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하 대한병원협회 제43대 회장이 23일 서울 마포구 대한병원협회에서 열린 취임 기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허지윤 기자

유경하 대한병원협회장이 필수 의료에 대한 국가 지원이 더 강화돼야 한다며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과 '국가 책임형 전공의 수련 체계 마련'을 추진하겠다고 23일 밝혔다.

대한병원협회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병원, 요양병원 등을 회원으로 둔 의료계 대표 단체다.

유경하 회장은 23일 서울 마포구 대한병원협회 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필수 의료를 담당하는 병원들이 사명감만으로 버틸 수는 없다"며 "국가와 사회가 그 가치를 정당하게 평가하고 충분하고 빠르게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화여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인 유 회장은 지난 5월 대한병원협회 제43대 회장에 취임했다. 1959년 대한병원협회 창립 이후 첫 여성 회장이다.

그는 분만·소아·응급·중환자 분야를 언급하며 "현재의 수가체계와 인원 구성만으로는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필수의료는 국가 기반 시설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회장은 의료사고 손해배상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에 대응하기 위한 의료사고 배상공제조합 설립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환자 보호와 의료기관의 안정적인 진료 환경은 함께 추구해야 할 목표"라며 "병원들이 의료 분쟁과 예기치 못한 사고에 과도한 부담을 지지 않고 진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의료계 현실에 맞는 안전망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다만 공제조합의 구체적인 운영 방식에 대해서는 "사업 타당성과 재정 여건 등을 검토하는 단계"라며 "어느 범위까지 역할을 맡을 수 있을지 연구용역을 통해 살펴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23일 서울 마포구 대한병원협회 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43대 대한병원협회장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유경하 회장(가운데)과 노홍인 상근부회장, 유인상 부회장 겸 보험위원장, 박진식 제1총무위원장, 김우경 제1정책위원장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허지윤 기자

전공의 수련체계 개편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대한병원협회는 수련환경평가본부를 확대 개편하고 수련평가국과 수련사업국을 신설해 전공의 교육과 수련 환경 개선 기능을 강화할 방침이다.

유 회장은 "전공의는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라며 "전문의 양성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영역"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는 근로자이면서 동시에 피교육자라는 특성이 있다"라며 "정부 주도의 수련 체계 구축과 수련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우경 대한병원협회 제1정책위원장(가천대 길병원장)은 필수 의료 개념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필수 의료의 정의가 아직도 모호하다"며 "진료과 중심이 아니라 실제 의료행위 중심으로 정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경외과나 산부인과 전체를 필수 의료로 규정할 것이 아니라 응급 개두술, 응급 제왕절개, 에크모(ECMO), 중증 외상 수술 등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행위를 기준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필수 의료 논의가 사망 예방에만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라며 "마비, 실명, 척수손상, 뇌 손상, 장기부전 등 중증 장애를 예방하는 의료행위도 국가가 보호해야 할 필수의료에 포함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유인상 대한병원협회 제1보험위원장(대한중소병원협회 회장)도 필수 의료 재원 마련을 위해 국가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 위원장은 "건강보험 재정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며 "필수 의료와 지역의료 유지를 위해 건강보험 외 국가 재정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병원협회는 병원 간 협력체계 강화도 추진한다. 유 회장은 "상급종합병원과 지역병원, 중소병원, 전문병원이 경쟁 관계가 아니라 국민 건강이라는 공동 목표를 가진 동반자"라며 "회장 직속 상생협력위원회를 통해 지역 현장 중심의 소통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상급종합병원만 살아남는 의료 체계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각 의료기관이 기능에 맞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대한병원협회는 디지털정보혁신위원회와 AI전략사업국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정책 개발과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