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급여 확대를 비롯해 그동안 논란이 컸던 보건의료 현안을 전면에 내세워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보건의료계 안팎에선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방선거 이후 2기 내각 개편 가능성이 고개를 든 가운데, 일각에선 정 장관이 대통령 공약 이행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국민 체감도가 높은 정책을 전면에 배치해 존재감 회복과 성과 창출을 위해 승부수를 던진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왔다.
정은경 장관은 지난 11일 이재명 정부 출범 1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하반기 중점 추진 과제로 ▲청년층 탈모 치료에 대한 국민건강보험 적용 확대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 ▲비대면 진료 처방 약 배송 확대 등을 공식화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복지부가 그동안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던 사안들에 대해 정 장관이 직접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는 점이다.
특히 탈모 치료제 급여화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표 공약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탈모인이 겪는 불안과 대인기피, 관계 단절 등이 삶의 질과 직결된다며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공약한 바 있다. 현재 건강보험은 원형탈모 등 일부 질환성 탈모에만 적용되고 있으며, 유전적 요인에 따른 남성형 탈모 치료는 비급여다.
그동안 복지부는 건보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정 장관은 최근 "건보 재정 소요에 대한 실무 검토를 완료했다"며 추진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오는 7월 4일 행정안전부의 '모두의 토론회'에서도 탈모 치료제 건보 적용 여부가 첫 번째 안건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주요 부처가 공약 이행 페달을 밟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복지부 내부에서도 탈모 치료제 급여화에 관한 신중론이 적지 않았으나, 최근 대통령 공약 과제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분위기가 강화되고 있다"며 "논의를 다시 공개적으로 꺼낸 것 자체가 정책 추진 의지를 보여주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탈모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확대와 함께 편의점 상비약 확대, 처방 약 배송 확대도 주요 추진 과제로 꺼냈다. 이는 모두 소비자(환자) 편의성과 접근성 향상을 내세울 수 있지만 직역 단체, 시민 단체 등의 찬반 논쟁이 불가피한 의제다.
정 장관의 행보가 더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 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 이후 연쇄 개각 가능성이 커졌고, 복지부도 차기 개각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지방선거 이후 2기 내각 개편을 검토 중이다. 이재명 정부가 2년 차를 맞아 규제·금융·공공·연금·교육·노동 등 이른바 '6대 개혁 과제' 추진에 속도를 내기 위한 인적 쇄신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보건의료계 안팎에서는 이미 차기 복지부 장관 후보군으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등이 함께 거론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인 박 의원은 의정 갈등 수습과 문신사법과 생명안전기본법 등 보건의료 정책 전반에 깊이 관여해 왔다. 여당 핵심 인사로서 정치력과 정책 추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교수는 문재인 정부 시절 연금개혁과 복지정책 설계에 참여한 복지 전문가다.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캠프 싱크 탱크에서 복지팀장을 지냈고,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사회분과위원장을 맡았다. 이후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국정과제지원단장직을 수행하다 2018년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으로 발탁됐다.
그는 2021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국면에서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표 정책이었던 기본소득에 대해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며 신중한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당시 노인 요양과 사회안전망 강화 등 맞춤형 복지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장관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실제 개각 여부와 시기는 아직 불투명하다. 또 복지부가 추진하는 주요 공약 과제가 제도화 단계까지 나아가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건강보험은 기본적으로 중증질환과 필수 의료 보장을 우선하는 제도"라며 "탈모 급여화 확대는 재정 문제뿐 아니라 어떤 질환을 우선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탈모 급여화 속도를 낼 경우, 건보 적용 범위와 부담률, 재원 조달 방안 등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