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검체검사와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 대한 건강보험 수가 조정에 나선다. 연간 2조원 이상의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하는 대신 지역·응급·소아·분만 등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보상은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17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 공청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지역·필수 의료 강화를 위한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 방안(안)'을 공개했다.
이번 개편안은 건강보험 재정을 지역·필수 의료 중심으로 재배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비수도권과 의료 취약지, 중증·응급·소아·모자 의료 분야에 대한 보상을 확대하는 대신 과도한 보상이 이뤄지고 있다고 판단한 검사 분야 수가는 조정하기로 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의원급 의료기관의 2023년 회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검체 검사의 비용 대비 수익은 평균 약 190%, CT·MRI 검사는 평균 약 200% 수준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1단계로 비용 대비 수익이 150%를 초과하는 검체 검사와 CT·MRI 검사 수가를 150% 수준까지 조정할 계획이다. 이후 2년 뒤인 2028년 비용 대비 수익을 추가 분석해 균형 수가 체계로 추가 조정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이번 1단계 조정으로 연간 약 2조원 이상의 건강보험 재정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절감된 재원을 활용해 지역·필수 의료 분야에 대한 지원은 확대한다.
우선 비수도권과 수도권 취약지역에 대한 지역 우대 수가 원칙을 확립하고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지역에서도 응급환자와 중증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의료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중증 수술과 마취에 대한 보상도 늘린다. 특히 같은 수술이라도 응급 상황에서 시행될 경우 더 높은 보상이 이뤄지도록 해 응급환자 최종 치료 역량을 높일 계획이다.
소아·모자 의료 지원도 강화된다. 성인과 다른 소아 진료 특성을 건강보험 수가에 반영해 일차진료부터 중증 소아 수술·처치까지 보상 수준을 높인다. 고위험 분만과 신생아 치료 역량 강화를 위해 모자의료센터 기능 개편과 연계한 수가 지원도 추진한다.
외래 진료 체계 개편도 포함됐다. 정부는 20여 년간 동결된 진찰료 수준을 인상하고 심층 상담·심층 진찰에 대한 보상 체계를 강화해 3분 내외의 단시간 진료에서 충분한 상담 중심 진료로 전환을 유도할 계획이다.
재활 의료 분야에 대한 보상도 확대한다. 환자의 치료 후 회복기 재활부터 퇴원 이후 재택 치료까지 연계되는 재활 의료 전달체계 구축을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역을 우대하는 건강보험 수가 원칙을 확립해 지역에서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신속하게 의료를 이용할 수 있고 국민이 제때 어디서나 질 높은 필수 진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를 위해 건강보험을 지역·필수 의료 중심으로 대폭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공청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반영해 지역·필수 의료 강화를 위한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 방안을 마련한 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이달 말 최종 확정·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