른 생리학적 특성과 대사 환경이 반영된 결과다.
오늘날 비만은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여러 학회에서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장기적 치료가 필요한 만성질환으로 정의하고 있다. 우리 몸은 체중이 감소하면 이를 생존의 위협으로 인식해 식욕을 증가시키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반응한다.
이런 체중 조절 시스템에 직접 작용하는 약물이 바로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 (GLP-1) 기반 비만 치료제다. 장에서 분비되는 GLP-1 호르몬을 모방해 뇌의 식욕 중추에 포만감을 전달하고, 위 배출을 지연시키며, 음식에 대한 보상 반응을 감소시켜 자연스럽게 섭취량을 줄이도록 돕는다.
가장 대표적인 주사 제제로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와 마운자로(티르제파타이드· 미국명 젭바운드)가 있다. 위고비는 GLP-1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약물이며, 마운자로는 GLP-1뿐 아니라 '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자극 폴리펩타이드(GIP)' 수용체까지 함께 활성화하는 최초의 이중 작용제다. GIP는 지방조직과 에너지 대사, 인슐린 분비에 관여하는 호르몬으로, GLP-1과 함께 작용하면 더 강력한 체중 감량 효과를 나타낸다.
위고비의 핵심 연구인 STEP-1 연구(체중 감량 효과를 증명한 대표적인 글로벌 임상시험)에서는 평균 약 14.9%의 체중 감소가 확인됐다. 당시, 이 연구에선 참가자 약 86%가 체중 5% 이상을 감량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비만약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획기적인 결과였다.
반면 SURMOUNT-1 연구(마운자로의 체중 감소 효과를 입증한 핵심 임상시험)에서는 최고 용량 투여군에서 평균 약 20.9%의 체중 감소가 보고됐다. 참가자의 절반 이상은 20% 이상을 감량했고, 일부에서는 25% 이상의 감량도 확인됐다. 이 결과는 과거 비만 치료에서 수술만이 도달할 수 있던 수준에 근접하는 수치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실제 진료에서는 위고비에 매우 좋은 반응을 보이는 환자가 있지만, 마운자로에서 더 뛰어난 효과를 보이는 환자도 적지 않다. 이유는 환자마다 인슐린 저항성 정도, 근육량과 기초대사량, 내장 지방 비율, 나이, 성별, 유전적 요인까지 모두 영향을 미친다. 근육량이 적은 환자는 기초대사량 자체가 낮아서 동일한 식사량 감소에도 체중 감량 속도가 느릴 수 있다.
또 치료 초기에는 대부분 효과를 경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생활 습관 역시 치료 성패를 좌우한다. 비만 주사는 식욕을 줄여주지만, 단백질을 대신 공급해 주지는 않는다.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면 근육량이 감소하고, 결국 기초대사량이 떨어져 감량 속도가 둔화한다. 수면 부족은 식욕을 증가시키는 그렐린(배고픔 호르몬)을 높이고, 스트레스는 코르티솔 분비를 증가시켜 복부 지방 축적을 촉진한다.
현재 위고비는 체질량지수(BMI) 30㎏/㎡ 이상 또는 27㎏/㎡ 이상이면서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 등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처방이 허가돼 있다. 마운자로 역시 비만 치료로 적응증이 확대돼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두 약제 모두 단순히 체중만으로 선택해서는 안 된다. 환자의 기저 질환, 목표 체중, 부작용 위험, 비용, 장기 유지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최근 위고비는 당뇨병이 없는 과체중·비만 환자 중에서도 심혈관 사망, 심근경색, 뇌졸중 등 발생 위험이 약 20% 감소한다는 결과가 나와 주목받았다. 마운자로 역시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을 크게 낮추는 결과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