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하반기 복지·의료 체계 전반을 고도화하는 작업에 돌입한다. 위기가 발생한 뒤 신청을 받아 대응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위험 신호를 미리 포착해 선제적으로 개입하는 체계를 정교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미 추진돼 온 사각지대 발굴과 자동 지원, 돌봄 연계를 한층 촘촘한 구조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복지와 의료, 돌봄으로 나뉘어 운영되던 정책 체계도 생애주기를 기준으로 연계 구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정비한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1일 이재명 정부 출범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취약계층 중심 복지에서 벗어나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모두의 복지', 즉 기본사회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 전환과 인구 구조 변화, 고령화 등 환경 변화를 반영해 사회복지와 보건의료 정책 전반을 미래 대응형으로 전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사회안전망 개편…"위기, 사후 대응서 선제 개입으로"
정부가 가장 먼저 손대는 것은 사회안전망의 작동 방식이다. 단전·단수 등 47종 위기정보의 입수 주기는 최대 60일에서 30일로 단축되고, 전기 사용량 같은 생활 데이터 변화를 결합한 위기 징후 탐지 시스템이 올해 안에 구축된다. 체납 중심 행정에서 생활 패턴 기반 위험 탐지로 이동하는 셈이다. 기존 '고독사' 개념은 '사회적 고립'으로 확장되며, 관련 법률 전부 개정을 통해 범정부 종합대책도 마련된다.
복지급여 체계도 '신청주의'에서 자동지급 중심으로 전환된다. 아동수당·부모급여·첫만남이용권 등 보편급여는 별도 신청 없이 지급되며, 공무원의 직권신청 실효성 강화를 위한 법 개정도 추진된다. 위기 가구를 현장에서 즉시 연결하는 '그냥드림' 창구는 전국 300여 곳으로 확대된다.
위기 대응 체계 개편은 자살 예방 영역으로도 이어진다. 정부는 자살 문제를 단일 원인이 아닌 복합위기로 재정의하고 있다. 채무·빈곤·실업·가족 문제 등이 얽힌 상태를 하나의 구조 안에서 다루기 위해 16개 협업기관과 4개 연계기관의 기능을 확대·재편하고, 고용복지플러스센터와 청소년상담센터 간 시스템 연계도 새로 구축된다. 금융감독원과의 협업은 2027년부터 추가된다. 자살예방 109콜센터는 상담 인력이 103명에서 200명으로 늘어나고, AI 기반 상담 지원 시스템도 도입된다.
◇"하나의 생애 흐름으로"…돌봄 체계 고도화
돌봄 체계는 생애주기 전 구간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는 방식으로 재편된다. 아동 단계에서는 6세 이하 의료 미이용 아동 약 5만4000명에 대한 전수조사가 9월까지 진행된다. 위기가구에는 아동보호·드림스타트·희망복지팀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사례관리 체계가 적용된다.
청년 영역에서는 청년 미래센터가 전국 17개 시·도로 확대되고, 가족돌봄 청년에게는 자기돌봄비 200만원이 지급된다. 고립·은둔 청년은 상태에 따라 단계별 회복 지원을 받는다.
장애인 돌봄은 지역사회 기반으로 전환된다. 방문재활 서비스가 신설되고, 장애 등록 유형은 췌장장애가 추가돼 기존 15개에서 16개로 확대된다. 거주시설에는 CCTV 설치가 의무화되고, 장애인 자립지원 제도는 본사업 전환을 앞두고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노인 돌봄은 의료와 결합된 형태로 강화된다. 거점 재택의료센터가 도입되고, 노인일자리는 건강관리·식사지원 등 통합돌봄과 연계된다. 치매는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조기 개입 체계를 강화한다. 생애 말기에는 호스피스 정보시스템 개선과 요양병원 본사업 전환, 요양시설 임종실 확대가 추진된다.
◇소득보장 체계도 손질…기초연금 '하후상박' 재설계
소득보장 체계도 중장기 구조 개편에 들어간다. 기준중위소득 산정 방식 개편과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등을 포함한 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 방향이 향후 3년간(2027~2029) 정책 방향으로 연내 확정된다.
기초연금은 부부 동시 수급 시 적용되는 20% 감액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저소득층에 더 두텁게 지원하는 '하후상박' 구조로 개편된다. 국민연금은 청년 생애 최초 보험료 지원 도입(2027년), 군 복무 전체 기간 가입 인정 확대, 출산 자녀 수에 따른 가입 인정 차등 적용이 추진된다. 아픈 취업자의 소득 공백을 보전하는 상병수당은 2027년 도입이 목표다. 자활체계는 경제적 자활 중심에서 벗어나 사회적 자활까지 포함하는 맞춤형 구조로 개편된다.
◇응급의료 체계는 '권역·최종치료' 중심으로
응급의료체계는 권역 중심 구조로 전면 개편된다. 광주·전라권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은 전국 6개 권역으로 확대되고, 광역상황실 중심의 이송·전원 연계 체계가 구축된다.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 지정 기준도 시설 중심에서 23개 중증질환 진료역량 중심으로 바뀌며, 권역응급의료센터는 현재 44곳에서 약 60곳으로 늘어난다. 서울 2개 중심 체계에서 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 등 5극 권역 구조로 단계적으로 재편된다.
소아·정신응급 대응도 강화된다. 중증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재지정과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 확충이 추진되며, 달빛어린이병원은 148곳으로 늘어난다.
고위험 임산부와 신생아 의료체계도 손질된다. 분만병원과 권역 모자의료센터 간 협력체계는 충청·전북·제주를 포함해 전국으로 확대되고, 동네 분만병원 전문의의 권역 모자의료센터 당직·파트타임 근무도 인정된다. 중앙모자의료센터는 전원전담팀 증원과 정보시스템 개통 등을 통해 역량을 강화한다.
필수의료 전문의 대상 배상책임 보험 지원은 응급·신생아중환자실 전문의까지 확대되며 보장 규모는 최대 17억 원이다. 불가항력적 분만 사고에 대한 국가 보상 범위도 기존 신생아 중심에서 산모 중증 장애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넓어진다.
◇의료비 부담 완화에 농어촌 의료 공백 해소도
의료 접근성과 비용 부담 완화도 병행된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으로 확대되고, 요양병원 간병 급여화도 추진된다. 편의점 판매 상비약은 11개에서 최대 20개로 확대된다. 탈모 치료 건강보험 급여화 여부도 하반기 안에 결정된다. 부당·위법 의료행위에 대한 행정조사단 운영과 AI 기반 부당청구 감지 시스템 고도화도 추진된다.
농어촌 지역의료체계도 손질된다. 보건진료전담공무원이 참여하는 수가 시범사업이 시행되고, AI 기반 원격협진 시스템도 도입된다. 보건소·보건의료원에는 시니어 의사와 계약형 필수의사 등 인력 지원이 확대되고, 개원의의 한시적 공공의료 참여도 허용된다. 농어촌 의료기관은 거점화·통합화 방식으로 재편된다.
◇보건·복지 AI 전환 '속도'…바이오헬스 성장 가동
보건의료 전반은 AI 대전환을 중심으로 재편된다. 환자 의뢰·회송을 자동화하는 실증사업이 본격 추진되고, 개인 건강 데이터 열람부터 진료정보 교류까지 한 번에 처리하는 디지털의료정보교류시스템도 구축된다. 이를 뒷받침할 법적 기반으로 디지털헬스케어법 제정도 하반기 안에 추진된다.
복지 행정도 AI 기반으로 전환된다. 반복 업무 자동처리와 의사결정 보조 시스템이 도입되고, 현장에서 상담부터 신청 처리까지 가능한 모바일 행정환경이 구축된다. 이용자가 한 곳에서 자신의 복지·돌봄 정보를 직접 조회·관리하는 마이데이터 체계도 도입되며, 스마트홈·스마트시설 확대와 AI 상담 시스템, Age-Tech 리빙랩 구축 등 현장 밀착형 AI 돌봄 혁신이 병행 추진된다.
바이오헬스 산업에서는 '국가대표 기술 30선' 선정과 임상 3상 특화 펀드 조성,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 개편이 추진된다. K-뷰티는 해외 판매 거점과 체험관이 확대되고, 외국인 환자 200만명 시대를 대비한 종합계획이 마련된다. 첨단재생의료 2차 기본계획도 수립되며 규제 완화와 치료 접근성 확대가 함께 추진된다.