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집에서 휴대용 초음파 장비로 유방암 검사를 하면서 스마트폰에서 영상을 확인하는 모습의 상상도./챗GPT 생성 이미지

의료진 도움 없이 집에서도 유방암 검사를 할 수 있는 휴대용 초음파 검사 장비가 개발됐다. 병원에서 하는 정기검진 사이에 발생하는 간격암이 전체 유방암 환자의 5분의 1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휴대용 검사 장비는 암을 조기 진단해 완치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유방암 환자를 언제 어디서나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미디어랩의 자난 다으데비렌(Canan Dagdeviren) 교수 연구진은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도 집에서 간편하게 유방암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휴대용 초음파 검사 장비를 개발했다"고 1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발표했다. 서울대 기계공학부를 나온 윤혁준 박사과정 연구원이 다른 연구자 3명과 함께 논문의 공동 제1 저자로 등재됐다.

◇스마트폰 크기 모듈서 정보 처리

MIT 연구진이 개발한 휴대용 초음파 검사 장비는 마트에서 쓰는 바코드 리더기처럼 생긴 초음파 프로브, 스마트폰보다 조금 큰 영상 획득·처리 모듈로 구성된다. 이 시스템을 노트북 컴퓨터에 연결하면 바로 3D(입체)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앞서 연구진은 지난 2월 이 장비로 71세 여성의 유방에서 단 두 곳만 스캔해 낭종을 찾아냈다고 발표했다.

몸에 대는 초음파 프로브에는 전류가 흐르면 형태가 바뀌는 압전 소자가 들어있다. 압전 소자가 진동하면 사람이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주파수가 높은 초음파가 발생한다. 컴퓨터는 이 초음파가 몸속으로 들어갔다가 밀도와 경도가 다른 부분에서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과 강도를 계산해 실시간 3D(입체) 영상을 만든다.

기존 초음파 검사 장비로 찍은 2D 유방 영상(위)과 MIT 연구진이 개발한 휴대용 초음파 검사 장비로 찍은 3D 영상(아래). 왼쪽부터 점선 안에 낭종(물혹), 유방 보형물, 치밀한 섬유 조직, 고형 종괴(혹)가 보인다./미 MIT

특히 이번 초음파 프로브에는 잡음을 막는 후면층(backing layer)이 추가됐다. 압전 소자는 전기 신호를 받고 진동하면서 초음파를 내보내는데, 진동이 검사 대상자를 향한 앞쪽으로만 가지 않고 뒤로도 가는 문제가 있다. 이러면 잡음이 되는 울림이 생긴다. 압전 소자 뒤에 붙이는 후면층은 뒤로 새는 에너지를 흡수해 초음파 영상의 해상도를 높일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일반인 10명에게 휴대용 초음파 검사 장비를 주고 유방 모형에 박혀 있는 미세 표적을 찾도록 했다. 참가자들은 병원에서 쓰는 기존 초음파 프로브를 쓸 때보다 표적 탐지 성공률이 더 높았다. 사용자가 초음파 프로브를 올바른 위치에 댈 수 있도록 컴퓨터 화면에서 안내하는 인터페이스도 개발됐다.7명에게 이 인터페이스를 쓰도록 했더니 초음파 프로브를 언제나 정확한 곳에 댈 수 있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정기검사에서 못 잡는 간격암 예방 가능

튀르키예 출신인 다으데비렌 교수는 2015년 이모를 유방암으로 잃고 나서 휴대용 검사 장비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모는 간격암 환자였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에서 230만명이 유방암 진단을 받았고, 68만5000여 명이 사망했다. 간격암은 전체 유방암 환자의 20~30%를 차지한다.

다으데비렌 교수의 이모는 정기적으로 유방암 검진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49세에 유방암 말기 진단을 받고 6개월 후 세상을 떠났다. 만약 정기검진 사이에 간편하게 쓸 수 있는 검사 장비가 있었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다. 유방암은 초기에 진단되면 생존율이 거의 100%에 이르지만, 후기에 발견되면 생존율이 25%로 떨어진다.

미 MIT 연구진이 개발한 휴대용 유방암 초음파 검사 장비./자료 MIT, 챗GPT 생성 이미지

다으데비렌 교수가 휴대용 유방암 검사에 선택한 것은 병원 정기검진에서 주로 쓰는 X선 대신 초음파 장비였다. X선 검사는 대형 장비와 숙련된 방사선사가 있어야 하고 아시아계 여성에게 많은 치밀 유방을 검사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칼슘이 쌓인 암 조직은 뼈처럼 밀도가 높아 X선이 덜 통과해 영상에서 하얗게 구별된다.하지만 유방 조직의 밀도가 높으면 암세포와 구별이 잘 안 되는 한계가 있다. 아시아 여성은 유럽계보다 치밀 유방을 가질 확률이 높다. 한국 여성은 80%가 치밀 유방을 갖고 있다. X선 검사는 유방을 압박해 통증이 심한 문제도 있다.

연구진은 2023년 브래지어 형태의 초음파 검사 장비를 개발했다. 벌집 모양의 구멍이 있는 브래지어에 역시 구멍이 나 있는 패치를 붙였다. 소형 초음파 프로브는 이 구멍을 통해 피부에 닿는다. 연구진은 초음파 프로브를 브래지어에 있는 구멍 여섯 군데에 갖다 대고 유방 전체를 촬영했다. 이번에는 프로브를 단 두 군데에만 대도 같은 결과를 얻었다.

연구진은 앞으로 초음파 검사 장비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과도 연동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개발해 휴대성을 더 높이겠다고 밝혔다. 다으데비렌 교수는 제자들과 새로 개발한 기술을 상용화할 회사도 설립할 계획이다. 그는 유방암 진단이 첫 번째 목표지만, 앞으로 난소암과 자궁내막증, 태아 진단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겠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Nature Communications(2026),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6-74708-3

Advanced Healthcare Materials(2026), DOI: https://doi.org/10.1002/adhm.202505310

Science Advances(2023), DOI: https://doi.org/10.1126/sciadv.adh5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