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하반기 부처 업무보고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의 윤곽을 공개했다.

희귀·난치질환과 요양병원 간병비는 건강보험 지원을 확대하고, 탈모·고도비만 치료제도 급여 적용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반면 CT·MRI 중복 촬영과 가짜진료는 강하게 손질해 건강보험 지출을 줄인다는 계획도 함께 내놨다.

보장성은 넓히고 재정은 아끼겠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우선순위다. 한정된 건강보험 재원을 어디에 먼저 투입할 것인지가 새 쟁점으로 떠올랐다.

보건복지부 청사 전경./뉴스1

우선 의료·간병 필요도가 높은 환자를 대상으로 요양병원 간병비를 건강보험으로 지원한다. 환자 본인 부담은 현재 100%에서 30% 안팎으로 낮추고,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한다. 적용 대상은 2030년까지 8만5000명으로 확대한다. 의료중심 요양병원 지정 기준과 정확한 본인부담률은 추후 확정한다.

희귀·난치질환 지원도 확대한다. 치료제의 건강보험 등재 기간은 240일에서 100일로 줄이고, 산정특례 본인부담률도 단계적으로 낮춘다. 복제약(제네릭) 약가는 14년 만에 15.7% 인하한다. 상병수당은 시범사업을 거쳐 2027년 법제화를 추진한다.

탈모·고도비만 치료제 급여화 검토도 이어간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날 사전 브리핑에서 "탈모나 고도비만 같은 새로운 건강 문제에 대한 급여화 요구도 종합적으로 판단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이번 업무보고에서 내놓은 또 다른 축은 건강보험 재정 절감이다. CT·MRI 중복 촬영과 과잉진료를 줄여 연간 2조6000억원의 재정을 아끼겠다는 계획이다.

희귀질환 치료제조차 건강보험 등재를 기다리는 사례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탈모·고도비만 치료제까지 급여 대상에 포함할 경우, 어떤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정할지가 정책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공동취재단

재정 절감의 첫 타깃은 중복 검사와 과잉진료다. 복지부는 병원을 옮길 때마다 반복되는 CT·MRI 촬영을 줄이기 위해 올해 12월 의료기관 간 촬영 이력을 실시간으로 조회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내년 상반기에는 환자가 QR코드로 의료영상을 다른 병원에 전송하는 공유 체계도 마련한다. 타 병원 영상을 활용해 판독하면 인센티브를 주고, 불필요한 재촬영을 줄이기 위한 추가 제도도 검토한다.

가짜진료 단속도 강화한다. 암환자를 대상으로 진료비 일부를 돌려주는 이른바 '페이백', ADHD 치료제 과잉 처방, 사무장병원 등을 대상으로 행정조사를 벌이고 있다. 8월부터는 기획조사에 착수해 적발 시 업무정지와 과징금 부과 등 제재를 강화할 계획이다.

절감한 재정은 지역·필수의료에 투입한다. 2027년부터 연간 1조2000억원 규모의 지역필수의료특별회계를 신설하고, 건강보험 수가체계를 25년 만에 전면 개편해 지역·필수의료 분야에 연간 3조6000억원을 투자한다. 국립대병원은 중증·고난도 질환의 최종 치료기관으로 육성하고, 지방의료원은 응급·수술·중환자 진료 역량을 강화한다.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지역의사제,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 지역 의대 신설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의료 혁신도 속도를 낸다.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와 국립대병원 임상데이터를 연구자에게 개방하고, 예방부터 진료·응급의료까지 아우르는 'AI 기본의료 전략'을 이달 중 발표한다. 제약·바이오 메가펀드는 1조원 규모로 조성해 국가대표 기술 육성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