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역 의료 공백과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을 해소하기 위해 의료 현장 전반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하는 'AI 기본의료 전략'을 내놨다. 동네 보건소와 의원에서도 AI의 진료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응급환자 이송과 공공병원 운영에도 AI를 활용해 의료진 부족을 보완하겠다는 구상이다.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는 2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AI 기본의료 전략'을 발표했다.

김상진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정책기획국장은 "AI 기본사회에서 가장 핵심적인 분야는 의료"라며 "국민이 가장 크게 체감할 수 있는 의료 분야부터 AI를 선제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이번 기본전략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략이 고도화될수록 국민이 의료 현장에서 누리는 혜택도 커질 것"이라며 "관계 부처 간 협력과 예산 지원을 바탕으로 정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위원회가 조율 역할을 맡겠다"고 밝혔다.

일러스트=챗GPT

◇동네 의원에도 AI…"애매한 환자, 대학병원 수준 정보 지원"

우선 일차의료 현장에 AI를 도입한다.

전국 보건소와 보건지소에는 영상판독 보조, 음성 기반 의무기록 작성, 만성질환 관리 등을 지원하는 '패키지형 AI 솔루션'을 보급한다. AI 솔루션은 지역보건의료정보시스템(PHIS)과 연계해 의료진이 별도 프로그램을 오가지 않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가정의학과 등 필수 진료과목 의원이 있는 취약지역에는 '일차의료 AI 패키지' 바우처를 지원한다. 의료기관이 필요한 AI 솔루션을 선택해 사용하면 정부가 사용량에 따라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박정환 복지부 의료인공지능데이터정책과장은 "취약지 의원은 의료진뿐 아니라 행정 지원 인력도 부족하다"며 "AI를 활용해 행정과 진료 과정의 부가 업무를 줄이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학병원급 AI 진료'라는 것은 동네 의원이 대학병원으로 바뀐다는 의미가 아니라, 현장에서 판단이 어려운 환자를 만났을 때 AI가 대학병원 수준의 의학 정보를 참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섬·벽지 등 의료 취약지역에서는 방문간호사가 AI가 분석한 환자 데이터를 토대로 원격지 의사와 협진하는 시범사업도 추진한다.

◇응급실 전화 돌리기 줄인다…"AI는 추천, 최종 판단은 의료진"

응급의료 체계에도 AI를 도입한다.

정부는 구급대가 적정 병원을 찾기 위해 여러 병원에 일일이 전화를 돌리는 현재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가칭) 응급 통합 AI 플랫폼'을 구축한다. 병상과 의료진, 최종 치료 가능 여부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AI가 가장 적합한 병원을 추천하는 것이다.

다만 AI가 병원을 자동으로 지정하는 것은 아니다. 최종 이송 여부는 구급대원과 응급실 의료진이 결정한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AI 추천만으로 미수용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에박 과장은 "AI가 지역 내 모든 관계자에게 의료자원 현황·환자 필요도를 동시에 보여주는 방식으로, 지역 공동의 수용 판단을 유도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각 의료기관이 자원 현황을 직접 입력하거나 EMR과 자동 연동해 공유하면, 지역 전체가 같은 화면을 보고 협업해 이송 병원을 결정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현재 대구에서 관련 실증사업이 진행 중이다.

응급 상황에서 의식이 없는 환자는 사전 동의를 전제로 의료진이 '나의 건강기록(PHR)'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전국 공공병원 하나로 연결…'AI 고속도로' 구축

공공의료 분야에서는 권역 책임의료기관 17곳과 지역 책임의료기관 55곳을 하나의 AI 플랫폼으로 연결하는 '공공의료 AI 고속도로'를 구축한다. 전국 책임의료기관이 영상판독, 의무기록 작성, 환자 의뢰·회송 문서 작성, 의학지식 제공 등 다양한 AI 서비스를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사업이다.

정부는 올해 국가 AI 프로젝트에 선정된 이 사업을 통해 2026년 시범사업을 시작하고 2029년까지 전국 책임의료기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노후 지방의료원 전산시스템도 AI와 연동 가능한 클라우드 기반 병원정보시스템(HIS)으로 교체한다. 과기부가 2026~2027년 약 300억원을 투입해 국립중앙의료원과 서울의료원에서 먼저 개발·실증을 진행한 뒤, 2028년부터 복지부가 지방의료원으로 본격 확산한다.

'AI 네이티브 병원'도 추진한다. 복지부가 방문부터 귀가까지 병원 내 모든 서비스를 AI로 지원하는 체계를 국립대병원 공동 개발 방식으로 구축하고, 과기부는 이를 기반으로 권역별 AI 특화병원을 지정·지원한다.

◇한국형 의료 AI 개발 지원…"기관 단위 수가도 신설"

공공기관과 국립대병원 등에 흩어진 데이터를 활용해 '한국형 소버린 의료 AI'도 개발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질병관리청, 국립암센터, 국립대병원 등의 데이터를 결합해 국내 의료 AI 기업과 연구진이 활용할 수 있는 기반 모델 개발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급성기 환자 악화 조기 예측, 복합 영상 판독, 치료·수술계획 보조 등이 주요 활용 분야다.

이와 함께 가명처리 데이터 연구의 규제를 완화하고, 자체 데이터심의위원회(DRB)가 없는 지역 스타트업도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공용 DRB 설치한다.

AI 의료서비스 보상체계도 손질한다.

현재처럼 개별 AI 제품이나 의료행위별로 수가를 적용하는 방식 대신, 의료기관이 AI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했는지를 평가해 기관 단위로 보상하는 새로운 수가 체계를 도입한다. AI는 개별 행위보다 병원 전체 운영과 의료진 업무 부담 감소 효과가 크기 때문에 기관 단위 평가가 적절하다는 설명이다.

평가 대상은 AI 자체보다 의료기관의 데이터 표준화 수준과 AI 거버넌스 구축, 임상 성과, 병원 운영 효율화 등이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수가 연구를 진행한 뒤 내년 상반기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