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이 지난 10일 충북 청주시 국립중앙인체자원은행 강당에서 '감염병 위기관리 체계 고도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해 국내 법정감염병 발생이 전년보다 20%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대유행을 보였던 백일해가 크게 줄었고, 쯔쯔가무시증과 수두도 감소세를 보였다. 반면 고령층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목 감염증(CRE) 감염증과 어린이 감염병인 성홍열은 증가했다.

질병관리청은 2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5 감염병 신고 현황 연보'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전수감시 대상 법정감염병(제1~3급) 신고 환자는 총 13만9368명으로 집계됐다. 인구 10만 명당 272명 수준으로, 전년 17만4908명(인구 10만 명당 341명)보다 20.3% 감소했다.

법정감염병은 총 90종이다. 이 가운데 전수감시 대상은 67종, 표본감시 대상은 23종이다. 지난해에는 전수감시 대상 감염병 67종 가운데 41종이 신고됐고, 나머지 26종은 신고 사례가 없었다.

감소를 이끈 대표 감염병은 백일해다. 백일해는 2024년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등의 영향으로 대규모 유행을 겪었으나, 지난해에는 5491명이 신고돼 전년(4만8048명)보다 88.6% 급감했다.

수두는 3만248명으로 전년보다 5.2% 감소했고, 제3급 감염병인 쯔쯔가무시증은 3405명으로 전년 대비 45.7% 줄었다. 쯔쯔가무시증은 털진드기 유충에 물려 고열과 두통 등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질병청은 최근 감염 여부를 보다 정확히 판단할 수 있도록 가피(딱지) 형성 여부를 신고 기준에 포함한 점이 신고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연도별 법정감염병(제1급~제3급) 제외) 발생 추이./질병관리청

반면 일부 감염병은 증가세를 나타냈다. CRE 감염증은 지난해 4만9053명으로 전년보다 15.8% 늘었고, 성홍열은 1만3113명으로 전년 대비 97.4% 급증했다.

CRE 감염증은 카바페넴계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세균에 감염된 상태를 말한다. 면역 취약계층에서는 치명률이 높아 국내 제2급 감염병으로 지정돼 있다.

특히 CRE 감염증 환자의 86.5%는 60세 이상 고령층에서 발생했다. 성홍열은 전체 환자의 86.8%가 0~9세 어린이로 나타나 연령별 발생 편중이 두드러졌다.

레지오넬라증과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도 각각 41.6%, 64.7% 증가했다. 질병청은 레지오넬라증 증가는 인공수계시설 노후화와 고령층 증가가, SFTS 증가는 이른 더위와 평균기온 상승, 야외활동 증가에 따른 진드기 노출 위험 확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해외 유입 감염병은 지난해 633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유행기인 2022년 5만6037명까지 증가했던 해외 유입 감염병은 최근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안정되는 모습이다.

해외 유입 감염병 가운데서는 뎅기열이 110명(17.4%)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매독(1기) 74명(11.7%), 말라리아 56명(8.8%), 홍역과 잠복 매독이 각각 55명(8.7%) 순으로 신고됐다. 감염 지역은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중국 등이 포함된 아시아가 전체의 81.4%를 차지했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감염병 신고는 감염병 전파를 인지하고 확산을 막는 가장 첫 단계"라며 "신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감염병 분석과 위험평가, 예측 기능을 강화해 감염병 유행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