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도권에서 분만과 소아 진료를 담당하는 필수의료 전문의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10명 중 6명, 산부인과 전문의는 10명 중 8명이 50세 이상이었다. 지역 의료 현장에서는 전문의 부족을 넘어 후배를 양성할 인력마저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국회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요양기관에서 근무하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4월 말 기준 6367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50세 이상은 3472명(54.5%)으로 절반을 넘었다. 40세 미만은 14.4%에 그쳤다.
비수도권의 고령화는 더 심각했다. 서울·경기·세종을 제외한 지역의 50세 이상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비중은 평균 61.9%였다. 전남이 70.5%로 가장 높았고 제주(68.6%), 경북(67.0%), 전북(64.2%), 충북(64.0%)이 뒤를 이었다.
30대와 40대 전문의 비중이 절반을 넘는 지역은 세종(74.3%)과 서울(54.5%)뿐이었다.
산부인과는 상황이 더 심각했다. 전국 산부인과 전문의 6015명 가운데 50세 이상은 4205명으로 전체의 69.9%를 차지했다. 비수도권에서는 이 비율이 78.5%까지 높아졌다.
경북은 산부인과 전문의의 92.9%가 50세 이상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이어 전남(88.1%), 전북(86.8%), 경남(85.8%), 충북(83.5%) 순이었다. 서울(60.1%)과 경기(64.6%), 세종(55.6%)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전문의 고령화는 지역 모자의료 공백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전북대병원에서는 권역모자의료센터 신생아중환자실(NICU)을 맡아온 김진규 교수가 사직하면서 NICU 운영 차질 우려가 제기됐다.
후배 전문의를 양성할 지도전문의도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교육부의 2025년 교수실적 등록 자료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 지도전문의는 전국 886명 가운데 603명(68.1%)이 서울과 경기에서 근무하고 있다.
신생아 분야는 수도권 집중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지도전문의 200명 가운데 서울이 97명, 경기가 37명으로 수도권에만 134명(67.0%)이 몰려 있었다. 전북은 3명, 충북과 제주는 각각 2명에 불과했다.
현장에서는 개별 병원 지원이나 수가 인상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최근 정책포럼에서 현재의 분만 의료 위기를 산과 전문의와 신생아 전문의, 병상, 이송체계가 동시에 흔들리는 구조적 문제로 진단했다. 학회는 권역별 모자의료센터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지역 거점병원에서 전문의가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지역필수의료복무제(가칭)' 도입과 교수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