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에서 새롭게 신고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인이 927명으로 전년보다 4.9% 감소했다. 다만 신규 감염인의 66%가 20~30대에 집중됐고, 외국인 감염인 비중은 전년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은 3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5년 HIV/AIDS(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신고 현황 연보'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새롭게 신고된 HIV 감염인은 927명으로, 2024년(975명)보다 48명(4.9%) 줄었다. 국적별로는 내국인 659명(71.1%), 외국인 268명(28.9%)으로 집계됐다. 신규 감염인 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보다 2.2%포인트 증가했다.
성별로는 남성이 822명(88.7%)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남성 감염인 가운데서는 내국인이 638명(77.6%)으로 많았지만, 여성 감염인 105명 중에서는 외국인이 84명(80.0%)으로 더 큰 비중을 차지했다.
연령별로는 30대가 381명(41.1%)으로 가장 많았고, 20대 231명(24.9%), 40대 134명(14.5%)가 뒤를 이었다. 20~30대가 전체 신규 감염인의 66.0%를 차지했다. 모자 간 전파 사례는 1건 신고됐다.
신고 기관은 병·의원이 565명(61.0%)으로 가장 많았고, 보건소 298명(32.1%), 교정시설·혈액원·병무청 등 기타 기관이 64명(6.9%)이었다.
역학조사에 응한 649명의 검사 동기를 보면 자발적으로 검사를 받은 경우가 207명(31.9%)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질병 원인 확인 검사 170명(26.2%), 수술·입원 과정에서 시행한 검사 146명(22.5%) 순이었다.
감염경로에 응답한 529명 가운데 524명(99.1%)은 성 접촉을 통해 감염된 것으로 답했다. 마약 주사 공동사용은 5명(0.9%)이었다. 성 접촉 감염자 중 동성 간 성 접촉은 328명으로, 전체 성 접촉 감염자의 62.6%를 차지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생존 HIV·에이즈 감염인은 1만7557명으로 전년(1만7022명)보다 535명 증가했다. 이 가운데 65세 이상은 2294명(13.1%)으로, 전년(2077명·12.2%)보다 늘어 고령 감염인 비중도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HIV는 인체 면역 체계를 공격하는 바이러스로, 감염인의 혈액이나 체액과 직접 접촉할 때 전파된다. 악수나 일상적인 접촉, 타액이 섞인 음료를 마시는 것만으로는 감염되지 않는다. 감염 후 면역 기능이 크게 저하되면 에이즈로 진행돼 각종 감염병이나 암이 동반될 수 있으며,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다만 HIV는 더 이상 '죽음의 병'으로만 여겨지지 않는다. 과거에는 HIV 감염이 곧 에이즈로 이어져 사망에 이르는 질환으로 인식됐지만,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제가 발전하면서 지금은 꾸준한 치료와 관리가 가능한 만성질환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HIV 감염인은 매일 약을 복용하며 평생 건강 상태를 관리할 수 있고, HIV 감염이 에이즈로 진행되는 사례도 과거보다 크게 줄었다.
예방 전략도 한층 강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프렙(PrEP·노출 전 예방요법)'이다. HIV 감염 위험이 높은 사람이 미리 약물을 복용해 감염을 예방하는 방법으로, 현재 국내에서는 하루 한 알 복용하는 경구제를 사용할 수 있다. 예방 효과는 99%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6개월에 한 번씩 연 2회 투여하는 장기 지속형 예방 주사도 개발되면서 예방 선택지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질병청은 지난해 발표한 '제2차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관리대책(2024~2028)'에 따라 노출 전 예방요법 지원과 HIV 검사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2030년까지 신규 HIV 감염인 수를 2023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인다는 목표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제2차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관리대책(2024~2028)에 따라 노출 전 예방요법(PrEP) 지원과 HIV 검사 활성화를 지속 추진하겠다"며 "감염 예방을 위해 안전하지 않은 성 접촉을 피하고, 감염이 의심되면 신속히 검사와 치료를 받아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